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스포츠 공멸의 길을 걷는 `스타` 1과 2
2011.02.09 18:15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앙숙보다 못한 형제 사이, 국내 ‘스타1’과 ‘스타2’의 관계를 비유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한 배에서 태어난 전작과 후속작이라는 가장 강한 연계로 묶인 두 게임은 e스포츠 지적재산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사이가 급격히 멀어져 서로를 갉아먹고 있다. 법의 굴레에 묶인 ‘스타1’과 대중적인 인지도 보유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2’, e스포츠를 둘러싼 갈등, 관계자들은 문제 해소 없는 양자의 소모적인 분쟁은 결국 두 종목의 ‘공멸’을 초래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스타1 -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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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1` e스포츠 지적재산권 법정 공방의 무대, 서울중앙지방법원
‘스타1’은 한국e스포츠협회를 포함한 국내 e스포츠 관련 단체와 원 저작권자인 블리자드, 그리고 블리자드에게 국내 e스포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그래텍이 서로 데려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갈등이 고조된 2010년 여름에는 타협 없는 갈등 속에 ‘스타1’ 리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관계자 및 팬들 사이에서 거론되었다.
‘중계 영상’ 등 2차 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벌어진 분쟁은 좋은 말로 끝을 보지 못하고 결국 법정까지 갔다. 만약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이 패소할 경우, ‘스타1’ 리그의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배제하기에는 국내 e스포츠에서 막대한 부분을 차지한 ‘스타1’ 종목을 유지하기 위해 피고들은 전보다 더 껄끄러운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7년부터 4년이나 이어져온 갈등이 판결 후라고 해서 순식간에 풀릴 리 없다. 이 경우, ‘스타1’은 기약 없는 스토브리그(대회를 잠시 쉬는 기간)에 들어갈 것이며, 경우에 따라 그대로 영영 사장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힘든 협상을 거쳐 ‘스타리그’가 다시 부활한다고 해도, 오랜 부재 탓에 팬들의 관심을 잃어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
1차 판결 후, 항소로 넘어가면 양자 모두 거대한 벽 앞에 서있는 듯 한 막막한 심정에 휩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항소’ 카드는 온게임넷/MBC 게임 측이 승소해도 원고가 꺼낼 수 있는 양면성이 있어 사건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 이 시점, 원고 측이 그 동안 사용하지 않고 아껴둔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이것이 수락된다면 ‘스타1’은 TV에 나올 수 없으며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 될 때까지 얼굴을 못 내미는 깊은 수렁에 빠진다.
원고가 가처분 신청을 넣지 않아도, 하루 아침에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처한다. 스폰서들은 당연히 논란의 도마에 오른 데다가, 언제 중단될 지 모르는 ‘스타1’ 대회를 후원할 리 없다. 든든한 밥줄이 사라진 ‘스타1’은 1~2회 개최 후, 밑바닥이 드러나 점점 자멸의 길로 빠져들 것이다.
스타2 -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외로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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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L 2011 공식 로고
‘스타1’이 여러 사람과 얽혀 옥신각신하고 있는 와중, ‘스타2’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법정 문제에서도 ‘스타2’는 아웃사이더에 위치해있다. 1월 28일 진행된 2차 공판에서 피고 측인 온게임넷과 MBC 게임은 블리자드가 증거 자료로 제출한 그래텍과의 계약서에 “스타1에서 스타2로 부드럽게 전환한다.”는 표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 두 게임 중 어떠한 것을 정확한 소송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전했다.
만약 이 공판에 ‘스타2’의 e스포츠 지적재산권 문제가 거론될 경우, 관련 대회를 개최한 바 없는 국내 e스포츠 단체는 책임을 물 필요가 없다. 즉, 공판의 성립 조건 자체가 흐릿해지는 것이다. e스포츠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문제에서 ‘스타2’는 ‘스타1’을 위해 그림자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정식 ‘스타2’ 리그인 GSL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실적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에 열린 GSL 2011 1월 시즌 결승전은 그 개최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e스포츠 관련 언론 및 팬들의 수가 상당했다. 시즌 2에서 상승세를 몰고 온 임요환과 같은 스타 카드도 해당 선수의 예기치 못한 부진으로 거품이 빠진 상태다.
일반적인 팬이 쫓아가기 버거울 정도의 빡빡한 일정과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공략할 수 있는 TV 중계 채널의 부재, 대회 자체의 스토리 라인이 부실하다는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GSL, 여기에 ‘스타2’에 우호적인 국내 세력이 부족해 대회의 뒤를 받칠 힘이 미약하다는 것 역시 골칫거리로 떠오른다.
서로의 발목을 잡는 ‘스타1’과 ‘스타2’
▲ 한국e스포츠협회(좌)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우)의 공식 로고
‘스타1’ 지적재산권을 사이에 둔 오랜 분쟁 속에 ‘스타1’과 ‘스타2’의 e스포츠는 공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사태는 지난 1월에 GSL과 스타리그의 결승전 날짜가 겹쳤을 때도 불거졌다. 당시 GSL은 오후 3시에 스타리그는 본래 방영 시간인 6시 30분에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 언론 및 팬들은 “GSL이 스타리그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앞당겼다.”라고 해석했다.
두 종목의 갈등은 e스포츠 팬들에게 그대로 전이되었다. e스포츠 관련 커뮤니티만 가도 ‘스타1’ 혹은 ‘스타2’ 관련 이슈를 놓고 상대방을 헐뜯는 팬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스타1’의 오랜 군림과 그의 뒤를 이을 참신한 신규 종목의 부재에 점점 그 열기가 식어 난처한 상황에 처한 국내 e스포츠, 추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 및 여론의 힘을 집중해도 모자란 판에 오히려 양쪽으로 편을 나누다니, 이것만큼 심각한 전력 손실도 없다.
양자가 지적재산권 문제를 빠르게 매듭지었다면 이 문제가 종목의 존속을 위협할 심각한 문제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라이선스 계약 직후, 양 e스포츠 중계 방송사는 협상 의지를 보이며 실마리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실제로 온게임넷은 2010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 2의 라이선스를 곰TV와 체결하며 3자 중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국e스포츠협회와 MBC 게임, 온게임넷이 ‘2차 저작권 협상’을 위해 강력한 공동 체제를 구축한 후 e스포츠 지재권 문제는 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후, 양 측은 비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염려해 NDA를 구실 삼아 말을 아끼며 갑갑한 침묵의 싸움을 시작했다. 필자가 기사를 쓰기 위해 각 관계자에게 연락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멘트가 “NDA 때문에 말할 수 없다.”였다. 정식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서로의 협의 하에 공식 석상에 마주 앉아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는 장을 마련해 ‘벙어리 냉가슴 앓듯’한 외부 관계자 및 팬들의 마음이라도 시원스럽게 풀어줘야 했다. ‘스타1’과 ‘스타2’의 협의 없는 각립대좌(지지 않으려고 버티어 마주 앉음), 필자도 그 속을 알 방도가 없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