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유명 게임엔진의 `허와실`
2008.03.04 18:52 게임메카 나민우 기자
현재 많은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해외 유명 게임엔진을 구입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아바’, ‘헉슬리’, ‘아이온’, XL게임즈의 신작 MMORPG, ‘A4’ 등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기대작들 대부분이 해외 유명 게임엔진을 이용해 개발되고 있다. 또 해외 유명 게임엔진을 이용해 개발되는 국산게임의 장르 역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해외 유명 게임엔진 구입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게임의 질 개선과 경제적 효과, 유명 엔진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심리 등 유명 게임엔진 구입은 자체 엔진 개발보다 장점을 여럿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해외 유명엔진을 구입한 개발사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해외 유명 게임엔진을 구입했지만 국내 개발환경에 맞지 않아 버리지도, 그렇다고 사용하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메카는 해외 유명 게임엔진을 구입할 시에 반드시 고려해보아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언리얼 엔진3를 사용해 온라인 FPS게임 ‘아바’를 개발한 레드덕 정연택 개발실장을 만나 해외 유명 게임엔진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보았다.
게임엔진구입, 어떤 이득이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개발기간 절감효과다. 게임엔진은 단순하지 않다. 엔진에는 게임 구동에 필요한 수 많은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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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효과, 몬스터 AI, 3D 표현기능
등 그 종류가 다양하며 복잡하게 얽혀있다. 특히 MMORPG에 사용될 엔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MMORPG에 사용될 엔진 개발의 경우 일반적으로 적게는 2년 길게는 3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게임 개발기간을 2년으로 잡으면 벌써 5년이 넘어간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게임시장에서 5년이란 시간은 조선시대와 현대만큼 차이가 크다. 또 개발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동반되는 인력소모 및 개발비 증가는 개발사의 재정을 야금야금 갉아 먹기에 충분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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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리얼 엔진 3로 개발된 온라인 FPS 게임 `아바` |
이러한 이유에서 많은 국내 개발사들이 이미 개발되어 있는 엔진을 구입하고 있는 추세다.
게임엔진의 가격은 얼마?
그렇다면 해외 유명 게임엔진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가격은 구입 시 엔진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엔진에는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는데, 이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 물리효과, 몬스터 AI, 3D 표현기능 등 거의 모든 기능이 탑재된 엔진의 경우 10억 원에 육박한다.
이와 반대로 개발사에 필요한 몇몇 기능(대표적으로 3D 표현기능)만을 구입하는 경우엔 가격이 내려간다. 또 구입한 엔진을 사용해 만들어진 게임의 수익 일부분을 엔진 개발사에게 때어주는 방식으로(런닝 게런티) 구입비용을 낮출 수 있다. 쉽게 말해 자동차 구입 시 장착옵션에 따라 상당한 가격변동이 있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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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종류에 따라 엔진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현재 세계 4대 게임엔진으로 꼽히는
‘언리얼 엔진(기어즈오브워, 언리얼 토너먼트)’, ‘퀘이크 엔진(퀘이크4)’, ‘소스
엔진(하프라이프2, 카운터스트라이크 소스)’, ‘크라이 엔진(크라이시스)’은 타
엔진에 비해 가격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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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리얼 엔진 3로 개발중인 `헉슬리` |
이와 반대로 ‘게임브리오’ 같은 저가형 엔진도 존재한다. 이는 ‘마티즈’와 ‘그랜저’가 상당한 가격차이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밖에 유명 개발사에게는 홍보효과를 위해 게임엔진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엔진 구입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근 해외 유명 엔진을 구입한 후 낭패를 당하는 개발사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충분한 고려 없이 고가의 엔진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엔진을 구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 세 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우리 개발사의 프로세스에 적합한가? 엔진 구입 후 개발사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해외 유명 게임엔진은 모두 해외 개발사가 개발한 엔진이다. 때문에 엔진의 구조가 국내 게임 개발 프로세스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점이 많다.
