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러분 이게 바로 `스타크래프트2`입니다
2010.02.19 18:17게임메카 강민우 기자
사실 객관적인 내용물만 놓고 보자면 `별로` 였다. 지나치게 안정빵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 `워해머40K: 돈오브워2`와 비교해도 그랬다. 그래픽, 게임성 그 어떤 것 하나 손을 들어주기 힘들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얼치기 기자의 세치 혀로 평가하기엔 잠재적 가능성이 너무나 큰 게임이 되어버렸다. 정말 뭐부터 건드려야 할지 겁난다.
‘스타크래프트2’의 ‘깜짝’ 테스트 일정 발표는 여러모로 ‘끔찍’한 일이었다. 덕분에 ‘짠’하는 심정으로 내놨던 ‘드래곤네스트’와 ‘세븐소울즈’만 머쓱하게 됐다. 애초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25일을 예상했었다. 18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날짜였다. 일각에서는 ‘스타크래프트2’가 업계 영향력 면에서 크긴 하지만 RTS라는 장르적 한계도 있고 베타테스트이기 때문에 큰 힘을 발휘하기 못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전작에 비해 별다른 특징이 없어 흥행여부를 점치기 힘들다`라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낙관론이며 다분히 지엽적인 해석이다. ‘스타크래프트2’ 베타 일정으로 통일된 전세계 게임메체 헤드라인이 이를 반증한다. 이슈를 잠재우는 것은 오직 더 큰 이슈일 뿐이라고 한다면 ‘스타크래프트2’는 이런 먹이사슬 끝에 군림하는 제왕격 이슈메이커다.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이슈를 찾아 헤매는 미디어가 이를 놓칠 이유가 없다.
`스타크래프트1`은 전세계 1100만장(VGchartz 통계) 이상 팔렸다. 그 중 600만장 이상은 대한민국에서 깔끔하게 팔아주셨다. 불법 루트를 통해 유통된 립버전은 차마 헤아리기도 겁나는 수치다. ‘스타크래프트’로 얻은 부가적인 경제효과는 또 어떠한가. 한국게임산업진흥원 보고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로 인한 e스포츠 산업 및 PC/IP등 사업으로 4조 7000억원 이상의 경제유발효과를 일으킨다고 밝힌바 있다. 작년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가 3조 4000억원(한국콘텐츠진흥원 추산)라고 봤을 때 이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본인의 기억이 맞다면 ‘스타크래프트’는 9시 뉴스에 등장했던 게임으로는 최초로 부정적인 시선보다 사회적 ‘센세이션’이 먼저 언급한 게임이다. 모두 600메가짜리 게임하나가 벌인 일이다.
그런 게임의 후속작인 베타테스트에 돌입했는데 게임밥 먹고 사는 이라면 어찌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고 싶은 심정으로 내놓은 게임들이 부지기수인데 핵폭탄급 파괴력을 지닌 게임의 행보를 감히 누가 간과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스타크래프트2`의 파급력을 계산하기 위해 전작의 흥행 이력을 들먹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의 저작권을 행사하기로 해 중계권을 지불해야하는 마당에 e스포츠가 전처럼 활성화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무엇보다 게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섣불리 판단하기도 어려운 게 전작 때문에 깔린 변수도 많고 후속작을 띄우기 위해 깔아놓은 변수는 더 많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다. 블리자드 게임이다. 게다가 한국이다. 이 모든 게 좌시하기엔 지나치게 강렬한 메타포다. 딱히 성공한다는 이유가 있기 보다는 실패할 이유가 없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스티븐잡스가 아이팟을 들고 나왔을때 `스펙`보다 `철학`을 먼저 거론했 듯 블리자드 역시 당장 눈 앞의 수익보다 완성도와`재미`를 강조하지 않았던가. 1류 회사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문화를 만든다.
2009년 국내 게임업계의 매출의 키워드는 `사상 최대` 였다. 누가 누가 더 많이 벌었나 자랑하듯 뿌렸던 보도자료의 이면에는 `돈`말고는 건질게 없어 보였다. 자체개발보다는 퍼블리싱에 게임성보다는 마케팅과 캐시정책과 같은 수익구조 다변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2009년 국내 게임업계야 말로 알맹이 없는 성장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빨리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고 `디아블로3`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란듯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대표님들 보세요. 이게 바로 `스타크래프트2`입니다. `게임`이라 부르죠. 올해는 여러모로 힘든 한해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