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2 협의회, 아마추어 마인드 걷어내자!
2011.08.24 18:05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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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2 협의회 공식 로고
스타2 협의회의 공신력이 의심되는 행보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e스포츠로서의 발전에 또 다른 위험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0년 곰TV의 주관 하에 GSL이 출범하며 스타2는 국내 e스포츠의 신흥종목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고 출전하는 선수 및 팀들이 속속들이 등장하자, 각 관계자들의 공식 단체인 스타2 게임단 협의회가 결성되었다.
‘스타1’을 비롯한 국내 e스포츠를 관할하는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KeSPA)와 그 성격을 달리하겠다고 밝힌 ‘스타2’ 협의회는 출범 당시부터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슬레이어스, TSL과 같이 협의회 소속이 아닌 게임단 및 선수들도 GSL 등 대회 출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과 KeSPA와 달리 게이머의 뜻을 대변하는 게이머협의회장을 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스타2’ 협의회의 공신력을 악화시켰다. 한 분야를 대표하는 단체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내부분쟁 시, 완벽한 중립에 위치하여 갈등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스타2’ 협의회의 그간 행보는 게임단과 선수, 게임단 간의 의견충돌을 시원스럽게 해소하지 못하고, 일부 사건에서는 오히려 불 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7월부터 8월 초까지 이어진 ‘TSL’ 팀의 내부충돌이다. 감독과의 트러블로 인해 팀을 나온 김원기와 서기수는 스타2 협의회 측에 연봉 미지급, 이운재 감독의 업무태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재를 요청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스타2’ 협의회는 김원기와 서기수의 의견만 존중하며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TSL의 이운재 감독은 8월 4일 ‘스타2’ 협의회 측에 탈퇴 의사를 밝혔고, 결국 팀은 협의회에서 강제제명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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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 팀리그, GSTL에 출전 중인 TSL
그러나 TSL과 전 소속 선수, 그리고 원종옥 협의회장의 3자대면 과정에서 이운재 감독의 행보에 대한 오해가 풀리며 결국 화해 국면에 돌입했다. ‘스타2’ 협의회는 편협한 태도로 일관한 단체의 잘못을 인정하고, TSL의 제명조치를 취소하였으나, TSL의 이운재 감독은 재가입 의사가 없음을 전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3자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사실을 왜곡하여 이점을 취하려 한 선수들과 의견을 조정하려는 협의회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돌연 탈퇴를 선언한 이운재 감독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수와 감독, 두 객체에 이리저리 휘둘린 ‘스타2’ 협의회는 게임단 및 선수를 대변하는 단체로서의 공신력을 크게 잃고 말았다. ‘강제제명’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이운재 감독의 전화 한 통과 전 소속 선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너무도 ‘가볍게’ 취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단체가 내린 강력한 뜻을 철회했다. ‘스타2’ 협의회의 원종옥 협회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나, 대표 한 사람이 물러난다고 하여 손상된 공신력과 팬들의 실망감은 치유되지 않는다.
NASL 불참 사태, ‘스타2’ 협의회는 정말로 책임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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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스타2 대회 NASL의 로고
‘스타2’의 국내 e스포츠 파이는 규모가 작아 더욱 성장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특히 한국 공인 대회가 ‘GSL’ 하나밖에 없어 출전에 목마른 선수들을 수용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많은 선수들이 해외 ‘스타2’ 대회에 참가하며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SL을 주관하는 곰TV 역시 해외 대회와의 연계를 통해 ‘스타2’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12일, 북미 온/오프라인 스타2 대회 NASL(North American Star League)에 한국 선수 전원이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해외 리그와의 연계에 위기감이 조성되었다. 특히 NASL의 운영진 측이 불참을 선언한 단체가 스타2 협의회라고 언급하며 본선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선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불참을 선언한 스타2 협의회 쪽에 일 처리가 서툴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실 NASL와의 연계 계약을 처리한 쪽은 스타2 협의회에 소속된 각 게임단이며, 출전 지원금액과 참가 보증금 철회 등 한국 게임단이 제시한 여러 조건이 수용되지 않아서 거부의사가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스타2 협의회가 NASL와 갈등을 빚은 직접적인 객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리그 운영진과 한국 게임단의 갈등 안에서 협의회는 “NASL 관련 분쟁은 스타2 협의회의 주관 하에 진행된 내용이 아닌, 각 게임단 자체적으로 진행된 내용입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는 게임단 내에서 처리하기 버거운 분쟁을 조정하겠다는 주요 설립목적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다. 비록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 아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쌍방이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일궈내는 것이 스타2 협의회가 진정으로 할 일이 아니었나 싶다.
계약서도 없이 활동하는 선수와 게임단! -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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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스타2 리그 NASL 결승전에 출전 중인 이호준
TSL의 전 소속선수 이호준이 갑작스럽게 해외 게임단 EG에서 활동할 뜻을 밝히며 이탈한 이후, 스타2 팀의 계약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당시 이운재 감독은 선수와 팀 사이의 신뢰를 믿고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며, 다음부터는 꼭 서면계약을 필수로 체결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태가 최근 또 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TSL의 이호준처럼 별도의 계약 없이 활동해온 제넥스의 최종환이 슬레이어스로 이적한다는 사실을 전하며 사건이 시작되었다. 슬레이어스는 지난 8월 17일, 최종환의 이적을 공식적으로 보도했는데, 같은 날 제넥스 쪽에서 이를 번복하는 내용이 발표되며 큰 파장이 일었다. 제넥스의 윤희원 감독은 “원만한 협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도자료가 배포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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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환의 이적 문제로 갈등 관계에 놓인 바 있는 `스타2` 게임단 제넥스와 슬레이어스
현재 최종환의 이적은 스타2 협의회 관계자의 입회 하에 두 팀이 모여 뒤늦게 합의를 보며 8월 18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스타2 협의회는 현재 팀과 선수와의 계약을 권고하고 있으며 미계약 선수의 거취는 기존 소속팀이 관여할 수 없다고 명기하고 있다. 제넥스와 서면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최종환의 이적은 스타2 협의회의 규정 상으로 보면 하자가 없다.
KeSPA의 경우 스타1 프로 선수를 대상으로 FA(자유계약)제도를 실시 중에 있다. FA를 통해 이적하는 선수가 매우 적어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으나, 선수와 팀 사이의 계약 관계를 명확히 하는 관련 제도가 아예 없는 것과 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굳건한 체제가 없는 자유는 방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놓인 선수 및 팀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규정 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잡을 필요성이 절실하다.
스타2는 현재 아마추어를 벗어나 프로 e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스타2 협의회가 보여주는 행동은 ‘프로’보다는 ‘아마추어’에 가깝다. 종목이 아직 성장 중이므로 혹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스타2 협의회의 실수를 이해할 관계자 및 팬들은 많지 않다. 또한 공신력이 부족하다고 평가 받는 단체가 관리하는 종목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할 후원사도 적다. 즉, 스타2가 진정한 e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각 게임단 및 선수를 대표하는 스타2 협의회가 먼저 ‘프로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