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웹젠 김남주대표 “2005년 차기작 폭풍 쏜다!”
2004.07.09 18:46 게임메카 윤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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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술학도의 인생역정
잔뜩
찌뿌린 먹구름과 함께 가랑비가 내리는 7월의 어느 오후 게임메카는 웹젠의 김남주
대표이사를 만났다.
“30대 초반의 고졸 출신 게임엔지니어”, “창업 3년 만에 시가총액 900억원대의 게임 벤처기업을 일궈낸 주인공”이라는 등의 다양한 수식어로 꾸며져 온 그는 마초적인 카리스마로 회사를 선도하는 경영자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 탓에 첫 대면식을 치르는 기자들에게 적잖이 당황스러움을 유발시키곤 하는 인물.
1992년초 서울예림미술고를 졸업, 미술학도를 꿈꾸다 우연히 CAD를 접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김대표는 현재 연륜 있는 많은 개발자들이 그렇듯 하이텔게임제작동호회를 거쳐 미리내소프트에 입사하며 게임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IMF와 극심한 불황으로 게임업체가 속속 쓰러지고 벤처거품이 일어나던 2000년, 많은 우여곡절 끝에 3명의 개발자와 1명의 CEO(이수영 前 대표)가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둥지를 틀고 만들어낸 국내 최초의 3D 온라인게임 ‘뮤’는 4년만에 웹젠을 250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초고속성장을 거듭한 격동의 4년을 회사와 함께 보내온 김남주 대표. “요즘 많이 바쁘시죠?”라는 의례적인 인사말에 “안 바빠도 바쁜 척 해야 하는게 제 일이죠”라며 제법 센스있게 맞장구치고 짐짓 뼈가 담긴 듯 썰렁한 농담을 거듭하는 그는 어느새 진중하고 무게 있는 모습의 CEO로 거듭나 있었다.
웹젠에서 준비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는
「FIVE」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 때문에 직접 진출을 선언한 듯한 뉘앙스가 깊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대표는 이렇게 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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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글쎄요. 특별히 잡음이 있어서 퍼블리싱 관계를 중단하고 지사 설립을 결정한 것만은 아닙니다.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이지만 취향이 판이하게 틀려 ‘뮤’의 성적이 중국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죠. 그것보다는…” 곧 웹젠이 준비 중인 다양한 타이틀의 성공적인 런칭을 위해서도 이번 지사설립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김대표의 설명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웹젠의 차기작으로 흘러갔다.
“앞으로 웹젠에서 나올 5개 타이틀을 아시아지역에서 성공적으로 런칭시키기 위한 교두보로 대만지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얼마전 웹젠이 인수한 ‘나이트로 패밀리’의 델피아이를 비롯 회사에는 ‘뮤’의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팀을 제외한 5개의 개발팀이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이중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2002년 12월부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획이 진행된 MMORPG. 긴 시간동안 기획이 이루어졌던 만큼 어떤 종류의 MMORPG가 나올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항간에 떠도는 뮤 온라인 2는 절대 아닙니다”라며 웃는다.
“현재 베타테스트 중이거나 서비스되고 있는 3D MMORPG에서 크게 벗어나는 종류의 타이틀은 아니지만 개발사로서 (‘뮤’라는) 성공한 프랜차이즈만을 고집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죠. 물론 언젠가는 나올 게임이겠지만 말입니다”
뮤가 그랬듯 유저들의 성향에 최대한 근접한 형태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게 김대표의 설명이다. 게임은 2005년 E3를 전후해 발표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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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게임을 제작하던 시절처럼 고집스레 개발자의 마인드만 내세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죠. 그렇다 해서 새로운 시도를 접목시키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화려한 이펙트와 실감나는 전투 등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취향을 최대한 고려한 MMORPG가 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기획을 거쳤습니다”
김남주 대표는 일례로 뮤 온라인의 개발이 한창 지속되던 2000년 당시 일본 마케터들과 개발자들이 회사를 방문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게임은 잘 봤습니다만, 이 게임의 시나리오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김남주 대표와 개발진들.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해 게임의 뼈대를 지속적으로 추가시켜나가겠다는 김대표의 말에 일본 개발진은 일찌감치 게임에서 손을 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물론 전체적인 세계관은 구성돼 있었지만 시나리오가 없는 게임이 무엇이냐는 당시의 질문은 패키지게임을 개발해온 이력이 전부인 사람들로선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충고였죠. 게임에 있어 시나리오가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희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획하던 뮤는 설명 드린 것처럼 유저들의 요구와 성향에 맞춰 재미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온라인게임’이었죠”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뮤는 성공했다. 일각에선 ‘뮤’의 성공이 획일적인 모습으로 일관되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폐단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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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리얼엔진 3로 제작된 샘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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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엔진 3로 제작되는 MMOFPS?
신규 MMORPG와 함께 웹젠 내부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은 언리얼엔진 3로 제작되고 있는 온라인 1인칭액션게임이다.
“국내에서 선보이고 있는 ‘방’ 개념의 온라인 1인칭액션이 아닌, 온라인게임과 1인칭액션을 접목한 MMOFPS가 될 것”이라는게 김대표의 설명이다.
