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구, 단순함에서 찾은 매력적인 전략성
2015.02.11 19:35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자막 한글화로 국내 정식 발매된 '그레이 구'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그레이 박스가 퍼블리싱하고 페트로글리프가 개발한 RTS게임 ‘그레이 구(Grey Goo)’가 지난 1월 23일 국내 정식 발매됐다. 최근 RTS게임 자체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커맨드 앤 컨커’ 개발진의 작품인 데다, 에이치투 인터렉티브가 자막 한글화까지 하여 큰 기대를 모은 타이틀이다.
본래 ‘그레이 구’란 나노과학의 창시자 에릭 드렉슬러 박사가 1986년 재창한 개념으로, 자가 복제하는 나노머신들이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리는 가상의 지구멸망 시나리오를 뜻한다. 여기서 이름을 딴 SF RTS게임 ‘그레이 구’는 외계 행성 ‘에코시스템 나인’을 배경으로 인간과 베타, 그리고 나노머신 군집체인 구의 삼파전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그레이 구’의 특징은 개성적인 세계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종족당 유닛의 종류와 테크 트리를 간소화하고 스킬이나 특수능력도 배제한 점이 눈에 띈다. 최신 RTS 게임들이 수많은 유닛과 다양한 건물들, 영웅 캐릭터의 육성 및 아이템 장착 등을 추가하는 것과는 정반대 노선을 걷는 셈이다. 즉, ‘그레이 구’는 게이머들로 하여금 단순히 서로의 손 빠르기를 겨루는 대신, 보다 거시적인 전략 싸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레이 박스가 퍼블리싱하고 페트로글리프가 개발한 RTS게임 ‘그레이 구(Grey Goo)’가 지난 1월 23일 국내 정식 발매됐다. 최근 RTS게임 자체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커맨드 앤 컨커’ 개발진의 작품인 데다, 에이치투 인터렉티브가 자막 한글화까지 하여 큰 기대를 모은 타이틀이다.
본래 ‘그레이 구’란 나노과학의 창시자 에릭 드렉슬러 박사가 1986년 재창한 개념으로, 자가 복제하는 나노머신들이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리는 가상의 지구멸망 시나리오를 뜻한다. 여기서 이름을 딴 SF RTS게임 ‘그레이 구’는 외계 행성 ‘에코시스템 나인’을 배경으로 인간과 베타, 그리고 나노머신 군집체인 구의 삼파전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그레이 구’의 특징은 개성적인 세계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종족당 유닛의 종류와 테크 트리를 간소화하고 스킬이나 특수능력도 배제한 점이 눈에 띈다. 최신 RTS 게임들이 수많은 유닛과 다양한 건물들, 영웅 캐릭터의 육성 및 아이템 장착 등을 추가하는 것과는 정반대 노선을 걷는 셈이다. 즉, ‘그레이 구’는 게이머들로 하여금 단순히 서로의 손 빠르기를 겨루는 대신, 보다 거시적인 전략 싸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 '그레이 구'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각기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하다, 이색적인 종족들
‘그레이 구’에는 인간, 베타, 구의 3개 종족이 등장한다. 인간은 고도로 발단한 문명 덕분에 AI로 움직이는 군대를 이끌고, 레이저와 텔레포트 장비를 사용한다. 반면, 베타는 아직 실탄 병기를 사용하는 기술 수준으로, 보행 전차가 주요 전력이다. 마지막으로 구는 나노머신 군집체로서 별도의 생산 건물 없이 자가 분열을 통해 군세를 늘리는 매우 이색적인 종족이다.
기존 SF 세계관에서 흔히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외계 종족이 등장하는 데 반해, ‘그레이 구’에서는 인류가 그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인간 종족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에너지 도관으로, 도관이 이어지지 않은 곳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만약 도관이 파괴돼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그대로 건물의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도관 관리에 늘 신경을 써야 한다.
