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에 대한 ‘소고’
2008.11.03 19:24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진다고 합니다. 역사의 주인공이 바뀌는 현장이란 언제나 흥미로워 보이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간 후에야 제대로 알 수 있는 법이죠.
특히, 올해는 게임업계에서 어느 때보다 인수 합병의 바람이 거셌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거나 새롭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래된 역사의 주인공이 무대 뒤로 내려가면, 새로운 주인공이 인사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죠. 12월이 멀지 않은 지금 올해 게임업계에서 벌어졌던 세 가지 커다란 인수 합병과 그 무대 뒷이야기에 대해 되돌아봅니다. 돌이켜보면 게임역사의 한 장면이 될 모습입니다.
장면 1, 2008년 5월 21일 한빛소프트와 ‘헬게이트: 런던’
꽃샘 추위마저 물러간 완연한 5월 봄날, T3엔터테인먼트가 한빛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지분 인수 소식에 이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일사천리로 기자간담회가 진행됩니다.
5월 21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의 분위기는 약간의 술렁거림과 긴장감이 흐릅니다. 올해 게임업계가 처음 맞이하는 기업 인수 자리이며,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먹었다’는 식의 놀라움이 컸으니까요. 간담회 현장에서는 지분 인수 배경에 대한 간단한 발표에 이어, T3 측에서 준비한 십여 개의 게임라인업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게임라인업 소개를 위해 연단에 나선 기획팀장보다 자리에 앉아 게임에 대해 추가 설명에 나서던 김기영 사장의 모습이 더 인상적으로 기억됩니다. 누가 보아도 그 날의 주인공은 T3였습니다.
|
|
|
▲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삼켰다` 2007년 T3의 매출액은 317억원, 한빛소프트는 662억원이었다. |
중국 시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만큼 당시 지분 인수를 둘러싼 중국 자본(더나인) 유입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발표회가 끝난 뒤에도 게임업계의 한 역사를 장식한 만큼 한빛소프트는 많은 뉴스가 이어집니다. 그 대부분이 ‘헬게이트: 런던’과 관련된 소식이었죠.
이제 한빛소프트의 주인은 명실상부 T3 김기영 대표가 되었습니다. 무대 뒤로 물러난 한빛소프트 김영만 회장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반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여느 사장처럼 편히 쉴 수 있는 운명이 아닙니다.
‘헬게이트: 런던’을 둘러싼 판권 문제와 플래그쉽스튜디오의 폐업처리, 그는 김기영 사장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지금까지 한빛소프트 정상화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도 회사에 출근하며 ‘에이카’ 등 그가 맡았던 게임들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것으로 남은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헬게이트: 런던’의 실패가 가지고 온 결과라고 보기에는 그와 한빛소프트의 지난 시간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장면2, 2008년 10월 15일 네오플과 ‘던전앤파이터’
10월 15일 프라자 호텔에서는 네오플 비전발표회가 진행됩니다. 지난 7월, 물밑으로 이루어진 넥슨의 네오플 인수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간담회입니다. 상장사가 아닌 까닭에 당시 인수 금액은 대외비에 부쳐집니다. 이어 9월 초, 넥슨에서 개발 부문을 담당하던 서민 이사가 허민 전 대표이사를 대신하여 신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함께 네오플로 자리를 옮긴 김태환 전략기획실장은 넥슨에서 ‘허들시스템’을 운영한 바 있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서민 대표는 네오플 역시, 넥슨의 위젯이나 로두마니, 데브캣 같은 개발 스튜디오와 마찬가지로 브랜드를 가진 게임전문개발사로 키우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오늘날 네오플의 영광을 이룬 ‘던전앤파이터’는 11월부터 한게임이 아닌 단독서비스로 ‘홀로서기’에 나섭니다. 혹자들은 넥슨닷컴 서비스를 다음 수순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프리젠테이션은 수 많은 도표와 지표들 사이 어딘가 빛나는 네오플의 미래를 예고합니다.
|
|
|
▲ `던파마저 품에 안았다` 아직까지 정확한 인수금액이 밝혀지지 않은 넥슨의 네오플 지분 인수 |
당연한 이야기지만, 간담회 현장에 허민 전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넥슨의 임원진들이 대거 참여한 네오플의 이사진과 전반적인 행사 진행을 살펴봐도 그 날의 네오플은 넥슨의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가장 궁금해할 만한 `던전앤파이터2 개발 계획 없음` 역시 깔끔하게 명시된 문장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준비가 있었는지 짐작해봅니다.
최소 수 백억에서 수 천억 원에 이르는 인수금액을 둘러싸고, 회사를 떠난 허민 전임대표이사의 거취에 대해 궁금해하는 호사가들도 많습니다. 게임 개발자들은 영영 게임업계를 떠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국내 게임업계 최대 인수사례로 이야기할만한 그라비티 매각 이후, 돌아온 김정률 회장의 경우도 있으니까요. 허민 전 대표이사는 게임업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게 될까요?
