모바일로 태어난 프린세스메이커 “아버지, 저는 행복해요”
2013.11.14 09:58지스타 특별취재팀
▲ 14일 처음 지스타에 공개되는 모바일게임 '프린세스메이커' (사진제공: 엠게임)
"3D로 구현된 내 딸", "원작과 다른 새로운 경험". 아마 '프린세스 메이커'를 기다리는 팬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엠게임 고배석 이사의 첫 마디가 그랬다. 자신 있게도 그는 '프린세스메이커'를 해보지 않은 세대에서도, 혹은 어렴풋이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을 만들었다며, 그리고 지스타에 대중과 미디어에 동시에 공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엠게임의 원대한 사업 비전이기도 한 '프린세스메이커 for Kakao'(이하 프린세스메이커 모바일)는 가이낙스의 명작 '프린세스메이커' 프랜차이즈를 모바일로 탄생시킨 첫 작품이다. 가이낙스 원작은 1991년 처음 세상에 태어나 5개의 시리즈 작품을 탄생시키면서 국내 수많은 '딸 바보'를 탄생시키며, 명실공히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엠게임은 지난 2010년 판권을 보유한 일본 사이버프론트 사와 계약을 통해 딸바보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시작했다.
사실 '프린세스메이커'는 원작사가 있는 일본보다 국내에서 훨씬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원작이 출시되던 시기 일본에서는 이미 콘솔 등을 필두로 즐길만한 게임이 워낙 많기도 했고, PC 게임 보급이 국내처럼 전국적으로 일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내에서는 PC게임 시대였던 때라 '프린세스메이커'가 기형적일 정도로 많은 열성 팬을 만들었고, 장르 독보적인 게임으로 추앙받았다. 그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프린세스메이커 2'(이하 프메 2)로, 과거 수많은 남성 게이머들 사이에서 딸에 대한 다양한 '판타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부담되지 않나" 묻는 기자의 말에 고 이사는 "그냥 열심히 했다"며 입을 뗐다. 그것 말고는 사실 방법이 없었다고. '프린세스메이커'의 팬이 너무 많은데다, 다들 추억에 치장도 많이 되어 있다는 것. 과거에는 고배석 이사도 원작의 열렬한 팬이었다. MSX로 일본어판을 하기도 했고, 국내 한글화가 되면서 엔딩도 다 볼 정도로 열심히 했다. 최소 두 달을 오롯이 게임에 투자했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해서 싸우기에 원작의 명성이 너무 크다. 게다가 오래 기다린 팬들의 기억은 점점 아름답게 미화되고 있다. 고 이사는 실망을 주지 않을 물건을 만들려 보려고 꽤 노력했다고 힘 주어 말했다. 지스타에 앞서 엠게임 본사를 찾아 '프린세스메이커 모바일' 개발총괄인 고배석 이사를 만나 게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 엠게임 고배석 이사
프린세스메이커 2에서 탄생한 '프린세스메이커 모바일'
- 프린세스메이커 2를 토대로 만들었는데, 현대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 원작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고배석 이사 (이하 고): 기본적으로는 '프메 2'를 바탕으로 하면서 세계관은 원작 전체를 아우를 수 있게 통합했다. 개인적으로는 '프메 2'가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의 완성이고, 그 이상의 시도를 넘어 간 물건은 없다고 본다. '프메 2'의 중세시대를 기본으로 자연스럽게 모두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인데, 다만 5편은 간극이 너무 크다고 생각돼 고려하지 않고 있다.
▲ 엔딩 일러스트 중 하나 '광대'
- 오리지널 일러스트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더라. 일본 일러스트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고: 원작자의 일러스트와 '스타일'이 다르게 만들어졌다는 데는 공감한다. 처음에 아카이 타다미 씨(원작자)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일러스트의 '풍'이 3D화할 수 없었다. 3D 모델링을 하면 할수록 이상한 모양이 나와서 포기하게 됐다.