에너지 도관은 평탄한 지형에만 설치할 수 있어서 필연적으로 인간은 기지 확장이 더디다. 정찰 유닛이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더라도 도관이 닿지 않으면 해당 지역을 점령할 수 없다. 거기다, 도관이 길어지면 그만큼 수비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인간이 마냥 불리한 상황인 것은 아니다. 인간은 다른 종족에게는 없는 강력한 포탑 ‘센티넬’을 만들 수 있으며, 언제든 원하는 도관으로 텔레포트 시킬 수 있다. 즉 확장이 어려운 대신, 기지 방어에 최적화된 수비형 종족이라 할 수 있다.
‘그레이 구’에는 인간, 베타, 구의 3개 종족이 등장한다. 인간은 고도로 발단한 문명 덕분에 AI로 움직이는 군대를 이끌고, 레이저와 텔레포트 장비를 사용한다. 반면, 베타는 아직 실탄 병기를 사용하는 기술 수준으로, 보행 전차가 주요 전력이다. 마지막으로 구는 나노머신 군집체로서 별도의 생산 건물 없이 자가 분열을 통해 군세를 늘리는 매우 이색적인 종족이다.
기존 SF 세계관에서 흔히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외계 종족이 등장하는 데 반해, ‘그레이 구’에서는 인류가 그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인간 종족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에너지 도관으로, 도관이 이어지지 않은 곳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만약 도관이 파괴돼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그대로 건물의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도관 관리에 늘 신경을 써야 한다.
에너지 도관은 평탄한 지형에만 설치할 수 있어서 필연적으로 인간은 기지 확장이 더디다. 정찰 유닛이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더라도 도관이 닿지 않으면 해당 지역을 점령할 수 없다. 거기다, 도관이 길어지면 그만큼 수비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인간이 마냥 불리한 상황인 것은 아니다. 인간은 다른 종족에게는 없는 강력한 포탑 ‘센티넬’을 만들 수 있으며, 언제든 원하는 도관으로 텔레포트 시킬 수 있다. 즉 확장이 어려운 대신, 기지 방어에 최적화된 수비형 종족이라 할 수 있다.
▲ AI가 대신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 종족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인간 기지는 에너지 도관이 연결돼야만 작동한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인간은 강력한 레이저 병기를 가졌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그레이 구’에서 인간이 고도의 기술력을 지닌 선각자가 됐다면, 외계 종족 베타는 되려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다. 모행성을 잃고 거대한 난민이 된 이들은 종족의 생존을 위해 인간과 싸우거나 협력하며 다양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플레이 방식도 여타 RTS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이한 모습으로, 시야가 닿는 어디에나 건물을 건설할 수 있다. ‘그레이 구’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초심자에게 추천할만한 종족이다.
게임의 제목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구는 과거 어떤 RTS게임에서도 보여준 적 없는 독특한 종족이다. 나노로봇 군집체답게 자가 복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므로 건물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게임이 시작되면 모체 구 하나만이 주어지는데, 이 모체 구가 자원을 흡수하고 점차 분열한다.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면 모체 구를 더 만들어 배치하면 된다. 자원을 흡수 중인 모체 구가 모두 생산 건물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유닛 생산력이 엄청나다. 적의 습격을 받더라도 모체 구만 도망치면 언제든 제기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레이 구’에서 인간이 고도의 기술력을 지닌 선각자가 됐다면, 외계 종족 베타는 되려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다. 모행성을 잃고 거대한 난민이 된 이들은 종족의 생존을 위해 인간과 싸우거나 협력하며 다양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플레이 방식도 여타 RTS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이한 모습으로, 시야가 닿는 어디에나 건물을 건설할 수 있다. ‘그레이 구’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초심자에게 추천할만한 종족이다.