장면3, 2008년 10월 29일 웹젠과 ‘헉슬리’
날씨가 빠르게 겨울로 달려가는 10월의 마지막을 며칠 앞두고, 웹젠의 신임 대표이사 취임 기자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이제 게임업계의 인수 합병은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올해 초와 같은 설레임이나 긴장감도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 가벼운 덕담과 인사가 오갑니다.
이미 준비된 웹젠 인수 배경에 대한 내용을 침착하게 읽어 내려가는 김창근 대표이사를 보며 기자는 자리에서 미리 나눠준 보도자료에서 같은 내용을 후루룩 읽습니다. 그에게는 일 년 전 즈음, NHN 게임 퍼블리싱 발표회 자리에서 만난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조심스러움이 더해진 듯 보입니다.
|
|
|
▲ 올해 가장 무서운(?) 활동을 보인 NHN, 퍼블리싱 사업본부에서 웹젠으로 자리를 옮긴 김창근 신임 대표 |
회사에 남아 ‘뮤2’ 프로젝트를 이끌 것으로 알려진 김남주 전임 대표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 준 사람과 넘겨 받은 사람 사이에서 더 불편한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헛된 생각에 잠시 사로잡힙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기자가 은근슬쩍 던진 “전임대표가 회사에 남아있는 것이 신경 쓰이지 않는가?”와 같은 질문에도, 김창근 신임대표는 웃으며 “도움을 많이 얻고 있다”라고 대답하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올해 초부터 계속된 웹젠의 인력 및 프로젝트 조정은 NHN게임스의 인수로 일단락된 듯 보입니다. 개발 부서로 자리를 옮긴 김남주 전임 대표를 제외하고는 조기용 부사장 등 창업 멤버의 대부분이 회사를 떠난 상황입니다. 게임업계 1세대 기업인만큼 남다른 세월을 지나온 웹젠의 빠른 정상화를 기대해봅니다. 아마 제일 먼저 듣고 싶은 소식은 일단 ‘뮤2’의 개발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역사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아직 두 달이나 남은 상황이라 얼마나 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질 지는 모르겠지만, 기자가 느끼기에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한 해였습니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는 말처럼 게임업계 인수 소식도 어느 때보다 많았습니다. 그 안에는 돈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수한, 혹은 알려지지 않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희극의 주인공이 되어 영웅의 대접을 받습니다.
역사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고 하죠. 패자가 승자가 되기도 하고, 다시 승자가 패자가 되기도 하는 반복의 이야기가 역사입니다. 지금은 무대 뒤로 내려간 웹젠 역시 ‘뮤’를 개발하고 나스닥에 직상장하며 많은 중소업체를 인수한 때가 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의 신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코스닥에 상장한 한빛소프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 역시 ‘신야구’ 국내 서비스 종료라는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반대로 NHN게임스 역시 100억원의 수업료라고 불린 ‘아크로드’의 사례가 있습니다.
과거의 주인공이 무대에서 내려갔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의 두 번째 도전, 역사의 제 2막을 기대합니다.
SNS 화제
-
1
석사·박사생 부려 승진하자, 교수 시뮬레이터 공개
-
2
사용료 지원, 콘진원 게임제작 AI 전환 지원사업 실시
-
3
페이커 포함,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대 최종 후보 발표
-
4
'섭종시 오프라인 지원 의무' 법안, 캘리포니아 하원 통과
-
5
[이구동성] 중소에겐 너무 높은 ‘게임시장 의자’
-
6
성우 공개도, 아주르 프로밀리아 '한국어 풀더빙' 지원 예고
-
7
‘도로’ 열쇠고리 판매, 니케 6월 동대문서 행사 연다
-
8
명탐정 코난 '란', 니케 '지엔' 성우 야마자키 와카나 별세
-
9
스팀 태그 대폭 개편, 뱀서라이크는 ‘탄막 천국’으로
-
10
[겜ㅊㅊ]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소울라이크 신작 5선
많이 본 뉴스
-
1
석사·박사생 부려 승진하자, 교수 시뮬레이터 공개
-
2
[이구동성] 중소에겐 너무 높은 ‘게임시장 의자’
-
3
페이커 포함,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대 최종 후보 발표
-
4
[겜ㅊㅊ]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소울라이크 신작 5선
-
5
검 만드는 소울라이크 '블레이드 오브 파이어' 스팀 출시
-
6
[오늘의 스팀] 서브노티카 2, 살생 불가에 찬반 팽팽
-
7
15주년 맞이한 테라리아, 크로스플레이 후 업데이트 지속
-
8
매진 대란 스팀 컨트롤러, 19일 정오 한국 재입고
-
9
팰월드 소송 제동 걸리나, 닌텐도 일본서도 특허 거절
-
10
사용료 지원, 콘진원 게임제작 AI 전환 지원사업 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