결국에는 엠게임의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가게 됐는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기까지도 반년 이상 걸렸다. 겨우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 뽑아 들고 3D 모델러들에게 한 말은 딱 하나였다. 일러스트랑 똑같이 보이게 해달라. 최대한 평면적인 느낌을 살려라. 정말 오래 걸렸다. 지금은 기대에 맞게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 엔딩을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딸의 엔딩을 보고 나면 성취감을 느낀 유저들은 이탈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고: 원작처럼 18살 생일에 딸이 직업을 가지게 되는 건 '프린세스메이커'의 기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가문이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각 딸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냐에 따라서 가문 등급이나 유저의 작위가 올라가기도 한다. 작위가 오르면 플레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치가 좋아지기 때문에, 딸들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날 수 있게 된다. 결국, 가문의 성장이 가장 큰 테두리가 될 수 있다. 플랫폼 자체가 다르다 보니 유저가 장기간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원작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돈을 버는 딸
- 아버지의 능력치가 딸의 직업에 영향을 준다는 뜻인가. 그러면 떠돌이가 운 좋게 딸을 공주로 키워내는 행운을 맛보기는 어려운건지?
고: 아마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각 직업이 요구하는 능력치가 있다 보니 첫째 딸이 좋은 직업을 얻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엔딩에 등급을 나누는 것은 우습지만, 만일 여왕이 가장 좋은 결과라고 했을 때 맏딸이 여왕이 되는 건 힘들다. 앞에서 언니들이 어느 정도 노력을 해주어야 뒤따르는 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게임이다. 유저가 가문의 한계, 제한 등을 느끼면서 스스로도 성장해 나가는 구조다.
내 친구의 딸과 무술을 겨루면 누가 이길까?
- 카카오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소셜 요소가 너무 강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고: 처음 기획부터 카카오로 게임을 출시해야겠다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바일로 개발을 선회하다 보니 우연치 않게 카카오와 이야기가 닿게 됐다. 카카오에는 없는 레어 장르기 때문에 뜻이 맞았다. 유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있지만, 카카오 게임이라고 카카오 소셜 그래프를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게임 친구와의 연계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 카카오 소셜그래프가 활용되는 예시가 궁금하다. 카카오 친구들과 함께 무투대회에서 실력을 겨룬다거나 하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친구들과의 소셜 경쟁도 가능한지 궁금하다.
고: 옷을 장착하거나 악세사리로 꾸며주고 하우징 요소가 존재한다. 친구와 관련해서는 SNG처럼 친구의 집을 방문해 친구의 딸이 얼마나 잘 크나 보고 테이블을 닦아준다거나 침대가 더러우면 침대 정리를 해주는 등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을 받거나 아르바이트, 무사 수행을 할 때 친구를 데리고 가게 되면 돈을 더 벌거나 추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대회에 참여하는 콘텐츠는 업데이트 일정에 있다. 같은 직업 계열끼리 대회를 할 수 있는데, 종목마다 형태는 다를 것이다. 엔딩을 본 딸들도 참가할 수 있고 계속 교육이나 알바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직업을 가진 딸을 더 키워서 유저들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내 딸의 스케줄을 채워라!
▲ 무사 수행 중인 딸
- 주인공, 즉 딸의 목소리를 삽입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고: 처음에는 성우의 비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딸의 목소리가 한 가지로 제한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NPC만 성우를 입히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요청이 많이 오더라. 의견이 많이 갈리는 부분이다. 현재는 회의 중이다.
- 일본에서도 큰 기대를 하는 것 같더라. 일본에서 서비스할 예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일본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할 시기는 아니다. 마음속으로는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국내 서비스가 먼저다. 개발에 대해서는 중간마다 모두 결과를 아카이 씨에게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아 개발한 부분이다. 그래서 원작자나 다른 사람의 평가가 좋은 상황이다.
- '프린세스메이커 모바일'을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고: 사전 조사를 하면서 얼마나 사람들이 원작에 대해 알고 있는지, 어디까지 플레이해보았는지 조사를 했다. 의외로 30대 중반 이후의 세대가 플레이 경험이 있고, 이전에는 해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어떤 게임인지 이해하고, 유명한 게임이라는 것은 알지만 말이다.
▲ 첫인상이 공주처럼 예쁜 게임을 강조한 고배석 이사
고: 개발 초기에는 유저들이 선입관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는 데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을 하면서 더더욱 확신이 섰다. 의외로 다들 게임을 처음 접한다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더욱 쉽고 지루하지 않게 만들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고민이 많았고 욕심이 많은 타이틀이다. 이쁜 첫인상을 전해지고, 실제 생활에서 학부모가 된 것처럼 지루하게 하지 않겠다.
- 풍유환 나오나?
고: 안 나오면 안된다.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도 내부에서 논의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종류가 다른 풍유환을 여러 종류 넣는 건 어떨까 싶은데. 내부에서 하도 아이디어가 많아서 싸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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