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온라인 게임쿠폰, ‘대포폰’으로 줄줄 샌다.
2007.02.15 17:07 게임메카 김시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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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고등학생인 한 아무개 군(18)은 얼마 전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통해 ‘던전 앤 파이터’의 아이템 중 하나인 ‘레테의 강물’ 쿠폰을 샀다. ‘던전 앤 파이터’ 공식 샵에서 ‘레테의 강물’을 사려면 19,900원이 필요하지만 한 군은 아이템 중개사이트에서 2개 12,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쿠폰을 구매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거래를 몇 차례 경험한 한 군은 아이템 거래사이트에서 저렴하게 유통되는 쿠폰이 정상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은 불법적인 물건임을 알게 되었지만, 싼 가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계속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친구들에게 권하기도 하고 있다. |
19,900원짜리 아이템이 어떻게 6,400원이라는 가격에 유통될 수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이를 “대포폰을 이용한 일종의 휴대폰깡”이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명의도용 불법 핸드폰, 일명 ‘대포폰’을 통해 온라인 게임 쿠폰이 유통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불법행위가 ‘피해자가 극히 적다’, ‘불법행위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위의 사례는 대포폰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쿠폰 유통의 대표적인 경우다. 현재 몇몇 게임개발사들과 SKT, KTF, LGT 등 통신사들은 게임의 쿠폰을 판매할 수 있는 모바일 멤버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 멤버샵에 등록되어 있는 게임들은 ‘던전 앤 파이터’, ‘카트라이더’, ‘메이플 스토리’, ‘겟 엠프트’, ‘프리스타일’ 등 주로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부분 유료 온라인 게임.
모바일 멤버샵은 대부분 월 3,000원의 정액제로 운영되고 있다. 개발사들과 통신사들은 멤버샵 회원들에게 서비스로 매달 5,000원 상당의 아이템 쿠폰을 제공하고, 모바일 상에서도 온라인과 동일하게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도록 샵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대포폰 업자들이 이 서비스를 악용해 무료로 쿠폰을 다운받고,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통해 쿠폰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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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포폰을 통해 멤버샵 쿠폰이 유통되고 있다 |
멤버샵 쿠폰 중 30% 대포폰으로 유통, “아이템 거래사이트에서 안 사면 바보”
이렇게 불법적인 유통 경로를 거친 게임 쿠폰은 전체의 어느 정도나 차지하고 있을까? 모바일 멤버샵에 등록되어있는 특정 게임의 개발사는 “회수되는 모바일 멤버샵 쿠폰 중 약 30%가 대포폰을 통해 유통된 게임쿠폰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쿠폰이 대포폰으로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인터뷰에 응한 김 아무개 군(28)은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싼 가격에 쿠폰을 사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 라며 “주위의 친구들 대부분이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멤버샵 쿠폰을 사 아이템을 얻는다.”고 말했다.
아이템 베이 등 주요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점검한 결과, 멤버샵에 등록된 게임의 경우 주요거래 품목이 멤버샵 쿠폰이었으며, 인기가 많은 게임일수록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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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쿠폰들
업자들은 아이템 거래사이트에서 50장 혹은 100장 단위로 멤버샵 쿠폰을 제시하며 장사를 하고 있었다. 쿠폰 매매를 빌미로 한 판매자와 접촉해 본 결과, 이들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모바일 샵에서 쿠폰을 다운로드 받아 판매하고 있었다
이들의 거래실적을 파악해 보면 대부분 3~4개월 사이에 수 백만 원 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많게는 수 천만 원대의 실적을 올린 업자들도 있다. 물론 이들이 게임쿠폰만으로 이런 매출을 올렸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적어도 온라인 게임 쿠폰의 거래가 쉽게 넘겨버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피해자 없는 불법유통, 청소년층 범법행위에 그대로 노출
사실 대포폰으로 유통된 게임쿠폰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개발사는 결제 데이터에 근거해 통신사로부터 쿠폰대금 전액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사는 쿠폰대금을 100% 받을 수 없다. 모바일 샵에서 결제된 아이템 대금은 정보 이용료로 분류돼 휴대폰 대금과 함께 청구되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대포폰으로 결제된 경우, 통신사는 청구된 대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포폰으로 구매된 아이템 대금의 경우, 통신사는 결제 데이터에 의해 개발사에 쿠폰대금을 지급하지만 구매자로부터 결제대금을 받지는 못한다. 쉽게 말하면 개발사는 제대로 돈을 받지만 통신사에서는 대포폰으로 인한 미수금이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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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법자는 있지만 피해자는 없다? |
미수금이 통신사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불법행위는 더욱 드러나기 힘들다. 대형 통신사는 전체 매출에 비해 극히 적은 양인 미수금에 대해 일일이 신경 쓰지 않을 뿐더러, ‘제대로’ 쿠폰 대금을 받은 개발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름대로 ‘신용거래’를 구축한 ‘업자’들과 구매자들의 끈끈한 관계는 사기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불법행위들은 탄력을 받고 있다. 불법유통의 실질적인 현장인 아이템 거래 사이트 역시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게임메카가 한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이 문제를 직접 문의한 결과 “우리로선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는 쿠폰들이 대포폰을 통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사이버 수사대에 문의한 결과 이로 발생한 피해사례가 극히 적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대포폰 유통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통신사 역시 발생한 미수금을 보험처리 하는 것으로 알려져, 결국 ‘범법자는 있는데 피해자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청소년 소비자 생각한다면 서비스 중단해야
법무법인 넥스트로의 박진식 변호사는 “대포폰을 이용한 게임쿠폰 유통을 법적으로 해석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대포폰 자체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그로 인해 유통되는 콘텐츠를 ‘장물(贓物, 사기, 절도 등으로 부당하게 취득한 물건)’로 봐야 하는지의 여부는 (법적으로)좀더 숙고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법적으로도 대포폰을 통한 게임쿠폰의 유통과정을 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말 문제가 없을까?
취재를 진행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싼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쿠폰들이 대포폰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들에게 쿠폰의 유통의 실태를 이야기해주자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은 이런 불법유통 쿠폰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싸게 살 수 있는데 문제될 것 있나요?”
드러난 피해자가 없고, 제제의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이런 불법행위가 묵인되는 사이 청소년들은 범법에 대한 내성(耐性)을 키워가고 있다. 법적으로 불법유통을 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 모바일 멤버샵 서비스를 중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모바일 멤버샵에 등록된 한 게임업체의 관계자는 “(멥버샵 서비스로 인해) 큰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불법유통에 서비스가 악용된다는 것이 우리에겐 부담. ”이라고 말했다.
이해관계를 떠나서 개발사-통신사-거래 사이트로 이어지는 관계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제제 혹은 해결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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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니까 괜찮다? 한 거래 사이트에서 1/5 가격으로 아이템 쿠폰을 판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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