이 타이틀의 제작은 곧 회사 내부로 입주할 예정인 델피아이스튜디오의 멤버들이 담당한다. 델피아이스튜디오는 시리어스샘 엔진을 이용, 1인칭액션게임인 ‘나이트로 패밀리’를 개발해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은 업체로 지난 5월 6일 웹젠으로부터 자산인수됐다.
“새로운 온라인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대뜸 ‘언리얼엔진 3’라는 대답을 하더군요. 델피아이스튜디오를 인수한 이유는 단순히 해외인지도나 타이틀의 중요성이 아닌, 훌륭한 재원에 있었습니다. 그들의 결정을 믿고 언리얼엔진 3를 도입하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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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피아이스튜디오의 `나이트로 패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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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의 신규 MMORPG와 더불어 2005년 E3에서 함께 발표될 이 작품은 개성만점의 상상력을 자랑하던 델피아이의 경력처럼 꽤나 엽기적인 컨셉을 들고 나올 예정이다. 이제 막 엔진을 도입, 기초컨셉을 잡고 있는 탓에 게임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순 없지만 현대나 SF를 배경으로 하되, 판타지도 접목될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웹젠이 준비 중인 MMORPG가 아시아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이 타이틀은 북미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야심작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꽤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언리얼엔진 3의 도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김대표는,
“어떻게 보면 나스닥 상장으로 해외에서 유입된 자본을 현지시장에서 새롭게 이용하는 셈이죠. 가격 역시 언리얼엔진 2 수준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웹젠에서는 내부에서 개발되고 있는 캐쥬얼형식의 온라인게임들과 델피아이스튜디오에서 가져온 파르페통신 등 3여종의 프로젝트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개발 스튜디오 영입은?
최근 웹젠은 해외 개발스튜디오 및 개발자 영입에 대한 다양한 루머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결국 무위로 그쳤지만 빌로퍼나 브라이언 파고 등 해외의 유명 게임업계관계자들의 영입설로 주가가 오르내리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는데….
“외부에서 언급된 인물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정말 다양한 스튜디오와 개발자들을 만나왔습니다만 이는 보통의 국내 퍼블리셔들도 진행하는 ‘미팅’에 불과하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능력있는 스튜디오 영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회사의 미래를 위한 절실한 타개책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짐짓 염두에 두거나 이미 계약이 완료된 스튜디오가 있기라도 한 듯 여유로운 말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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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로퍼와 브라이언 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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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표는 특히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이나 개발사를 영입함으로서 회사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노출시키는 일은 웹젠이 추구하는 방향과 분명히 다르다고 못 박았다. 새로운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해가며 개발사 영입에 정력을 쏟지는 않겠다는 것.
그것은 배고픈 시절에 게임을 만들던 아픈 추억에 기인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김대표가 이야기하는 재밌고도 가슴 아픈(?) 일화 한 가지.
“90년대 초중반 미리내소프트 시절이었죠. 우리가 제작하던 슈팅게임 ‘그날이 오면’의 수출을 도모해보고자 게임샘플을 미국의 여러 유통사로 보냈었습니다. 대답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모 유통사에서 ‘그날이 오면’의 샘플과 함께 회송된 문구가 참 충격적이었죠. 「경고 - 다시는 이처럼 퀄리티가 떨어지는 타이틀을 보내지 마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우리를 뭘로 보고 이런 타이틀을 보내느냐’라는 뉘앙스의 대답까지…. 그 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참 해외에서 게임사업하기 좋은 시대라고 생각됩니다”
미리내소프트의 ‘그날이 오면’ 시리즈는 소프트액션의 ‘폭스레인저’와 함께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비행슈팅게임이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게임이 마치 해적타이틀처럼 취급받았던 당시의 기억은 지금까지 김대표의 기억에도 또렷했다.
“지금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미국의 여러 개발사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죠. 임원급들의 인사까지 나와서 우릴 맞이하고 정중히 배웅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전박대를 당하던 시절이 생각나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물론 국내 게임업체가 이처럼 좋은 대우를 받기까지는 엔씨소프트 등 여러 업체들이 노력한 결과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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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으면 쓰지 말고, 일단 썼으면 끝까지 믿고 맡겨라” 김대표가 어느 책에서 인상 깊게 본 문구다. ‘사람이 곧 재산’이라는 철칙을 고수하고 있는 그는 ‘다시 뽑아 쓰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홀대하는 일부 업체들의 모습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었다. “물론 일에 관련된 사항에 있어서는 문책이 있을 수도 있고 언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상급자가 하급자의 실수에 대해 인성까지 건드리는 발언을 하는 건 정말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불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상급자가 직원들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도 문제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일하느냐’라는 식의 대우는 결국 회사의 근간을 흔들리게 만드는 팀 내 불화의 원인이라고 김대표는 강조했다. |
‘뮤 하나로 버티는 웹젠, 주가관리 백약무효’, ‘성장모멘텀 확보가 시급한 회사’ 등 불과 1년 전만해도 게임업계의 총아로 불리며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웹젠은 이제 정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왠만하면 이슈를 터뜨릴 때도 됐는데…”라는 주변의 우려 섞인 충고에도 불구하고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는 김남주 대표. 웹젠의 새로운 돌파구가 공개될 시점은 아직도 흐릿한 상황이지만 붓 하나만을 들고 게임시장에 뛰어든 한 미술학도의 수채화는 이제야 스케치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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