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메카] 페이트의 숨겨진 이야기 ‘할로우 아타락시아’
2016.01.27 14:16 게임메카 슬라임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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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발매 12년 차에도 현역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지난 미소녀메카에서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이하 페이트)’를 소개했습니다. 제작사인 노츠가 태동한 이야기부터,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가 지금까지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는데요. 그 강력한 인지도 만큼이나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타이틀의 수도 상당합니다.
이번 [미소녀메카]에서 다룰 작품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이하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페이트’에서 뻗어나온 여러 작품 중, 가장 정식 후속작에 가깝다고 평해집니다. 굳이 따지자면 동인 서클 시절 타입문이 ‘월희’의 팬디스크로 내놨던 ‘가월십야’와 비슷한 개념이지요.
▲ '페이트' IP를 활용한 수많은 작품들
▲ (왼쪽부터) '월희' 타이틀 화면, '가월십야' 타이틀 화면
▲ '페이트' IP를 활용한 수많은 작품들
▲ (왼쪽부터) '월희' 타이틀 화면, '가월십야' 타이틀 화면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2005년 출시작으로, PC와 PS비타 버전이 존재합니다. [미소녀메카]에서는 PC버전을 기준으로 삼아 게임을 소개합니다. 두 버전은 큰 차이가 없지만, PS비타에서는 PC버전에 들어갔던 몇몇 씬이 삭제되고 캐릭터 음성이 풀보이스로 바뀌었습니다. 미니게임도 추가되긴 했는데요, 내용과 엔딩에는 변화가 없으니 큰 무리는 없으실 겁니다.
▲ '할로우 아타락시아' 타이틀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할로우 아타락시아' 타이틀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할로우 아타락시아’… 정말 왠만해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입니다. 전작인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는 스테이(Stay)와 나이트(Night)처럼 꽤 익숙한 단어를 사용했는데 말이죠. 제목부터 참 어렵습니다.
‘할로우(Hollow)’의 사전적 의미는 속이 빈, 쑥 들어가거나 움푹 꺼진, 또는 허허로운 상태를 뜻합니다. ‘아타락시아(Ataraxia)’는 정신이 평안한 상태거나 냉정, 무감동하다는 것을 일컫죠. 두 단어를 합쳐보면 무언가 비어 있어서 정신이 평안하다는 뜻인데, 대체 뭐가 비어 있는지 지금부터 차근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똑같은 시간을 여러 번 살면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낸다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기본적으로 페러렐 월드, 즉 평행우주를 바탕으로 삼고 있습니다. 전작인 ‘페이트’와 같은 시간적 배경, 제 5차 성배전쟁이라는 무대를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는 거죠. 그리고 똑같은 시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루프물’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평행우주’와 ‘루프물’ 개념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곁들일게요. 우선 ‘평행세계’는 지금 내가 사는 공간이 아닌, 다른 세계에도 같은 ‘나’가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즉, 사람 A가 태어난 지구라는 별이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존재하고, 모든 지구에도 사람 A가 있다는 겁니다. 그 A가 각 지구에서 어떤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A의 삶은 완전히 바뀝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요. 간단히 예를 들자면 지금 미소녀메카를 보기 위해 제목을 클릭한 독자님의 세계(A)와 클릭하지 않았던 세계(B)는 달라지게 되는 것이죠.
‘루프물’은 주인공이 같은 시간이나 공간에 갇혀서 똑같은 일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을 말합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가 나비효과를 가져다주는 선택지를 발견해서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그 세계관의 비밀을 알아내는 게 보통 ‘루프물’의 목적이 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반복되는 세계에서 탈출하는 거죠.
▲ 엔딩 화면 중 하나
▲ 엔딩 화면 중 하나
바제트의 공허한 표정에 주목
‘할로우 아타락시아’ 최종 목표도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탈출하는 것입니다. 주인공 에미야 시로는 제 5차 성배전쟁이 끝난 후 4일간 벌어지는 일을 계속 반복해서 보게 되는데, 그 속에서 ‘페이트’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이 밝혀지죠.
‘페이트’에서는 선택지에 따라 분기가 나눠지는 일방 진행이었지만, ‘할로우 아타락시아’에서는 후유키 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상대방을 골라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거나 플레이 달성율을 갱신할 때마다 새로운 장소나 인물도 등장하죠.
▲ 이런 화면에서 돌아다니며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있다
▲ 이런 화면에서 돌아다니며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맵상에 등장하는 느낌표 아이콘만 따라가면 최단 루트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메인퀘스트 느낌이죠. 하지만 ‘페이트’ 본편이 아닌 만큼 공략 없이, ‘NEW’라고 표기되는 에피소드도 감상해가며 진행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래서 어떤 장소에 먼저 방문해서, 시나리오를 파악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반복되는 4일 동안 어떤 단서를 모으냐에 따라 숨겨진 요소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선택지를 제대로 골랐다면 이전에는 갈 수 없었던 장소에 갈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장소, 상황에서 인물을 만나 시나리오가 진행됩니다. 그동안 이 반복되는 세계의 진실을 알아가게 되죠. 궁극적인 목표가 루프 탈출인 만큼,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페이트’와 달리 메인 엔딩이 1개 뿐입니다.
