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분석] 아빠와 아들 선호도 달라, 세대차이가 순위 갈랐다
2016.01.20 15:02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디아블로 3'를 포함한 PC게임과 웹게임은 해당 순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30대 아빠와 10대 아들이 함께 앉아 TV를 본다. ‘응답하라! 1988’이 방송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노래나 풍경을 보며 아빠는 ‘옛날에는 이랬었는데’라며 추억에 담긴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지 않은 10대 아들은 왜 아빠가 드라마를 보며 감상에 빠지는가를 이해하지 못한다. 같은 드라마를 보지만 세대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다른 셈이다.
온라인게임에도 세대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 게임메카 인기순위 빅3 ‘리그 오브 레전드’, ‘서든어택’, ‘피파 온라인 3’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단판승부다. 짧고 굵게 한판승부를 벌이고, 새 판을 짜서 다시 맞붙는 것을 반복한다. 이 점은 짧고, 간편하고, 쉬운 놀이에 익숙한 10대와 20대의 성향이 반영된 걸로 보인다.
반면, MMORPG는 이제 20대를 넘어 30대 이상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30대 이상 유저들은 대부분 10대 혹은 20대에 입문해 게임과 함께 나이를 먹은 ‘아재’ 유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게임 하나를 진득하게 즐기는 속성이 강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세대차이가 2014년부터 오픈을 맞이한 MMORPG 신작 입장에서 넘기 어려운 벽이 됐다는 것이다. 신작으로의 이동이 활발한 10대와 20대는 ‘단판승부’를 좋아하는 특성상 MMORPG를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30대 이상의 경우 본인이 하던 게임에서 잘 이동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MMORPG 신작은 유저를 끌어들일 양쪽창구가 꽉 막힌 셈이다.
여기에 더 간단한 게임성을 앞세운 모바일 RPG가 대세로 자리하며 긴 호흡이 요구되는 MMORPG는 업계에서 더 이상 ‘잘 나가는 장르’가 아니게 됐다. 실제로 ‘검은사막’ 이후 MMORPG 신작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두 가지 선택을 앞두고 있다. 빠른 성과를 볼 수 있는 캐주얼이냐, 아니면 ‘아재’를 노린 묵직한 게임이냐를 놓고 어느 쪽에 승부수를 던질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 한판의 재미로 10대를 꽉 잡은 '리그 오브 레전드' (사진제공: 라이엇 게임즈)
응답하라 올드 유저여! 출시 전 몸풀기 중인 ‘블레스’
그리고 오는 27일, 공개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블레스’는 후자에 힘을 실었다. 자동사냥과 수집이 반복되는 모바일 RPG는 취향에 안 맞고,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흐름이 빠른 게임은 부담스러운 30대 이상 ‘아재 유저’에게 옛 추억을 되새길 신작을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다. ‘블레스’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간만의 ‘대작 MMORPG’이기도 하고, 2016년 초반에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은 순위에도 반영됐다. 공개서비스 1주일 전, ‘블레스’는 43위에 오르며 오픈과 함께 튀어 올라갈 만발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블레스’는 오픈을 앞두고 흥행을 위해 ‘응답하라, 올드 유저여!’라도 외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한 켠으로 신작인 만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저를 발굴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특히 ‘블레스’는 여러 유저가 오랜 시간 목표를 향해 달리는 MMORPG의 진득한 재미를, 이를 모르는 젊은 유저에 알려야 되는 입장이다. ‘올드 유저들은 이런 게임을 참 좋아했는데, 너희도 한 번 해보지 않을래’라는 마음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서든어택’만 했던 유저 입장에서는 색다른 재미를 소개받는 셈이다. 과연 ‘블레스’가 ‘아재’를 넘어 MMORPG가 낯선 ‘키드’에게 진득한 매력을 알려줄 ‘전도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주 온라인게임 순위는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날씨처럼 요지부동이다. 가장 심한 곳은 상위권이다. ‘던전앤파이터’를 밀어내고 4위에 올라선 ‘리니지’와 아직도 버그와의 싸움을 끝내지 못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제치고 13위에 안착한 ‘테일즈런너’ 외에 모든 게임이 제자리걸음이다.
중위권에서는 ‘스페셜포스’를 필두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형제까지 온라인 FPS가 동반상승을 이뤄냈으며, ‘로스트사가’는 신규 용병 추가에 힘입어 5단계나 순위를 끌어올리며 21위에 자리했다. 블리자드의 신생 온라인 형제 ‘하스스톤’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운명은 판이하게 갈렸다. 새 챔피언과 e스포츠 쌍두마차를 앞세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2단계 오른 반면, ‘탐험가 연맹’ 후 붐업 요인이 없는 ‘하스스톤’은 2단계 떨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위권에서는 신작 ‘블레스’가 등장하며 하위권에 간당간당 턱걸이 중이던 ‘문명 온라인’이 50위 밖으로 밀렸다. 이 외에 굵직한 콘텐츠로 무장한 겨울 업데이트를 앞세운 ‘R2’와 초기 지역 중 하나인 ‘울라 던전’을 개편한 ‘마비노기’가 각각 7단계, 5단계 오르며 두각을 드러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바람의나라’, ‘포트리스 2 레드’는 순위 상승 요인이었던 업데이트와 서비스 이관 효과가 소멸하며 순위가 곤두박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