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창조주 인터뷰
2003.12.09 14:06게임메카 송찬용
지난 12월 8일, 게임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제작총괄을 맡고 있는 닐 영 부사장과 개발 총감독인 아카디아 김이 방한했다. 차기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는 이들은 시종일관 밝고 명랑한 태도로 분위기를 이끄는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오갔던 얘기들을 정리해보았다.
닐 영(Neil Young)
제작 총괄이사 겸 부사장.
1988년 영국의 개발회사인 이메지텍에서 프로그래머로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1990년
선임 프로듀서로서 프로브(Probe) 소프트웨어에서 스탭으로 참여하고 어클래임, 세가,
허드슨, 버진 인터랙티브 등에서 다양한 직책으로 일했다. 1997년 4월, EA의 자회사인
오리진(OROGIN) 시스템의 총감독과 부사장이 되어 울티마 온라인을 성공적으로 런칭했고,
1999년 오리진을 떠나 EA의 프로덕션을 담당하는 부사장이 되었다.
반지의 제왕
게임들의 개발을 담당했으며 첫 번째 시리즈인 두 개의 탑은 2002년 게임판매순위
베스트 10에 드는 등 전세계 판매량 500만장을 돌파했다.
아카디아 김(Arcadia Kim)
개발 이사 겸 개발 총감독. 대학에서 영화제작과
관련된 예술학을 공부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과정을 수료하면서 쌍방향
게임산업과 관련된 새로운 제작 과정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2000년 가을, 프로듀서로서
EA와 함께 일을 하기 시작해 아메리카 온라인과 자회사들을 연결하는 온라인 실내
게임 사이트 pogo 닷컴을 런칭하고 에피소드풍의 온라인 멀티미디어 게임 마제스틱의
라이브 프로듀서로도 참가했다.
대학에서 공부한 적성을 살려 전반적인 경영,
크리에이티브 개발과 비즈니스에 관련된 요소들을 게임과 접목시키던 그녀는 온라인과
멀티 포맷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을 성공적으로
런칭,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 왼쪽이 개발이사인 아카디아 김, 오른쪽이 총괄이사인 닐 영이다 |
- 이번에 한국에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닐: 일본을 거쳐 7일 한국에 입국했다.
약 1주일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한국의 게임시장에 대해 여러 가지를 배우고자 한다.
- 한국시장에서 어떤 부분을 배우고 싶은가?
닐: 한국에 머무르는 1주일 동안의
기간 중에서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는 건 오늘 하루뿐이다.
나머지 기간 중에는 한국의 게임시장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인 차이는 어떤 것인지, 서양에서 크게 히트한 게임이 왜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어필하지 못하는지 등의 기초적인 부분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아보고 싶다. EA코리아의
한수정 사장에게 특별히 부탁해 유명한 PC방이나 PS방이 아닌 근처 동네의 평범한
게임방을 찾아가 한국 게이머들은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를
알아보는 등 단순히 수박 겉핥기 식의 접근이 아니라 직접적인 교감을 느끼고 싶다.
아카디아:
한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그런 온라인게임 시장이 어떻게 해서 한국에서는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하루 24시간동안 게임 관련 프로그램만을 방송하는 게임 프로그램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아직 태동한지 얼마 안되는 한국 게임시장에서 게임 개발자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게임을 만드는지 등 궁금한 게 너무 많다.
한국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에 대한 문화 코드를 파악하는 게 근본이 되겠지만, 이런 부분들도
모두 알고 싶다.
- 앞서 일본에서 며칠간 체류하다 방한했다고 들었다. 일본에서는 어떤 걸 배웠고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었나?
아카디아: 20년 동안의 일본 게임사를 보여주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게임이 일본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잘 배웠다.
또한 게임 개발자를 영화 개발자 이상의 아티스트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게임을 표현하는 특별한 언어가 있다고 할까?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르게 오직 일본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게임관이 이렇게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 미국과 일본의 게임은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닐: 일본은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나 유니트가 게임상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메카닉적인
요소(사람이 조작하는대로 기계가 움직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듯)를 중시하는
것 같다. 이에 비해 북미 유저들은 게임 자체를 그대로 즐기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 중요시한다(판타지속의 주인공이 되어 상황을 즐긴다는 뜻에서 이렇게 표현한
듯). 아마 이런 부분에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 EA는 작품보다 상품을 만드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제작사라고 생각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런 방침과 부딪히는 경우가 있을 텐데, 이럴 경우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는가?
닐: 나는 게이머들을 만족시키지 않는 게임은 존재가치가
없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예술작품이라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EA 게임들은
해외 유명잡지의 평가란에서 평균 평점 85를 기록하는 등 그 작품성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EA의 게임은 예술성과 상업성을 공존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게이머들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자의 이기적인 생각이다. 게이머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면서 자체의 퀄리티도 높은 게임. 그것이 EA의 게임
제작방침이다. 단지 상업성만을 위해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걸 알면서도 게임의
발매시기를 앞당기는 행동은 EA에서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 한국 게임을 해본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 소감은?
닐 : 리니지를 해보았다.