게임의 제목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구는 과거 어떤 RTS게임에서도 보여준 적 없는 독특한 종족이다. 나노로봇 군집체답게 자가 복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므로 건물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게임이 시작되면 모체 구 하나만이 주어지는데, 이 모체 구가 자원을 흡수하고 점차 분열한다.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면 모체 구를 더 만들어 배치하면 된다. 자원을 흡수 중인 모체 구가 모두 생산 건물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유닛 생산력이 엄청나다. 적의 습격을 받더라도 모체 구만 도망치면 언제든 제기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 인간미 넘치는 베타 종족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나노머신 군집체인 구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그레이 구’의 세 종족은 서로 플레이 방식이 판이하여 마치 각기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훌륭한 점은 이처럼 개성 넘치는 종족들을 가지고 멀티플레이 밸런스를 괜찮은 수준까지 끌어올렸단 것이다. 각 종족의 변수가 늘어날수록 밸런스 조정이 배로 어려워진다는 점을 참작할 때 이는 분명 칭찬할만하다. 다만, 아직 밸런스가 완전히 갖춰진 것은 아니므로 지속적인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레이 구’의 세 종족은 서로 플레이 방식이 판이하여 마치 각기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훌륭한 점은 이처럼 개성 넘치는 종족들을 가지고 멀티플레이 밸런스를 괜찮은 수준까지 끌어올렸단 것이다. 각 종족의 변수가 늘어날수록 밸런스 조정이 배로 어려워진다는 점을 참작할 때 이는 분명 칭찬할만하다. 다만, 아직 밸런스가 완전히 갖춰진 것은 아니므로 지속적인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종족간 밸런스는 준수하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단순함에서 찾은 매력적인 전략성
당초 ‘그레이 구’가 기대를 모은 데는 RTS 장르의 고전 ‘커맨드 앤 컨커’ 개발진의 최신작이라는 이유가 컸다. 그러나 정작 ‘그레이 구’는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가 창안하고 발전시킨 여러 시스템을 계승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스파이나 엔지니어와 같은 특수 유닛이 없고, 유닛간의 상성도 훨씬 미약하며 ‘커맨드 앤 컨커’를 상징하는 우측 UI도 채택하지 않았다. ‘그레이 구’는 ‘커맨드 앤 컨커’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대신 몇 가지 장점만을 취사선택하여 자신만의 독자 노선을 개척했다.
‘그레이 구’가 선사하는 전략성은 바로 단순함에 기인한다. 건물이 아예 없는 구는 차치하더라도, 인간과 베타의 유닛 생산 건물은 공장 딱 하나다. 포탑이나 방벽과 같은 구조물을 포함하더라도 종족당 건물은 15종류를 넘지 않는다. 심지어 생산되는 유닛은 지상, 공중 유닛을 포함해 겨우 10종류 내외다.
당초 ‘그레이 구’가 기대를 모은 데는 RTS 장르의 고전 ‘커맨드 앤 컨커’ 개발진의 최신작이라는 이유가 컸다. 그러나 정작 ‘그레이 구’는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가 창안하고 발전시킨 여러 시스템을 계승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스파이나 엔지니어와 같은 특수 유닛이 없고, 유닛간의 상성도 훨씬 미약하며 ‘커맨드 앤 컨커’를 상징하는 우측 UI도 채택하지 않았다. ‘그레이 구’는 ‘커맨드 앤 컨커’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대신 몇 가지 장점만을 취사선택하여 자신만의 독자 노선을 개척했다.
‘그레이 구’가 선사하는 전략성은 바로 단순함에 기인한다. 건물이 아예 없는 구는 차치하더라도, 인간과 베타의 유닛 생산 건물은 공장 딱 하나다. 포탑이나 방벽과 같은 구조물을 포함하더라도 종족당 건물은 15종류를 넘지 않는다. 심지어 생산되는 유닛은 지상, 공중 유닛을 포함해 겨우 10종류 내외다.
▲ 건물이 아예 존재치 않는 구
▲ 생산할 수 있는 유닛의 가짓수가 적다
이처럼 유닛과 건물을 고르는 수고가 줄어든 대신, 자원 관리와 생산의 중요성은 훨씬 커졌다. ‘그레이 구’에는 ‘카탈리스트’라는 한 가지 자원만이 존재하는데, 작은 물웅덩이 같은 모습으로 맵 여기저기에 분포해있다. 여기에 추출기를 설치하거나 모체 구를 위치함으로써 자원을 획득해 병력을 생산하는 것이 ‘그레이 구’의 기본적인 진행 방식이다.
