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는 어떻게 여성유저를 사로잡았나
2011.07.05 20:06게임메카 강민우 기자
▲스피드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레이싱게임
레이싱 게임의 태동기 때만해도 게임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의 첫 번째 과제는 역시 ‘스피드’였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현실세계에서 느껴보지 못한 스피드감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또 ‘리얼’하게 구현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개발했다. 말 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설탕만 뿌려댄다고 해서 도너츠의 달콤함이 강해지지 않듯 레이싱게임도 단지 태크니컬한 고민으로 스피드감을 증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스피드’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니드포스피드 시리즈’나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는 이런 레이싱게임의 강점을 잘 알고 개발한 케이스로 아직까지 유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카트라이더’의 성공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모두가 ‘스피드’를 부르짖을 때 카트라이더는 레이싱게임의 본질보다 게임 본연이 주는 ‘재미’를 초점을 맞췄다. 머리 큰 애들이 나와 자동차도 뭣도 아닌 것을 타고 다니면서 바닥에 바나나껍질을 던지며 신성한 레이싱게임의 정체성을 희롱했다. 리얼하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이상한 ‘레이싱 게임’을 만들어 버렸다. 일각에서는 대놓고 ‘초딩게임’으로 분류하며 레이싱게임 장르로 인정을 부정했다. 먼저 나온 ‘마리오카트’의 짝퉁이라 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해 ‘카트라이더’는 동시접속자 22만을 돌파하며 국내 레이싱게임의 역사를 다시 썼다. 콘솔게임에 한정된 레이싱게임 유저풀을 늘리면서 온라인게임 비주류 장르의 특이성도 극복했다. 무엇보다 여성유저를 대거 흡수하면서 온라인 게임의 파이를 키워놓았다. 누적회원수만 1,800만 명. 단숨에 레이싱 장르를 주류로 올려놨다는 평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당시 대한민국 남성들은 여자친구와 평판을 쌓기 위해 운전면허 대신 ‘카트라이더’ 라이센스를 먼저 따는 이중고를 겪긴 했지만 PC방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연애 전도사라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지 않았던가.
그래서일까? 넥슨에서 ‘카트라이더’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스케줄에 대한 압박보다 과거 애틋한 감정이 먼저 올라왔다. 무지개 손가락을 만들기 위해 피나게 드리프트를 연마했던 나날들, 눈치 빠른 여친을 위해 일부러 게임에 지는 기술을 배웠던 시간들. 그래서 껍질이 까진 바나나만 봐도 가슴이 설레였던 순간들. 이런 애틋한 추억을 다시한번 느껴보기 위해 기꺼이 인터뷰를 수락했다. 넥슨 라이브개발본부 카트팀 박용규 팀장과 인터뷰는 4일 역삼동 아이타워에서 진행되었다.
▲넥슨
라이브개발본부 카트팀 박용규 팀장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이번엔 어떤 컨셉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스피드 본능을 살린다’는 컨셉이다. 지금까지 카트라이더 업데이트는 ‘아이템전’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카트리그의 영향인지 최근들어 ‘스피드전’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그에 맞춰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좀 의아하긴 하다. 카트라이더의 장점은 역시 ‘아이템전’으로 인해 실력차이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재미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이번 업데이트를 초보자들을 보다 고수를 위한 것이 아닌가?
뭐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확실히 카트라이더 초창기에는 아이템전과 스피드전의 비율이 7:3 정도로 아이템전이 우위를 차지했지만 업데이트가 진행되면서 이제 5:5 정도로 맞춰졌고 스피드전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금까지 꾸준히 아이템전을 업데이트 했으니 이번만큼은 ‘스피드전’ 업데이트를 해도 괜찮지 않겠나(웃음).
그래도 스피드전에 컨셉이 맞춰져 있다면 아이템전을 하는 유저들은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업데이트 컨셉은 ‘스피드’가 맞지만 완전히 올인한 것은 아니다. 7일 진행되는 업데이트에 ‘포뮬러 모드’가 추가되는데 PVE를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정말 환영할만한 업데이트라고 생각한다. 왜 스피드전의 문제점은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고수를 절 때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인데 ‘포뮬러 모드’에서는 최대 19개의 레이서 NPC가 등장하면서 상대방을 제치며 질주하는 재미를 잘 살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카트라이더의 인기
게임 난이도가 높으면 마찬가지로 초보자들이나 여성유저들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
스피드전을 잘하지 못하는 유저들의 근본적인 고민은 바로 부스터 게이지를 채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카트라이더에서 부스터게이지를 오직 드리프트를 통해서만 채울 수 있다. 코너마다 드래프트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유저들이나 초보유저들이 상당히 어려워하는데 이번에 ‘크러쉬 부스터’ 시스템을 적용해 게임난이도 자체를 많이 낮췄다.