예를 들어 국내에선 게임기획과 게임아트는 철저하게 다른 분야로 취급된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3의 경우 이 두 분야에 대한 개발능력이 있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서류만 보던 게임기획자가 갑자기 멋들어진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할까?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보통 게임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낼 때, 디자이너가 그림을 그려 프로그래머에게 전달해 게임의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3는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함께 해야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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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국내 개발사의 실정과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 역할 분담에 있어 혼선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엔진을 뜯어 고치거나 해당 개발자를 새로 교육시키는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른 비용과 개발기간 소모도 만만치 않다. 이는 언리얼 엔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해외 게임 엔진이 가진 문제점 이기도 하다. 따라서 엔진 구입 시 해당 엔진이 어떤 형태의 개발 프로세스에 알맞게 구성되어 있는지 반드시 체크해봐야 한다. 정 실장은 “언리얼 엔진3를 이용해 아바 개발할 당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 바로 적응이었다. 엔진 개발툴(Tool)이 국내 실정에 알맞지 않아 상당한 혼선이 있었다. 이런 점은 팀원들 간의 팀워크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게임 개발은 철저하게 팀워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위험한 요소 중 하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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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덕 정연택 개발실장 |
아바 개발 초창기에 레드덕도 이 문제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해서 당시엔 상당히 고생했다.”라고 말했다.
둘째, 엔진을 구입한 개발사에서 충분한 사후교육을 제공하는가? 대부분의 엔진 개발사들 역시 게임 개발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원활한 정보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엔진 개발사들이 게임 개발에 착수하면 엔진을 구입한 곳에서 보내오는 질문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실제로 언리얼 엔진을 개발한 에픽, 크라이엔진을 개발한 크라이텍, 소스엔진을 개발한 벨브, 퀘이크 엔진을 개발한 이드소프트 역시 모두 게임 개발사다.
또 대부분의 해외 엔진 개발사들은 체계적인 교육문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복잡한 엔진을 체계적인 교육자료 없이 제대로 사용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설사 어느 정도 마련된 교육문서가 있다 해도 언어의 장벽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그래머들의 경우 영문 원서를 이용해 공부해온 경험이 있어 무리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기획, 그래픽에 이르기 까지 거의 모든 개발팀원들이 원서를 통해 엔진 활용방법을 숙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엔진을 구입한 개발사에선 엔진개발사에서 받은 자료들을 개발팀원들에게 별도의 교육시간을 통해 숙지시켜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역시 만만치 않다.
따라서 엔진 구입 시에 엔진 판매사가 사후교육에 어느 정도 열의를 가지고 있는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정 실장은 “엔진 판매처는 대부분 배타적이어서 구체적인 문서 공유에 인색하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유명 개발사 외의 개발사들에겐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말아라’라는 식이다. 정보공유가 되지 않는다면 엔진을 구입한 개발사는 판매사에게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 구입 당시에 이러한 점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앞으로 발생할 진통을 이겨낼 의지가 있는가? 엔진 구입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 적응에서 발생하는 진통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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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게임엔진은 앞서 이야기한 점들 외에 다른 수 많은 문제를 안겨줄 것이다.
각 개발사는 마다 가지는 개성, 개발 프로세스가 달라 앞에서 언급한 점들 외에 다른
복병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멋진 엔진을 구입했다고 해서 반드시 멋진 게임이 탄생하라는 법은 없다. 엔진 구입에 따른 진통을 슬기롭게 대처하며 문제를 하나씩 넘어야 비로소 게임이 탄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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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이 엔진으로 개발중인 MMORPG `아이온` |
따라서 엔진을 구입해 게임을 개발할 때, 앞으로 발생할 문제들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정 실장은 “솔직히 엔진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자기 개발사에 알맞은 해답을 찾는 수 밖에 없다. 아마도 게임을 완성하기 까지 많은 산을 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닥쳐올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게임엔진 수입, 저평준화 문제에 특효약 될 수 있을까?
요즘 현재 국내 게임개발업계가 저평준화 되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캐주얼 게임이 주류를 이루면서 비교적 개발이 쉬운 게임을 선택하게 됐고, 이에 따라 개발자들은 자기 능력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점은 하루하루 발전하는 기술력을 보여주는 해외 비디오게임 개발업계와는 대조적이다.
해외 유명 게임엔진 수입이 기술력 저평준화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문제에 대한 정 실장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두 가지 길이 있다. 종속되느냐 떨쳐나가느냐다. 보통 엔진을 구입하면 엔진의 소스(일종의 설계도)도 함께 제공해 준다. 이를 자사의 노하우로 만들 수 있다면 떨쳐나갈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종속되어 버릴 것이다.
저평준화 문제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 중에 하나인데, 이미 온라인 게임은 글로벌 경쟁체제에 들어섰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 자신들만의 기술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레드덕 역시 아바를 시발점으로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중이다. 국내 개발사들도 이를 인지하고 여건이 된다면 해외 유명 엔진의 기술을 흡수해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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