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서든, 크로스파이어가 같이 출발했다면? 스마일 게이트 권혁빈 대표
2009.01.20 19:10게임메카 김시소 기자
스마일 게이트 권혁빈 대표와의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작년 연말이다. 원래 한 해 동안 좋은 성과를 거둔 게임사의 대표를 인터뷰하려던 계획이었지만, 권 대표는 연말도 없이 중국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 만날 수 없었다.
새해 만난 권혁빈 대표는 무척 밝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하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회사운영에 숨통이 트여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리라. 개발 당시에 비하면 회사 인력도 100% 이상 늘어났다. 스마일 게이트가 이렇게 성장한 데에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이 큰 힘이 되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크로스파이어’는 중국(텐센트)에서 동시접속자수 70만 이상을 기록하며 FPS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베트남(VTC)에서는 동시접속자수 7만 이상을 기록하며 ‘오디션’과 전체 온라인게임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지난 2006년 네오위즈게임즈(당시 네오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네오위즈는 드래곤 플라이와 ‘스페셜포스’ 재계약을 두고 첨예하게 신경전을 펼치고 있을 때였다. ‘스페셜포스’의 재계약이 실패할 경우 ‘크로스파이어’가 네오위즈의 새로운 FPS 브랜드로서 역할을 담당해줘야 하는 상황. 하지만 결국 네오위즈와 드래곤플라이는 우여곡절 끝에 ‘스페셜포스’의 재계약에 합의했고, ‘크로스파이어’의 출발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 장악한 국내 FPS 시장에서 ‘크로스파이어’가 차지할 몫은 그리 크지 않았다. ‘크로스파이어’는 2007년 국내 오픈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주목 받을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중국 현지화 과정에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던 ‘크로스파이어’의 대역전극은 2007년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와 중국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된다. 2007년 7월 텐센트를 통한 중국 서비스가 결정되면서 ‘크로스파이어’는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게 된다. 권 대표에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 좀처럼 찾지 못했던 게임의 문제점이 텐센트와의 작업을 통해 드러났다. |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를 계약한 직후부터 자사에 2~30명의 상주 테스터를 두고 ‘크로스파이어’의 현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상주 테스터 인력 외에 FPS 매니아를 모아 상시적으로 리포트를 받는 작업을 6개월 이상 지속했다.
“텐센트와는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원하는 게임성이 나올 때까지 현지화 작업을 진행한다는 부분에 동의를 하고 작업에 들어갔어요. 결국 무기 밸런싱 부분은 원래 버전에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뀌게 되었죠. 비주얼과 큰 룰(모드)을 빼고는 거의 다 바꾸었어요. 덕분에 해외버전을 한국에 패치 한 후에는 국내 유저들의 반을 잃었죠. 1년 이상 유지해오던 게임의 밸런싱이 다 바뀌었으니까요.”
권 대표는 이런 현지화 작업이 지역 특색에 맞춘 현지화라는 의미보다는 게임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 감을 잡지 못했던 문제점을 인적, 물적 자원이 대규모로 투입된 중국 현지화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 유저들의 요구를 끊임 없이 맞춰줘야 하잖아요. 저는 텐센트와의 작업이 사실 현지화의 의미도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측면이 더 강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중국 유저들로 리포트를 받고 현지화를 진행했지만, 그 버전을 가지고 가서 베트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아시아 유저들의 성향은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시장의 환경이 조금 다를 뿐이죠.”
아마 국내에서 ‘크로스파이어’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했다 하더라도,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의 장벽은 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세 게임이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다면? 이런 물음에 대한 힌트를 ‘크로스파이어’의 베트남 서비스에서 엿볼 수 있다.
선점효과와 좀더 대중적인 FPS가 성공의 열쇠
“MMORPG에서는 즘 차이가 드러나지만 캐주얼 게임에서는 아시아 유저들의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대중화의 가능성을 지닌 이른바 ‘대세게임’이 시장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같은 장르의 게임은 들어오기가 힘들어요. 아시아 시장에서 캐주얼 게임의 성공조건을 꼽으라면 게임이 대중화 될 가능성을 품고 있어야 하고요, 일단 한 달이라도 시장에 먼저 들어가야 해요.”
‘크로스파이어’는 베트남에서 현재 동시접속자수 7만을 넘어서며 ‘오디션’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스페셜포스’가 제일 먼저 들어갔고 ‘크로스파이어’가 베트남 땅을 밟은 이후 ‘서든어택’이 간발의 차이로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권 대표는 한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두 게임이 ‘크로스파이어’에 밀린 이유를 각각 ‘선점을 빼앗겼고’, ‘상대적으로 하드코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성에는 ‘크로스파이어’의 저사양도 한 몫을 했다. 권 대표에 의하면 점점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아시아 시장에서 고사양의 온라인 PC게임이 대중적으로 성공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크로스파이어’ 이전에 중국에 진출한 국산 FPS이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 권 대표는 퍼블리셔 선정에 이유가 있다고 잘라 설명한다. 앞선 게임들이 퍼블리셔들과의 선정 및 소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크로스파이어`에게 까지 기회가 왔다는 이야기다.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퍼블리셔 텐센트는 ‘QQ닷컴’이라는 중국 최대의 포탈 사이트를 소유한 인터넷 기업. 포탈의 특성상 특정한 마케팅 없이도 유저를 몰아줄 수 있는 조건을 가졌다.
“텐센트의 경우에는 능력이 있었어요. 유저를 파악하고 유저를 모아줄 수 있는 능력 말이에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현지 퍼블리셔를 선정할 때 이런 점을 꼭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저풀이 많아도 몰아주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고, 또 반대로 자체 유저풀이 부족하더라도 퍼블리싱에 탁월한 인력들을 보유한 회사가 있거든요.”
또 일부 국내 업체 사이에서 팽배한 중국 퍼블리셔에 대한 불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북미나 유럽 회사들에 비해 중국은 인간적인 부분을 굉장히 중시해요. 보통 문제가 되는 경우를 보면 한국 쪽에서도 뭔가 빌미를 준 것이 있거든요. 계약이 됐다고 할 일만 딱 하고 그러면 나중에 갑자기 엄청난 후폭풍이 불 수도 있는게 중국과의 비즈니스입니다. 평소에 자주 찾아가소 부딪히면서 스킨쉽 하는 것이 중요해요.”
정리하자면 중국, 베트남에서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은 퍼블리셔 선정, 선점효과 그리고 대중적이고 저사양인 게임성 이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 경우라 할 수 있다.
연초에 하는 인터뷰이니만큼 마지막으로 권 대표의 새해소망을 물어보았다. 권 대표는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을 넘어서 스마일게이트가 캐주얼 전문 게임회사로 자리잡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했다.
“한국이 게임강국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사실 게임강국이죠. 하지만 온라인 게임만큼에서는 한국이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스마일 게이트는 특히 온라인 캐주얼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할겁니다. 물론 크로스파이어의 후속작도 만들어야죠. 아, 좋은 개발자들도 많이 확보해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쓸만한 프로그래머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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