‘페이트’에서 만날 수 없었던 숨겨진 인물들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어디까지나 평행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세이버나 아처, 토오사카 린처럼 ‘페이트’ 기존 캐릭터들이 후유키 마을에 다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큰 의의는 ‘페이트’에서는 조명되지 않았던 시나리오를 본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도 ‘페이트’에는 없었던 새로운 클래스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죠.
▲ 어벤저: ‘할로우 아타락시아’에서 새롭게 등장한 일곱 번째 클래스 영령, 기존 클래스와 비교했을 때 최악의 능력치를 지녔으며, 새로운 여성 캐릭터인 ‘바제트’의 서번트로 등장. 성격은 상당히 껄렁하고 꼬여있지만, 내면에는 순수함도 존재한다. 얼굴은 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하면 서서히 공개된다. 사실상 정체는 성배 안의 내용물이고, ‘페이트’ 세계관을 설명하는 많은 핵심 요소들을 품고 있다.
▲ 바제트 프라가 맥레미츠: 제 5차 성배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마술협회에서 파견한 집행자 출신 마술사. 자신이 동경하던 서번트인 랜서를 소환하는 데 성공하지만, ‘코토미네 키레이’라는 캐릭터에게 영주와 서번트를 잃어 성배전쟁에서 탈락한다. 본편인 ‘페이트’에서 등장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 성배전쟁 도중에 탈락한 것에 대한 원한이 남아, 신규 클래스인 어벤저와 계약하게 된다. 사실상 ‘할로우 아타락시아’의 세계관을 탄생시키는 장본인으로 기본적으로는 보이쉬하고 쿨한 캐릭터지만, 순애보스러운 면도 있다.
▲ 카렌 오르텐시아: 성당의 수녀. ‘할로우 아타락시아’ 세계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코토미네 키레이’를 대신해 성당에 있다. 원래 ‘코토미네 키레이’ 서번트였던 랜서와 길가메시(4차 아처)의 마스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할로우 아타락시아’ 세계관의 진실과 닿아있는 인물.
재조명되는 ‘페이트’ 서브 캐릭터들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페이트’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상황도 충분히 펼쳐질 수 있는 세계관입니다. 제 5차 성배전쟁이 끝나고 4일간의 후일담이 계속 반복되기에, 원래라면 잊혀졌을 조연 캐릭터들의 서브 시나리오도 마음 놓고 감상이 가능합니다.
‘페이트’에서는 시나리오 흐름 상, 큰 묘사 없이 지나가 버린 조연들이 어째서 그런 성향의 사람이 되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죠. 그런 이유에서인지 ‘페이트’ 시리즈 서브 캐릭터들은 미소녀게임치고는 단단한 팬층을 지니는 호사(?)를 누리는 편입니다.
▲ '페이트'에서는 큰 인기가 없었던 신사의 새댁도 갑자기 인기폭발!
▲ '페이트'에서는 큰 인기가 없었던 신사의 새댁도 갑자기 인기폭발!
미니게임으로 즐기는 소소한 재미
‘할로우 아타락시아’ 역시 ‘페이트’처럼 비주얼노벨 방식을 사용합니다. ‘페이트’ 경우는 파격적인 설정과 연출, 다채로운 엔딩이 매력이라면,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엔딩이 하나인 대신 팬디스크답게 다른 요소를 많이 넣어두었죠. 그래서 타입문이 선택한 건 미니게임입니다.
메인 시나리오보다 플레이 시간을 더 많이 잡아먹는 미니게임 ‘풍운 이리야 성’과 ‘좌충우돌 화투 여행기’이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특별한 조작 없이 마우스 클릭만으로 진행되지만, 각 캐릭터의 특성에 맞춰 연출된 기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풍운 이리야 성' 미니게임 진행 화면
▲ 세이버의 검신이 화려하다
▲ '풍운 이리야 성' 미니게임 진행 화면
▲ 세이버의 검신이 화려하다
‘좌충우돌 화투 여행기’는 일본식 화투 룰을 접목한 미니게임입니다. 세이버나 아처, 랜서 등 각 캐릭터별로 팀을 구성하고, 팀 스킬도 사용할 수 있죠. 또한 이런 미니게임들 외에도 토오사카 신사에서 운수 뽑기를 통해 돈을 모으고, 모은 돈으로 숨겨진 일러스트를 구매할 수 있는 요소도 존재합니다. 그야말로 ‘페이트’ 본편을 즐긴 팬들을 위한 팬디스크죠.
▲ '좌충우돌 화투 여행기' 화면
▲ 신사에서는 모은 돈으로 에미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운을 테스트해보시죠
▲ '좌충우돌 화투 여행기' 화면
▲ 신사에서는 모은 돈으로 에미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운을 테스트해보시죠
사실 필자는 ‘페이트’는 클리어 후에 다시 켜 본 적이 없는데,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이따금씩 화투를 치고 싶어서 켜보기도 합니다(…). 그만큼 ‘할로우 아타락시아’ 매력도 만만찮다는 이야기죠. ‘페이트’에서 만나보지 못한 다른 세계를 맛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할로우 아타락시아’를 접하기 전에는 ‘페이트’를 먼저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 '페이트' 기획이 마무리되었으니 미소녀는 아니지만 쓰러져 보는 걸로...!
▲ '페이트' 기획이 마무리되었으니 미소녀는 아니지만 쓰러져 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