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그라비티, 상장취소 노린 정지작업 시작하나
2006.01.25 10:58 게임메카 김명희
그라비티의 23일 발표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그라비티의 잇단 스캔들이 나스닥 상장취소를 노린 정지작업(整地作業)이라는 분석이 나와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그라비티는 김정률 전 회장을 업무상 공금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발표했다. 횡령액은 작년 10월 밝혀진 기존 60억 원에서 30억 원이 추가된 90억 원의 규모로 홍콩 소재 은행등을 통한 환치기 수법까지 공개하며 검찰에 고발한 것.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라비티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에 의해 정밀조사를 받고 있다며 나스닥 상장취소 가능성까지 스스로 언급했다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그라비티의 행보에 한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상장취소 가능성, 이미 예정돼 있었다?
나스닥 상장취소 가능성이 그라비티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라비티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그라비티의 상장폐지설이 처음
대두된 것은 작년 9월 류일영 회장 단독체제의 출범으로 겅호와의 합병 가능성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이후 지스타 행사기간에 불거진 윤웅진 전 사장의 보직해임건과 그라비티가 전 경영진의 공금횡령 혐의 등을 이유로 과거 재무제표를 전면 재작성 하겠다고 나서면서 이 의혹은 본격화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김정률 전회장의 공금횡령 등의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그라비티가 내부 스캔들을 외부에 공개한 이면에는 나스닥 상장 취소를 위한 사전 포석 작업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잇단 고소고발 사건으로 얼룩진 그라비티의 주식가치는 25일 현재 상장 당시 14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달러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는 형편.
현재 그라비티 측은 “회사 신뢰도에 문제가 되더라도 불미스러운 모든 일을 정리하고 이번 기회에 기업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일련의 의혹들을 일소에 부쳤다.
▲ 그라비티, 나스닥 상장취소의 배경은 소프트뱅크?
제기되고 있는 상장취소설의 배경에는 그라비티의 실질적인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존재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제까지 소프트뱅크는 가능성 있는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후, 상장하고 그 과정에서 얻는 평가이익을 바탕으로 다시 자금을 조달, 기업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실례로 소프트뱅크는 야후나 세계최대 출판회사인 지프데이비스 같은 우량기업을 인수하고, 이들의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 다른 인터넷 관련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라비티 대주주인 류일영 회장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막내동생인 손태장 겅호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EZER의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이는 그라비티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대다수의 의견.
무엇보다 상장이 폐지되더라도 소프트뱅크를 등에 업어 자금사정이 풍부한 그라비티로서는 까다로운 공시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차후 그라비티는 겅호와의 합병을 통해 자스닥 상장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에서 예상하는 수순의 하나다.
만약 나스닥 상장 취소 후 그라비티가 소프트뱅크 계열에 합병된다면 실질적인 영향력은 사라지고 소프트뱅크 계열사의 한국진출 전진기지로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라비티의 상장취소에 앞서 주가가 바닥까지 추락하고 난 후에 ‘라그나로크 2’의 사업계획이 발표되면 주가반등의 호재가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라비티는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그라비티가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게임 기업으로 재도약할 지, 아니면 소프트뱅크계열사의 자회사로 탈바꿈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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