문제는 소유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한정돼있다는 것이다. 게임 시작 시 이 한계치는 1000으로 자원 수급이 원활할 경우 금새 가득 차버린다. 결국, 계속 유닛을 생산하고 건물을 지어 낭비되는 자원이 없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새로운 ‘카탈리스트’를 하나 발견할 때마다 생산 라인을 늘리고 가동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게이머들로 하여금 거시적인 전략 싸움에 몰입하도록 한다.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고 방어하면서, 생산 라인을 가동해 병력을 전선으로 보낸다. ‘그레이 구’의 유닛들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세밀한 조작이 필요 없다. 대신, 어디에 전선을 구축하고 어떤 기지를 공격하느냐 하는 전략적 선택만이 중요해진다. 유닛 하나하나를 신경 써야 하는 복잡한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거시적인 국면에서 전쟁을 지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단순함에서 찾은 매력적인 전략성이 아닐 수 없다.
▲ 자원을 수급하여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자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거시적 전략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하자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다소 아쉬운 시나리오, 후속작을 기약하자
뛰어난 게임성과 매력적인 세계관을 지닌 ‘그레이 구’지만 캠페인 시나리오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독특한 종족인 구와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인간 등 눈길을 끄는 요소는 많다. 그러나 이처럼 잘 만들어진 SF 세계관을 가지고도 ‘그레이 구’는 밋밋하고 늘어지는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캠페인의 분량이 적은 것은 아니다. 종족당 다섯 개의 미션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은 다양한 진행 방식과 여러 부가 목적으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거기다 매 미션 사이사이 고품질의 시네마틱 영상을 넣어 몰입감을 한층 높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겉치레를 걷어내고 시나리오만을 살펴보면, 15개나 되는 미션 동안 이야기 진행이 별로 되지 않았고 매력적인 사건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거기다 ‘그레이 구’의 엔딩은 노골적으로 후속작을 암시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후속작 암시가 아닌 그저 열린 결말이라 해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레이 구’ 한 편안에 온전한 이야기 전체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레이 구’는 RTS장르가 점차 사장되는 오늘날 가뭄의 단비와 같은 게임이다. 복잡한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거시적인 전략 싸움을 추구함으로써 RTS게임 마니아와 초보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작품이 됐다. 그렇기에 불완전한 시나리오가 더욱 아쉽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부디 후속작에서는 더욱 뛰어난 게임성과 훌륭한 시나리오로 돌아오길 바라본다.
뛰어난 게임성과 매력적인 세계관을 지닌 ‘그레이 구’지만 캠페인 시나리오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독특한 종족인 구와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인간 등 눈길을 끄는 요소는 많다. 그러나 이처럼 잘 만들어진 SF 세계관을 가지고도 ‘그레이 구’는 밋밋하고 늘어지는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캠페인의 분량이 적은 것은 아니다. 종족당 다섯 개의 미션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은 다양한 진행 방식과 여러 부가 목적으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거기다 매 미션 사이사이 고품질의 시네마틱 영상을 넣어 몰입감을 한층 높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겉치레를 걷어내고 시나리오만을 살펴보면, 15개나 되는 미션 동안 이야기 진행이 별로 되지 않았고 매력적인 사건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거기다 ‘그레이 구’의 엔딩은 노골적으로 후속작을 암시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후속작 암시가 아닌 그저 열린 결말이라 해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레이 구’ 한 편안에 온전한 이야기 전체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레이 구’는 RTS장르가 점차 사장되는 오늘날 가뭄의 단비와 같은 게임이다. 복잡한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거시적인 전략 싸움을 추구함으로써 RTS게임 마니아와 초보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작품이 됐다. 그렇기에 불완전한 시나리오가 더욱 아쉽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부디 후속작에서는 더욱 뛰어난 게임성과 훌륭한 시나리오로 돌아오길 바라본다.
▲ 시네마틱 영상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 엔딩은 무언가 불완전 연소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