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일본 진출, 끝이 아니라 시작
2007.11.19 15:06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지난 KGC2007 행사장에서 유명 게임 저널리스트이자, BBA 온라인 게임 부회 이사인 키요시 신은 일본 온라인 게임 산업에 닥친 위기와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를 통해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가 지난 AOGC2007에 참가하여 주장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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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장은 일본 게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한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반발’에 가까웠다. 누구는 그의 주장의 빈틈을 지적하며, ‘온라인 게임 안티가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한계에 부딪혔는가?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도쿄게임쇼에서 사라진 온라인 게임을 보며 기자의 이 같은 의문은 더욱 강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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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키요시 신은 일본 온라인 게임 산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의 근거로, 일본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서비스하고 있는 겅호에 대한 주식시장의 부정적 평가를 들었다.
“주가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반영하는 시장이다. 현재로서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겅호와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해 ‘보합(제자리걸음)’이라고 평가하며, 이 정도의 규모만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그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PC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일본 내의 부정적 인식이다. ‘약 150억 엔의 아이템현금거래 시장이 존재한다’, ‘다른 게이머의 아이템을 가로채 이득을 취한다’, ‘중국 쪽 해킹으로 인해 사회문제가 야기된다’ 등 최근 일년 동안 PC 온라인 게임에 대한 기사는 부정적 뉴스만 주로 나왔다고 그는 주장했다.
라그나로크에서 발생한 운영자(GM)의 게임머니 복사 및 불법거래 파문은 일본 온라인 게임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당시, 게임회사의 대응이 미흡했고, 라그나로크를 중심으로 게임 내 RMT(Real Money Trade: 아이템현금거래) 문제가 확대되었다.
아이템현금거래에 익숙한 한국 게이머와 달리 일본 게이머들은 RMT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는 게이머들의 탈퇴와 커뮤니티 내에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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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내에서 일어난 RMT와 운영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회사 측에 항의하는 유저들의 시위 모습 (일본 라그나로크)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체포된 게임운영자는 법원을 통해 약 330만 엔의 손해배상 청구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게임운영자가 복사한 게임머니로 취한 이득은 3,000만 엔에 이른다. 겅호는 판정에 불복, 상급법원에 상고했다.
그는 현재 일본 게이머들은 한국 온라인 게임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온라인 게임의 광고 비용은 시장 초기인 2003년에 비해 무려 4~5배나 증가했지만, 더 이상 새로운 게이머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공급되는 게임의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며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 다운로드와 인스톨의 어려움 ▲ 회원등록의 불편함 ▲ 한정된 결제방법 ▲ 마케팅, 프로모션의 한계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 정체가 아닌 느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는 키요시 신의 주장에 대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있는 한국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전혀 다른 대응을 내놓고 있다. 그들은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보다 큰 투자와 다양한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네트워크 기술력 등 온라인 게임 개발에 필요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성공 가능성 역시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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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일본인들이 인터넷이나 PC 온라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 NHN, 넥슨, 엔씨소프트 등의 인터넷 기업들이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인 것에 반해, 일본에서는 아직 비인기 기업이라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사회적 인식의 대부분이 부정적이다라는 주장과 달리, 인터넷 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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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시간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산업의 기반이 이동한 한국에 비하여, 일본의 인터넷 산업 성장 속도가 느린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SNS(Social Network Service와 블로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으나, 커뮤니티나 사이트 자체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친 사건의 발생으로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만큼 일본인은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느린 변화를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 자체의 한계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
첫째, ‘안정 지향’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현지 업체들이 사회적 인식 부족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신뢰’와 ‘다양한 접근방식’, ‘투자’라는 정공법이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닌텐도는 안전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게임기의 작은 결함에도 전량 리콜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잡은 야후재팬의 전략은 다름아닌 ‘미움 받지 않은 기업’이다.
일본의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안정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이는 서비스 초기의 인터페이스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야후재팬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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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NHN재팬은 인터넷 기업을 기피하는 인재를 위해 사내 조직을 개편하고, 복지수준을 높였다. 인기 있는 게임보다 자사의 포털을 찾아오는 유저들의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용자들이 자주 사이트를 방문하도록 채팅, 커뮤니티, 아바타 등의 콘텐츠를 강화하며 시너지 효과를 살렸다. 단순히 게임을 나열하기 보다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하고 이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게임의 성격을 나누어 서비스했다. |
둘째, 대규모 투자와 애니메이션, 현지 개발로 ‘물꼬’ 튼다
정체기에 이르렀다는 전망과 달리 대규모 투자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진출 및 현지 개발스튜디오의 설립 등 한국 업체의 일본 사업은 한층 활기를 띄우고 있다.
먼저, 네오위즈게임즈는 ‘게임온’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일본 게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게임온은 일본에서 ‘붉은보석’, ‘뮤’ 등을 서비스하는 유력 게임 퍼블리셔로, 네오위즈게임즈는 이번 인수를 통해 그 동안 부진했던 게임포털 ‘게임츄’의 재도약을 모색 중이다. 이번 게임온 인수에 투자된 금액은 500억 원에 이른다.
넥슨 역시 `메이플스토리`, `테일즈위버`, ‘마비노기’ 같은 자사의 게임 서비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TCG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도 사업확장을 시도 중이다. 일본 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낮기 때문에 비교적 접근성이 높고 인기 있는 브랜드로 일본인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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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부터 일본 텔레비전에서 방영을 시작한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 |
여기에 엔씨소프트는 일본 내 엔씨소프트 게임의 서비스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합작회사 ‘엔씨재팬(도쿄)’과 게임 개발 및 로컬라이징을 담당하는 개발스튜디오 ‘엔씨소프트 재팬(오사카)’ 두 개로 일본 시장 공략에 여념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리니지2 전체 매출(1,192억 원)의 약 20%가량이 일본에서 발생했다.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 제 2라운드 시작!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게임업체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는 일본 온라인 게임 협회가 설립되었다. 한국계 기업은 ‘게임온’과 ‘NHN재팬’만이 가입되어 있고, 많은 일본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이는 일본 내 게임업계가 공통된 문제인식을 가지고 산업 기반 형성에 나섰다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일본은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더라도 가입자당 평균수익율(ARPU)가 높기 때문에 많은 게임업체들이 매우 매력적으로 여기는 시장이다. 여기에, 높은 성장가능성과 수익에 비해 여러 가지 사업적 불안요소가 많은 중국에 비해 일본은 게임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함께 꼼꼼한 일 처리로 ‘신뢰할 만한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요시 신은 강연 마무리에서 “단순히 좋은 퍼블리셔를 만나서 게임을 계약하는 것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 온라인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느냐, 그 국가가 어떤 요소를 좋아하느냐 게임 개발 단계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가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의 한계와 그 원인을 알았다면,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실패한 시장은 없었다. 실패한 전략과 실패한 기업이 있을 뿐이다. 진짜 위기는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다. 결론적으로, 키요시 신은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안티이자 팬’이 아니었을까? 현재의 일본 시장에 대한 오해는 인터넷 산업에 대한 이해와 양국의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진 바가 크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게임 시장에 대해 쓴 소리를 해줄 ‘안티팬’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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