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바나나 김찬준 대표 `엔진 제작사도 놀란 레드블러드 온라인`
2009.07.08 13:23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지난 주, 신생게임개발사 고릴라바나나는 약 2년여의 침묵을 깨고 ‘레드블러드 온라인’의 새로운 플레이동영상과 스크린샷을 공개했다. 지난 2006년 게임메카를 통해 최초 공개된 이 게임은 1세대 개발자 정무식 PD와 유명 만화가 김태형 작가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김태형 작가가 인기리에 연재했던 만화 ‘레드블러드’를 바탕으로, 액션 MORPG로 제작 중인 이 게임은 당시, 초기 개발버전의 동영상을 선보였다. 그리고 2년, 다시 ‘레드블러드 온라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릴라바나나 `레드블러드 온라인` 게임메카 관련 기사 모음 -[최초공개] `레드블러드 온라인` 액션어드벤처의 혁명! (2006) -[프리뷰] MMO+액션+어드벤쳐= 레드블러드 온라인 (2006) -[인터뷰] ‘레드블러드 온라인’개발자 정무식, 김태형 (2006) -[명인인터뷰] 게임은 또 다른 기회였다! 작가 김태형 (2008) |
고릴라바나나 김찬준 대표에게 오랜만에 게임 동영상과 함께 스크린샷을 공개한 이유부터 물었다. 김 대표는 웃으며 “게임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어느 날 갑자기 문 닫은 신생개발사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웃음).”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겨울, 마지막 방문 당시보다 조금 더 다듬어진 영상으로 조심스레 안부를 알린 ‘레드블러드 온라인’은 이제 막 알파 버전 개발을 마친 상태다. 게임이 첫 공개될 테스트 시기는 올 연말, 내년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동서양의 스타일이 혼재된 ‘레드블러드 온라인’은 원작 만화가 다루지 않은 이전 시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3번의 겨울을 지나는 동안 ‘레드블러드 온라인’의 개발인원은 변함없이 약 25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중형 MMORPG의 개발인원이 50여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개발인원이 소규모라는 생각도 들었다.
‘알파버전 완성’ 올 연말 첫 테스트, 2010년 서비스가 목표
이에 김찬준 대표의 설명은 베테랑 개발자들과 함께 하는 기획작업이 우선이기 때문에 당장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 기획 및 시스템 구성 작업이 끝난 지금부터, 본격적인 ‘양적’ 콘텐츠 확보에 나설 차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니지’ 기획팀장 출신인 이정욱 총괄을 비롯하여, 개발팀 대부분이 ‘리니지1’, ‘RF온라인’, ‘썬’ 등을 거치며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특히, 프로그래머 출신 기획자가 많은 것이 고릴라바나나의 강점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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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바나나 김찬준 대표이사 |
“게임 기획자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게임 디자이너 출신의 전문 기획자가 있다면, 프로그래머 출신의 기획자가 있죠. 레드블러드 온라인 개발팀에는 프로그래머 출신 개발자들이 많아서,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이 상당히 수학적으로 계산되어 있어요. 블록식으로 만들어진 랜덤맵 제작이나 게임의 경제구조 등도 이 같은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임의 엔진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갔다. 최근 게임의 대세가 되어버린 ‘언리얼’이나 ‘크라이텍’ 엔진도 아니었지만, 상당한 수준의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고성능 엔진으로 보였다. 이 부분에서도 김찬준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게임브리오 엔진입니다. 게임브리오 2.6 엔진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우리 나름대로 쓸 수 있게 툴을 만들고 제작했죠. WOW에도 쓰이고, 국내에서도 비교적 많이 쓰이는 엔진이지만 최적화 작업에 따라 그 성능은 많이 다르죠. 게임브리오 엔진 제작사에서조차 레드블러드 온라인 게임을 보고 놀라워했을 정도니까요. 올해 초 GDC를 비롯해 중국 게임개발사를 대상으로 한 (엔진 소개 및 판매를 위한) 시연에 레드블러드 온라인 게임 영상을 보여줘도 괜찮겠냐고 제안이 왔죠. 대외 공개용이 아니면 가능하다고 수락했고요. 덕분에 아직 공개하지 않은 중국 쪽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어요.”
엔진제작사도 감탄, 게임브리오의 한계를 넘어서다
실제로 게임브리오 엔진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함께 범용성이 높아 다양한 플랫폼 및 게임개발에 쓰이고 있다. ‘레드블러드 온라인’의 경우, 초기 국산 엔진으로 게임 개발에 들어갔으나 후에 게임브리오 엔진으로 바꾸었고, 계속된 분석 작업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다.
