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사람 ‘부자 개발자도 가난한 개발자도, 초심은 하나!’웹젠 강기종 PD
2007.10.09 15:23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웹젠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차세대 MMOFPS ‘헉슬리’가 얼마 전 성공적으로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마쳤다. ‘헉슬리’의 개발을 시작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총괄해 온 강기종 PD에게는 이번 추석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로 만들었냐, 개발비는 회식비로 썼냐
처음 강기종 PD를 만나면, 독특한 그의 외모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길게 자란 머리와 수염에서는 ‘외모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식의 도인의 풍모마저 느껴진다. 외모만큼 성격도 특이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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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카리스마’와 ‘포스(?)’를 기대하면서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부드러운 웃음과 시원스러운 말투를 듣다 보면 그 같은 선입견은 쉽게 사라진다. 헉슬리의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에 대해 강PD는 ‘재미있고 즐거웠다.’라는 감상을 내놓았다. 3년 동안 쏟아 부은 노력들이 평가 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날카로운 말이 오가면서 괴로울 수도 있는 시간들을, 그는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
“그 동안 E3나 지스타에서 부분적으로 게임을 공개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게임을 전부 공개해서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 것은 처음이었어요. 일반유저인 척 하고 게임에 들어가 같이 게임도 많이 했어요.
특히, 채팅을 많이 했는데 ‘발로 만들었냐?’라고 일부러 채팅창에 욕도 하고 그랬죠. 그러면 유저분들이 ‘1차 클베인데 이정도면 괜찮지 않냐’라고 많이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또 게임 하다 보면 우리팀원들도 보여요. 아이디 보면 서로 알거든요. 그런데 그 팀원이 유저인척 ‘와, 게임 괜찮지 않아요?’라고 그래요. 우리끼리 ‘너무 바람 잡는다’고 막 웃고 그랬죠.”
그는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에 대해 비교적 만족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테스트 중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점차 보강해나갈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강기종 PD는 개발팀 내부에서 ‘발로 만들었냐, 개발비는 회식비로 썼냐’라는 자학적인 농담이나 비판도 거리낌없이 오간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만들어도 못 만든 부분은 못 만든 건데, 돌려서 이야기할 수 없죠. 유저들이랑 똑같아요.”
‘니트로패밀리’는 틈새시장을 노린 B급 게임의 성공사례
3년 전, 강기종 PD가 몸을 담았던 소규모 개발사 델피아이에서 개발했던 FPS게임 ‘니트로패밀리’는 E3에서 의외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낮은 그래픽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엽기적인 게임성과 양손 무기 사용 등 게임은 매니아층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잠시,‘니트로패밀리’에 대해 소개해볼까? 게임은‘양키센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근육질의 캐릭터가 부인을 등에 업고 다니며 총을 쏘는 내용이다. 게임의 컨셉이 미국, 러시아 등에 있는 마피아와 마약상들을 처치하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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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델피아이에서 개발한 1인칭 슈팅게임 `니트로패밀리` 개발팀에서 붙인 게임의 또다른 이름은 `스매싱 할리데이(Smashing Holyday)`일만큼 잔인하고 경쾌한 액션이 게임의 메인 컨셉이었다. |
위급한 상황에서는 등에 업혀있는 부인이 하늘을 날며 무차별로 폭탄을 퍼붓는다. 적들을 연속으로 사살하면 ‘엑스터시모드’에 들어가 주변의 적들이 슬로모션으로 움직이고, 음악도 시끄러운 록음악에서 장중한 클래식 음악으로 바뀐다. 낮은 기술력으로 똑같은 게임을 개발해서는 해외의 유명 개발사들과 싸워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독특한 승부수였다.
“양키센스라고? 우리팀엔 양키가 없었는데(웃음). 당시에 미국 게이머들도 이상하다고 말한 게임이에요. 그 때는 모험적이었죠. 저는, 처음에 개발에 들어갈 때부터 성공의 마지노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도 제가 기획자였는데, 안 망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디렉터로서 일차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색다른 것을 만들지 않으면 승산은 없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선댄스’같은 B급 게임을 만들자고 계획했죠.”
