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한 日 에니시, 본사 창립자가 살림 직접 꾸린다
2014.01.23 18:23게임메카 정지혜 기자
▲ 에니시 공동 창업자인 안도쿠 코헤이 디렉터와 구몬 요시유키 디렉터 (좌부터)
에니시가 한국 지사 설립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규모보다는 내실을, 빠르게 성과를 내기보다는 착실하게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늘(23일) 일본 소셜게임사인 에니시가 구로에 위치한 지사에서 한국 법인 설립을 알리는 조촐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일본 본사의 공동 창립자 구몬 요시유키와 안토쿠 코헤이 디렉터가 참석했으며, 일본에서 로컬라이제이션을 담당하는 장유동 매니저, 나카지마 아츠시 인사 담당 매니저도 함께했다.
국내에 자주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에니시는 지난 2012년 도쿄 증권 거래소 마자즈(2부) 상장을 거쳐 얼마 전 1부 상장에 까지 오른 탄탄한 벤처 기업이다. 회사를 창립한 안토쿠 코헤이 디렉터와 구몬 요시유키 디렉터는 1999년 PC와 모바일이 연동되는 다이어리 서비스 P.I.M으로 처음 벤처 창업을 한 뒤, P.I.M이 야후 재팬에 흡수 합병되면서 야후 재팬이 일본 내 안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야후 재팬을 나온 이들이 에니시를 설립한 것은 2009년으로, 웹브라우저 소셜게임을 기반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실질적으로 7개의 타이틀을 서비스하고 있다. 대표작인 ‘보쿠노 레스토랑’(한국명: 나의 레스토랑) 이외에도 ‘걸즈샵’이나 ‘플래티넘 걸즈’ ‘아이언 쉐프’ 등 캐주얼게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가장 인기가 많은 ‘보쿠노 레스토랑’은 월 약 10억 원 가까이 매출을 내고 있다. 매출로 보면 중견 기업이지만 전체 직원 140여 명 정도로 규모가 작아 성장 가능성과 내실이 두터운 회사로 잘 알려졌다.
▲ 현재 에니시가 서비스 중인 게임 라인업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일본에서도 평탄히 사업을 해나가던 에니시가 한국 진출을 결심한 이유는 일본 시장 내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안토쿠 코헤이 디렉터는 “그동안 일본 게임 시장은 GREE나 DeNA처럼 기존 웹베이스 게임 중심의 회사가 이끌었지만, 지금은 겅호나 코로프라같이 네이티브 게임(스마트폰 앱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에니시도 2년 전부터 네이티브 게임 개발을 준비했지만, 투자대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우연히 한국을 방문하게 됐고,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던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모바일게임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알았고, 이에 과감히 한국 진출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니시의 한국 진출 전략, 기존 일본 회사와 다르다
그동안 GREE, DeNA를 필두로 몇몇 일본 게임사가 한국 진출을 시작했지만, 아직 큰 성과를 거둔 곳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기업이 국내에서 부진하는 원인으로 이들이 일본식 커뮤니케이션을 고집하며, 본사의 경영진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큰 회사일수록, 혹은 일본 상장 기업일수록 더욱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기업들과 에니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사장 인사에서부터 나타난다. 에니시 코리아는 공동 창립자 중 하나인 구몬 요시유키 디렉터가 직접 진두지휘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임원급이 담당했고, 회사의 대표가 한국 지사를 방문한 적이 일년에 한 번도 손으로 꼽힐 정도였다. 이러한 사례에 비교하면 에니시는 인사부터 파격적인 편이다.
구몬 요시유키 디렉터는 지사 설립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한국을 방문하며, 개발사와 만나고 지금은 직원 채용 결정도 직접 내린다. 그는 “한국은 앞으로 모바일게임 개발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자 매력적인 시장될 것”이라며, “포부를 크게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이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수월하게 하고 파트너사나 마켓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본사에서는 로컬라이제이션 담당인 장유동 매니저가 직원들 대상 한국어 교실을 진행한다. 한국 개발사와 적어도 기본적인 인사 정도는 한국어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직원과 대표가 함께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이에 안도우 코헤이 디렉터는 “다른 회사들처럼 우리가 투자를 하니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게임을 만들어라, 혹은 일본식으로 해라는 등의 요구는 하고 싶지 않다”며, "마음이 통하고 같이 뛸 수 있는 회사와 파트너쉽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에니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가는 회사”라며, “지금껏 일본 게임 회사가 한국에 와서 크게 성공한 전례가 없는데 에니시가 첫 사례로 기록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에니시 코리아는 앞으로 개발과 사업 등 두 개 조직으로 구성되며, 3월 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출 계획이다. 이에 앞서 2월에는 에니시의 첫 네이티브 게임이었던 ‘드래곤 택틱스’가 다음을 통해 국내 서비스될 예정이며, 차기작으로 ‘보쿠노 레스토랑 3’를 현지화 해 ‘나의 레스토랑 3’로 5월 출시할 계획이다. 그외에 한국 개발사와 공동 개발을 하는 라인업은 2015년 서비스 예정으로, 현재 게임 콘셉에 대한 회의를 오가는 단계다.