“게임브리오 엔진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컴퓨터 사양이 낮은 건 아니에요. 사양은 어디까지나 게임이 담은 정보의 양이 문제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지포스7600이 최소사양이죠. 게임이 출시되는 내년 즈음이면 좀 더 고성능 컴퓨터가 좀 더 보급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이번에 공개된 ‘레드블러드 온라인’의 경우, 원화를 비롯하여 게임 비주얼을 총괄하는 아트 디렉터 김태형 작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김태형 작가는 단순히 게임의 보여지는 부분만 책임지는 아트 디렉터나 원작자가 아니에요. 일단,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의 설정부터, 배경, 퀘스트나 미션까지 다 창조한 분이니까요. 계속된 이야기의 원천이죠.” 김찬준 대표의 설명이다. 김태형 작가는 사실상 게임의 크레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맡고 있는 셈. 현재 ‘레드블러드 온라인’의 원화작업에는 김 작가뿐만 아니라 원화팀에서도 다양한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오랜만에 선보인 까닭일까, 그래픽을 비롯한 게이머들의 반응이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김찬준 대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캐릭터의 어색하고 느린 동작을 이야기한 게이머들의 지적이 예리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게임 그래픽이 좋아 보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첫인상일 뿐이에요. 게임 그래픽이 좋아서 게임을 계속 하지는 않죠. 대작게임들이 줄줄이 선보였다가 잘되지 않은 이유가 그래픽이 나빠서는 아니잖아요? 이번에 선보인 동영상에서 캐릭터의 동작이 느리고 끊어져 보이는 이유가 있어요. 논타겟팅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칼이 베는 동작이나 몬스터가 맞는 부분에서 부딪히는 물리적인 느낌을 강조하려고, 일부러 일시 정지 효과를 줬어요. 모션도 그렇고, 아직 타격 부분의 개발이 완성된 게 아닙니다.”
▲ 지난해 `게임계 명인인터뷰` 당시에 만났던 김태형 작가의 작업 모습 |
가문의 당주가 되는 유저, 휴면 캐릭터가 움직인다?
‘레드블러드 온라인’에서 유저는 단순히 하나의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문의 ‘당주’가 되어 용병 캐릭터를 키우게 된다. 당주에게 주어진 일종의 ‘하우스’에서는 캐릭터 생성 및 보관이 가능하다. 독특한 부분은 휴면 캐릭터의 활동이다. 유저가 생성 후 사용하지 않은 캐릭터는 마치 NPC처럼 외부에서 활동하고, 퀘스트나 미션을 가져오게 된다. 게임 내 역사에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여기에 휴면 캐릭터가 얽혀 들게 되는 것. “오게임(O-game)을 아시죠? 일종의 웹 전략 게임 플레이처럼 상상하시면 됩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문의 ‘집사(NPC)’ 역시 유저를 도와 다양한 과제를 던져준다.
“이번에 공개한 부분은 게임의 일부분입니다. 이제 기획적인 부분의 시스템을 완성하고, 우리가 필요한 캐릭터 툴이나 맵 툴을 마련했죠. 이제부터 콘텐츠의 양적인 개발에 들어가고 유저 인터페이스 개발을 본격적으로 할 단계입니다. 게임의 실질적인 서비스는 내년을 생각하고 있고, 파트너가 정해지는 대로 올해 연말 정도에 테스트를 할 계획입니다.”
‘레드블러드 온라인’이 겨냥하고 있는 게임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C9? 마비노기: 영웅전? 김찬준 대표의 대답은 ‘던전앤파이터’였다. 어쩌면 액션 MORPG이기 때문에 당연한 대답이었을까? “던파와 게임 방식이나 커뮤니티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1위 게임을 노리는 단순히 시장 전략이 아닌 게임 내 성장이나 커뮤니티 구조가 비슷하다는 설명이었다.
“수 년 전에 이미 액션 게임장르가 부각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곡예와 같은 액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어드벤처의 느낌이 나는 게임이 등장할 거라고요. 그래서 MO 게임개발을 시작했는데, 필연적으로 RPG로서의 특성과 커뮤니티를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죠. 게임에 대한 보상이나 동기부여를 재미로 확실히 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 부분에 대한 준비와 기획이 명확하지 않았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게임이 만에 하나 실패했을 때, 우리가 예상했던 재미가 유저가 아니라고 받아들인다면 어쩔 수 없지만, 기획한 부분을 구현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개발사의 명칭인 `고릴라바나나`는 미국의 제프리무어 케즘그룹 회장의 ‘고릴라 게임’이라는 저서에서 따 온 말로, 시장의 1위라는 뜻의 ‘고릴라’와 전세계 공용어인 ‘바나나’를 합친 것. 사진은 개발사 정경. |
간단한 시연을 통해 확인한 스테이지 오토메이션 등 처음 기획했던 게임 시스템이나 일부 맵의 모습은 이미 완성이 된 상황. 블록처럼 연결되고 업데이트되는 게임의 맵은 MO 게임의 한계처럼 다가오는 단순 반복 전투를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줄 해결책이 될 것이다. 물론, 개발사 입장에서는 빠른 업데이트나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개발을 위한 작업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연을 마친 김찬준 대표는 게임이나 개발진에 대한 자부심과는 별개로 지나친 관심은 경계했다. “게임은 직접 해봐야 아는 거니까요.” 오는 겨울, 첫 테스트를 진행할 ‘레드블러드 온라인’이 보여줄 수 있는 즐거움은 어느 정도일까? 또 한 번, 새로운 시도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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