울티마 온라인 제작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말해 리니지가 왜 이렇게 히트했는지
잘 모르겠다. 게임에 녹아있는 여러 요소들은 크게 차이가 없는데 리니지가 이렇게
크게 히트란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네트워크
인프라)과 설정, 그리고 게임성이 한국 게이머들의 문화에 딱 맞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도 만든 사람의 손맛에 의해 최종적인 맛이 다른 것처럼
한국 개발자가 한국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게 ‘손맛’을 잘 발휘한 것 같다.
아카디아:
MMORPG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무척 많은 시간을 들여야한다. 과연 한국을 제외하고
게이머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야하는 MMORPG가 대중화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든다.
- 온라인 게임의 최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전세계 게임시장을 놓고 보면 아직 한국의
점유율은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임시장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아카디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나는 한국계 2세다. 부모님께서 미국으로
이민 오신 후 태어나 학교는 계속 미국에서 다녔지만, 내 고국은 한국이다. 우선
그 점이 가장 클 것이다.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이 급성장 중이다, 게임 선진국이다
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아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얘기를 계속해서 들게 되자 점차 한국시장에 비즈니스와 관련되어
관심이 생겼다. 아까 말한대로 한국의 게임시장은 전세계 게임시장에 비하면 아주
미약한 수준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을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이렇게 온 것이다.
- 게임을 만들 때 책, 영화 기타 다른 매체를 통해 영감을 얻는가? 아니면 그
외에 영감을 얻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닐: 특정 매체를 통해 얻지는 않는다.
나는 일상생활 그 모든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데 출근하면서 보았던 풍경, 엊그제
들었던 목소리, 뉴스에서 보았던 사건들이 모두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각각 실마리가 된 아이디어들을 샤워를 하면서 하나로 정리, 게임에 녹아든다. 그러니
굳이 이야기하자면 샤워라고 할까? 그리고 아카디아 김과 많은 대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게임에 도입할 아이디어가 확정된다.
-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영화 개봉 전에 게임이 출시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게임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게임과 영화에 별 차이가 없는가?
아카디아:
아마 영화의 스포일러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게임 반지의 제왕의 제작 컨셉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영화에서 놓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즉, 게임을 통해 영화의 재미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까 걱정하지 말고 게임을 즐기기 바란다.
- 반지의 제왕 영화는 올해로 완결된다. 하지만 EA는 뉴라인 시네마(영화 반지의
제왕의 배급사)와 아직 프랜차이즈 계약이 5년이나 남아있다. 반지의 제왕과 관련된
다른 게임을 만들 계획이 있는가?
닐: 있다. C&C 레드얼럿과 제네럴을 만든
LA 스튜디오에서 리얼타임 시뮬레이션 형식의 게임으로 현재 제작 중이다. 지금까지의
액션 어드벤처 형식의 반지의 제왕 게임은 스티브 그레이가 맡게 된다.
- EA는 특히 많은 프랜차이즈 작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EA의 이런 경향은 오리지널
작품 제작을 등한시하고 원작의 인기에 편승한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닐: 그런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도 항상 주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창조작품을
만들지 않고 계속 프랜차이즈 작품만 만들게 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될 것이고,
결국 제작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EA에서 오리지널 작품이 벌어들이는
수입과 프랜차이즈 작품을 통해 얻는 수입의 비율은 적정 수준이다.
아카디아: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제임스 본드 등 EA가 프랜차이즈를 통해 게임으로 만드는
원작들은 모두 각 분야의 최고영화들이다. 따라서 최고의 원작들을 이용해 단순히
많이 팔리기만 하는 수준 낮은 작품을 만든다는 건 원작에 대한 실례임과 더불어
개발자로서의 프라이드가 허용치 않는다. 비록 프랜차이즈 게임이라 해도 원작의
인기에 걸맞는 퀄리티 높은 작품을 만들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 프랜차이즈 게임이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들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닐:
프랜차이즈는 위험부담이 큰 사업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아무 영화나 프랜차이즈한다고
해서 게임이 히트하는 건 아니다. 이미 실패의 예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처럼 지명도가 높은 대작 영화를 프랜차이즈하면 실패할 위험이
많이 줄어들긴 한다. 그러나 그만큼 라이센스 비용이 늘어나므로 게임을 통해 수익을
얻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위험도를 감수할 것인지, 마진을 줄일 것인지는 항상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같은 경우 당초 게임을 제작하면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판매되어 결과적으로 큰 수익을 거두었다. 왕의
귀환은 전작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둘 거라 예상하고 있다.
- 이번에 게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제작할 때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아카디아: 전작 두 개의 탑을 만들 때에는 영화 제작팀과 함께 연계해서
작업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왕의 귀환을 만들 때에는 영화가 촬영되는 뉴질랜드에
게임 개발자들을 직업 파견해 당시의 분위기, 연출 장면 등을 집중적으로 체크했다.
영화에 등장했던 20만 개가 넘는 소품들을 영화 촬영팀으로부터 전달받아 게임 곳곳에
집어넣었다. 영화의 분위기를 게임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힘든 일정인데, 이렇게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한국에서 많은 걸 얻고 돌아가 앞으로도 좋은 게임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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