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운드에 대한 인식, 달라져야 할 때–워크스페이스 이규형 실장
2007.11.07 18:26 게임메카 나민우 기자
보통 게임을 평가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가 바로 사운드다. 게임 사운드는 그래픽이나 시스템처럼 직접적으로 나타나진 않지만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게임 그래픽이 아무리 멋지다 하더라도 효과음과 배경음악이 없거나 어설프다면 과연 게이머가 멋진 게임이란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여기 게임 사운드 제작에 10여 년 간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이 있다. 그는 바로 게임 사운드전문 제작 스튜디오인 워크스페이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규형 실장이다. 국내에서 몇 안되는 게임 사운드 전문가중 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기 무섭게 현재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게임 사운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꼬집었다.
“한국에선 게임 사운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선 이런 인식은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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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해외 온라인 게임, 비디오 게임 등의 사운드수준은 많은 자본과 기술력을 투자해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국산 게임들의 사운드 수준이 세계수준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는 상황. 세계를 상대로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현시점을 상기해보면 먹이사슬에서 피식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는 단적인 예로 ‘스타크래프트’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음원(소리를 만들어 내는 전기신호: 소리의 다양함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개수를 들었다. 프로그래밍적으로 조작된 음원을 제외하고 ‘스타크래프트’는 약 950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약 6,600개에 달하는 것. 이에 비해 한국 MMORPG 게임들은 대부분 1,000개를 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MMORPG가 음원 개수에서 조차 10년 전 출시된 PC게임인 ‘스타크래프트’보다 적은 상황입니다.”라고 한 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국내 개발사들은 아직도 10년 전 인식을 그대로 답습
그렇다면 이런 상태까지 이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 실장은 “개발사들의 인식이 시대의 흐름을 뒤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그가 ‘바람의 나라’의 게임 사운드를 작업했던 약 10년 전만 해도 게임 사운드는 ‘없으면 어색한 존재’ 정도였다. 사운드 기술이 미미했던 그 시기의 게임들은 그래픽적인 요소가 질 좋은 게임의 판단기준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까지도 국내 개발사들이 그 당시의 인식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는 “국내 많은 개발사들이 약 10년 전 사고방식을 아직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제는 국내 게임 개발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개발 막바지에나 들어서 급하게 사운드 작업을 시작한다는 것. 그는 “국내 개발사들의 경우 개발 막바지에야 와서 급하게 사운드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보다 사운드 개발보다는 일정에 맞추는 것이 핵심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질 좋은 게임 사운드가 나오기 힘들죠.”라고 말했다.
게임 사운드를 개발하는 것은 단순히 타격음이나 배경음을 만들고 재생시켜주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주변 환경 소리, 맵의 배경에 걸맞는 배경음, 호쾌한 타격음 등을 만들기 위해선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는 게임에 알맞은 사운드를 제작하기 위해선 그 게임의 세계관과 배경 같은 게임 내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영화 ‘반지의 제왕’의 ‘나즈굴’의 울음은 적을 위협하는 듯하지만 한편으론 슬피 우는 듯한 소리를 냅니다. 마치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후회하듯 말이죠. 만약 사운드 제작자들이 ‘나즈굴’이란 존재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다면 이런 멋진 사운드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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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게임 사운드를 제작한 대표작들 |
국내 개발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
그렇다면 그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까? 이 실장은 게임 사운드에 대한 게임 개발사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개발사들의 인식변화입니다.”라며 “게임 개발초기부터 배경 세계관, 재미적 요소 등을 고려해야 보다 더 좋은 게임 사운드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예로 유명 뮤지션을 초빙해 게임 사운드를 제작한 ‘아이온’이나 ‘헉슬리’ 등을 예로 들면서 “이 분들은 개발초기부터 사운드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이런 형태가 다른 국내 개발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개발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겠지요. 개발사들의 의지 없이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사운드는 게임의 ‘조연’이다. 그래픽이나 시스템처럼 전면에 나서서 자신을 뽐내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관을 확장하고 표현하는데 있어 그래픽 못지 않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그래픽과 시스템을 보다 멋지게 살려주는 ‘숨은 주역’인 것이다. 영화에서 조연들이 어설픈 연기를 펼친다면 과연 주연이 멋지게 살아날 수 있을까? 멋진 게임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멋진 주연뿐만 아니라 멋진 조연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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