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부처간 힘겨루기로 흔들리는 게임산업
2010.12.03 22:04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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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실시했다면 모친살해 없었을 것’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문제, 과연 셧다운제가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게임산업 규제에 계속 간섭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여가부의 백희영 장관은 지난 11월 29일 KBS 뉴스라인 토론회에 참석해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회문제라면서 청소년 보호법에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셧다운제는 19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이른바 ‘강제 규제’입니다.
해당 규제는 온라인 게임에 대해 조금이나마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실효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강제로 게임 이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과연 과몰입이 해소될까요? 오히려 명의 도용 문제만 더 커지진 않을까요? 온라인 게임에만 한정짓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비디오 게임과 패키지 게임은 밤새도록 즐겨도 되지만 온라인 게임은 안 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혹 국내 게임산업이 온라인에 크게 치중돼 있으니 살짝 죽여서 밸런스를 맞춰 보겠다는 의도인가요? 답답함과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가부는 셧다운제 필요성에 대한 근거로 지난 달 부산에서 중학생이 모친을 살해한 사건까지 들먹였습니다. 문화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더 일찍 셧다운제를 도입했더라면 이런 사건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거죠. 일차원적인 사고방식도 모자라 확인도 안 된 가당찮은 근거를 갖다내니 수긍이 가기보단 그저 실소만 터져 나옵니다.
게임메카 독자 분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ID jim 1981 “아 진짜 답답하다. 청소년들이 왜 게임에 과몰입하게 됐나. 학원 3~4개씩 돌리면서 일주일 내내 뺑뺑이치니 애들이 공들고 밖에 나가서 놀틈이 있나. 당연히 자연스럽게 집에서 할 수 있는 게임에 빠지게 되는거지. 여성부는 이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술담배하는 거나 잡아라. 그게 청소년 위하는 길이다. 게임이 오히려 탈선방지하는거다. 지금 게임까지 막아버리면 오히려 다른쪽으로 탈선하게 된다니깐.. 아 답답해.”
ID 아이매트 “원인파악 자체를 못하고 있구만. 아니면 온라인게임에 대한 편견 제대로 가지고 있거나. 그리고 셧다운을 실시한다면 그걸 왜 여가부가 실시해? 문화부가 실시해야지. 2중으로 규제하겠다는 거 아니냐?”
ID 생마 “청소년 심야 정도의 셧다운은 실제로 산업 죽이기가 될래야 될 수가 없으며 청소년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제도도 결코 아니고, 학부형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제도이며, 문화부 입장에서는 여성부가 하는 것 보고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청소년 심야` 셧다운이라는 제도의 예방능력이 완벽하지는 못한다 치더라도 상당히 합리적인 논거가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양보도 못하는 업계와 유저라면 게임은 앞으로 닥쳐올 사건사고마다 앞으로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수 있습니다. 당장 진짜로 거짓말 아니고 레알 요즘 초등학생들 게임중독 장난 아니거든요. 앞으로가 더 숙제예요. 맨날 게임산업 성장시켜달라고 울지 말고 이렇게 기회 있을 때 할 일은 하는 모습으로 업계 스스로 이미지 향상을 노려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ID jung20110 “결과가 청소년들에 대한 게임중독이니깐 결과 즉, 게임중독에 관한 해법을 제시하지 말고 그의 게임중독에 빠지게 된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을 해결할 문제를 찾아야지 결과에 따른 해법을 제시를 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될 거다. 원인을 찾아라 원인을. 그리고 그 원인에 따른 해법을 제시하라. 결과가 아닌.”
ID foriris “건전한 인간이란, 건전한 정신과 건전한 몸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교육 환경은 어느 쪽도 충족 시켜주지 못하죠. 학원 앞에서 문제푸는 걸로 도덕성이 길러질까요? 방과 후에 학교들 운동장가면 학생이나 애들보다 어른들 보는 게 더 쉽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들 학원 가있으니 놀이터나 운동장에 애들이 있을 리가 없죠. 그냥 기계화 하는 것 뿐이죠. 책상 앞에서 그냥 물 뿌리면 콩나물 잘자란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군요.”
논란이 고조되던 사이 지난 2일 문화부와 여가부의 합의로 셧다운제 도입이 확실시됐습니다. 힘싸움을 하던 문화부가 결국 손을 들고 그들의 의견 대부분을 받아들인 거죠. 두 부처는 16세 미만 청소년(중3)에게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를 적용기로 합의했습니다. 문화부는 19세, 여가부는 14세 미만을 주장했는데 결국 16세로 결정됐다고 하네요. 일종의 절충안인 셈입니다. 16은 19와 14의 평균을 낸 수치인데요, 누가 봐도 행정편이적인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법규정 어디에도 16세 이상이란 기준은 없으니 게임에만 ‘특별히’ 적용됐나 보네요. 산업을 두고 장난치는 거 같아 소름끼칩니다.
우려되던 ‘이중규제’도 곧 현실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또 다른 ‘합의’가 없다면 업계는 셧다운을 두고 이중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게임법에 따라 이런 저런 규제를 받아왔는데 이제 청소년보호법에서도 셧다운 규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16세 미만은 여가부에 16세 이상은 문화부에 각각 규제를 받게 되는 셈입니다.
문화부와 함께 자체적으로 게임 과몰입 문제 해결 및 산업 인식 제고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던 업계는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강제적 셧다운을 적용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아닌 여가부의 눈치도 봐야하기 때문이지요. 이제 업계는 회원들의 등록나이를 기준으로 특정 시간이 되면 접속을 차단하는 프로세서를 준비해야 하며 차명 ID에 대한 확인작업도 진행해야 합니다. 미성년자의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도 마련해야겠지요. 진흥은 없고 결국 규제만 남았네요. 게임산업은 아직은 더 정부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성장해야 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