‘C를 배워라’는 말에 무작정 찾아간 이대 앞 전산학원
강기종 PD는 과거에는 드물었던‘전문 기획자’로 시작한 1세대 개발자에 해당한다. 국어국문과 출신인 그는 군대까지 다녀오고 나서야 게임 개발을 해야겠다고 늦은 결심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무척 게임을 좋아했지만, 막상 게임 개발을 시작하려니 그 역시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게임을 배울 수 있는 곳이나 회사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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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가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되는지 하나도 몰랐어요. PC통신에 가서 글을 올렸죠. 게임 개발을 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랬더니 답변이 올라왔는데, 그게 ‘C를 배워라’고 딱 올라온 거에요. (웃음)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무작정 이대 앞에 있는 XX전산처리학원에서 6개월인가 다녔어요. 이후에 기획자로 소프트액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죠. |
초창기 국내 게임 개발사였던 소프트액션에서 개발을 시작한 이후, 그는 기획자로서 점차 자리를 굳혀 나갔다. 특히, 델피아이에서 ‘니트로패밀리’를 개발했던 경험은 그에게 여러 가지 자산을 안겨주었다. 게임 기획에서부터 개발, 사운드 제작팀 섭외, 해외 유통까지, 마케팅팀이 따로 없는 상황에서 강기종 PD와 델피아이는 ‘일인다역’을 소화해내야만 했다.
“니트로패밀리 개발하면서 배경음악으로 19곡을 만들었는데, 뉴질랜드 밴드한테서 음악을 받았어요. 국내 밴드에서 제대로 된 록음악을 만들려면 훨씬 비싼데, 뉴질랜드 밴드라서 500만원 밖에 안 들었어요. 생각보다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E3같은 곳에서 받은 명함으로 직접 연락해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죠.”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국내에는 출시할 수 없었지만, ‘니트로패밀리’는 세계 20개국에 진출했고 Xbox 제작 제의까지 받았다. 그리고 2004년 국내 최고의 게임개발사 중 하나인 웹젠에 프로젝트와 함께 델피아이는 통째로 인수됐다. B급게임 ‘니트로패밀리’가 글로벌 개발 프로젝트인 ‘헉슬리’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웹젠에서 투자를 받는다면, 더 이상 얼마나 싸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으면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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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종 PD는 틈새시장을 노려 어렵게 만들었던 니트로패밀리보다 색다르게 만드는 동시에, `모든 부분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들어야하는` 글로벌게임으로서 헉슬리 제작이 훨씬 까다롭다고 이야기했다. |
기존 게임을 변형해 만드는 것이 안전한 개발은 아니다
하지만, ‘헝그리’개발이 ‘럭셔리’개발로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스무 명이었던 개발인원은 백 명 이상으로 불어났고,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던 조직은 사람들이 바뀌면서 안팎으로 불신에 시달렸다.
“처음에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환경 차이도 있고 백 명이란 개발자가 한꺼번에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당연히 어려움이 생기죠. 특히,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특이한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부족해요. 나는 그게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있던 게임을 조금씩 변형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왜 이렇게 힘든 게임을 만드냐’, ‘힘든데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데 왜 만드냐’, 1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왔어요. 물론, 요즘은 다르죠. 지금은 서로 이해하고 모두 `재미있을 것 같은데`, 라고 자신감도 붙고 기대도 커요.”
한국 게임역사상 전례 없는 엽기게임으로 기억될 ‘니트로패밀리’를 개발했던 작은 개발사 델피아이, 그리고 웹젠으로의 신분상승(?). 그는 지난 3년의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강기종 PD는 ‘정신 없이 지나온 시간이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라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가까이에서 본 그는 지금도 정신 없이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차분한 대답이 힘들어 보였다.
‘헉슬리’가 세상에 완전히 공개되는 다음 순간에도, 그가 지금처럼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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