이하는 에니시 구몬 요시유키 디렉터와 안도우 코헤이 디렉터와의 일문 일답이다.
- 한국 지사를 직접 맡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구몬 요시유키(이하 구몬):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처음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일단 파트너사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고, 마켓에도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지사장을 맡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누구보다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이 지사장을 하는 것이 맞지만, 초기에는 직접 나서 발 빠른 대응에 힘쓰려고 한다.
- 한국기업과 공동개발을 하는 것은 시장 진출 때문인가?
안토쿠 코헤이(이하 안도): 진출을 위한 전략이라기 보다는 파트너사로 함께 가고 싶은 것이다. 최고의 기술보다는, (하나씩 착실하게) 0부터 1을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두는 회사와 일 하고 싶다.
- 파트너를 찾는 어떤 기준이 있나?
안토쿠: 큰기업과 작은 기업이 있다면 작은 회사를 고르려고 한다. 큰 회사는 높은 개발력이 있을지 몰라도 경영 마인드가 강한 회사가 많다. 작은 회사는 0에서 1을 만드는 데 특화됐다. 우리가 일본에서는 상장을 했건 어쨌건, 한국에 오면 우리도 벤처다. 마음이 통하고 같이 뛰어갈 수 있는 회사를 원한다. 현재는 모빌팩토리라는 회사와 초기 기획단계부터 같이 게임을 만들고 있다. 가시화되고 구체화되면 발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내 이매진이나 크레타게임즈와 게임을 개발 중이다.
- 기존까지는 SNG나 TCG 장르에 대한 모델이 많은데, 한국에서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찾고 있는 게임은 어떤 장르인가?
안토쿠: 미들코어 시장이 일본에서도 크고 중요하다. 지금까지 서비스를 여성향 게임 유저를 타겟으로 서비스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돼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도 할 생각이다.
- 현재 한국 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구몬: 시장의 움직임이 굉장히 빠르다. 지금 한 달에 한 번씩 오는데 매달 새로운 변화가 있다. 특히 개발사들을 만나보면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한다는 데 열정을 가지고 있고,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배울 점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한국의 문화 자체가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걸어 다니면서 게임을 하고, 어디를 가든지 게임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내놓으면, 피드백이 빨리빨리 오겠구나 싶다.
- 지금은 한국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서 게임이 좋다고 성공한다기보다 마케팅이나 자본이 훨씬 중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안토쿠: 지금은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좋은 물건은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작은 회사도 자본이 부족해 개발을 멈추지 않고 진득하게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다.
▲ 일반적으로 CEO의 명함에는 개인정보를 기록하지 않는 것에 반해
에니시 안토쿠 코헤이, 구몬 요시유키 디렉터 모두 명함에 직속 이메일과 핸드폰 번호 등이 적혀 있다
- 먼저 한국에 왔던 주자로 DeNA나 GREE가 있다. 이들과 에니시의 다른 점이 있다면?
안토쿠: 창업자 2명이 실질적으로 한국에 온다는 점이다. 창업자 둘다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개발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창업자 2명이 직접 온다는 것은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 앞으로 에니시 코리아의 인력을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인지
안토쿠: 본사에서도 얼마 전에 인재상과 비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본사의 인재상에 공감할 수 있는 인재.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본사에서도 한국 지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기자 회견을 한다고 했더니 사내 채팅방이 마비 될 정도다. 좋은 인재가 있으면 대표가 직접 온다.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
▲ 한국 지사에는 본사와 똑같이 앉아서 게임을 하거나 누워서 만화책을 보는 용도로 다다미가 만들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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