크러쉬 부스터?
기존 드리프트를 통해 채웠던 부스터 외에 또 하나 추가되는 부스터다. 실제 카레이싱에서 활용되는 ‘슬립 스트림’ 개념인데 이 시스템은 상대방을 뒤를 바짝 쫓아가면 게이지가 차기 때문에 굳이 드리프트를 무리하기 시도하지 않아도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다. 아무래도 포뮬러 모드가 많은 상대를 추월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채택하게 되었다.
포뮬러라고 하면 카레이싱이 떠오르는데 비슷한 맵도 추가되나?
그렇다. 총 4종의 맵이 추가된다. 기존 맵은 개발자의 상상력에 의존해 현실에 없는 세계를 창조했는데 이번에는 레이싱경기장으로 유명한 싱가폴 서킷, 상해 서킷, 한국 서킷 그리고 오프로드용 투어링 랠리가 추가된다.
▲포뮬러
모드 스크린샷
어찌보면 아기자기한 카트라이더의 느낌을 조금 벗어난 것 같기도 하다.
역시 기존 카트라이더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번에 추가되는 카트라이더 4종 트랙은 맵마다 실제 서킷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색다른 요소를 추가했다. 대표적으로 투어링 랠리 트랙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트랙은 오프로드 레이싱의 느낌을 많이 살렸다. 그래서 구불구불한 트랙의 경우 길을 따라 가도 되지만 트랙에서 벗어나 포장되지 않는 도로를 달릴 수 있게끔 설계했다. 물론 비포장 길을 달릴 경우 미끄러지는 등 약간의 패널티는 있지만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역전의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트랙별로 야간 레이싱이나 비오는 배경 등 특징을 잘 살려 기존 카트라이더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드릴 생각이다.
▲카트라이더를
해본 여성 지인에게 질문을 던지자마자
속사포처럼 답변이 쏟아져 나왔다
넥슨 게임은 유독 업데이트에 대한 파급력이 상당하다.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 말일텐데 회사 내부에서 정책적으로 업데이트 시기나 볼륨을 정하는 기준이 있나?
그런 것은 아니다. 개발팀마다 유저 눈높이에 맞춰 콘텐츠를 찾고 이를 반영할 최고의 타이밍을 고르다보니 업데이트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직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타게임 업데이트 시점보다 우리(넥슨) 게임들 업데이트 시점이 더 신경 쓰인다고 말할 정도다(웃음).
질문처럼 넥슨 게임들은 대체로 업데이트가 참 잘 이루어진다. 메이플, 던파, 바람의나라 등이 업데이트를 통해 한번 더 진화를 할 때마다 우리들도 자극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래서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이런 비결 등을 공유하면서 우리도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글로벌 서비스도 같이 진행하고 있는데 내부 개발인력이 얼마나 되나?
지금은 24명 정도 된다.
동시접속자 수나 회원 수에 비하면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지금은 충원되서 많이 늘어난 편이다. 예전에는 14명이서 대규모 콘텐츠를 소화했었던 적도 있었다. 정말 바쁠 땐 일주일에 집에 들어가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금은 아무리 바빠도 이틀에 한번은 집에 들어간다(웃음). 계속 충원할 예정이지만 더 뽑고 싶어도 요즘 개발인력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포뮬러
모드 핵심은 상대방을 제치고 질주하는 재미
카트라이더는 명실상부한 국민 레이싱게임이 되었다. 새삼스럽지만 비결을 좀 묻고 싶다.
카트라이더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글쎄 ‘즐겁게 달린다’라는 모토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템전이나 스피드전을 통해 달리는 재미를 계속 유지했고 매주 작은 업데이트를 시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유저들의 흥미를 자극했던 점이 여러모로 유효했다. 또 그러면서 다음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시키려고 노력했는데 내부적으로는 매우 힘들었지만 이런 노력들이 지금의 카트라이더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카트라이더의 향후 ‘목표’에 대해 듣고 싶다.
카트라이더가 올해로 7살이 된다. 모든 개발자의 심정이 그렇겠지만 게임이 계속 사랑을 받으며 10년 이상 인기를 누려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다. ‘카트라이더’는 이번 업데이트 뿐만 아니라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니 계속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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