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그리드 개발팀 팀 호레이의 신작 로그라이트 액션게임 세피리아가 정식 출시 이후 스팀 동접자 3만 4,000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아티팩트 조합과 전략적인 석판 인벤토리 시스템을 앞세워 전작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며 게이머들에게 호평받는 중이다. 개발진은 향후 주기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와 밸런스 패치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 세피리아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스팀)
최근 로그라이트 액션게임 '세피리아'가 화제로 떠올랐다. 2018년 던그리드를 만들었던 국내 인디게임 개발팀 '팀 호레이'의 신작으로, 다양한 아티팩트와 무기로 강력한 빌드를 만드는 재미, 석판으로 인벤토리를 강화하는 전략적인 시스템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 7월 31일 앞서 해보기를 끝내고 정식 출시된 후, 스팀 일 최고 동접자 3만 4,000명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게임메카는 팀 호레이를 직접 만나, 세피리아 개발 비화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에는 팀 호레이 안태현 팀장, 문지환 기획자가 자리했다.
▲ 팀 호레이 안태현 팀장(좌)와 문지환 기획자(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안태현 팀장: 팀 호레이의 팀장을 맡고 있는 안태현이다. 팀 호레이를 소개할 때마다 명확한 팀 정체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 많이 고민한다. 간단하게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조그마한 게임 개발팀'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된다.
팀 호레이는 군대에 가기 전 취업용 포트폴리오로 만들었던 '던그리드'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지만, 지인들이 모여 지금은 총 4명이 함께 하고 있다.
문지환 기획자: 그 4명 중 기획을 맡고 있는 문지환이다. 잘 부탁드린다.
Q. 세피리아가 얼마 전 앞서 해보기에서 정식 출시됐다. 소감이 어떤가?
안태현 팀장: 정식 출시 전까지만 해도 '쉼 없이 달려왔으니 출시 후에는 쉬면서 게임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출시해보니 버그를 수정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며 이전과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그래도 앞서 해보기 기간보다는 홀가분하다. 출시 전날에는 너무 무서워서 잠시 정신을 잃고 한 달 뒤에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막상 닥치고 나니 무사히 잘 넘어간 것 같다.
문지환 기획자: 저도 마찬가지였다. 출시 전날에는 긴장해서 숨을 쉬기도 힘들었는데, 막상 출시되니 나른해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하지만 다음 날 이메일이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여전히 바쁘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 차리고 일하고 있다(웃음).
Q. 세피리아가 연일 최고 동접자를 경신하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정도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안태현 팀장: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전작 던그리드가 분에 넘치는 관심을 받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차기작도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마케팅이나 판매에 대해 문외한이라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그래서 전작만큼만, 혹은 전작의 절반정도만 팔아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플레이 지표를 보면 전작보다 훨씬 높게 나오고 있어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세피리아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안태현 팀장: 던그리드 후 어떤 게임을 만들지 고민이 많았다. 던그리드로 로그라이트를 해봤으니 다음에는 절대 로그라이트를 하지 말자고 얘기한 적도 있다. 그래서 페어리라이츠라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핵심 재미를 찾지 못했고 확신도 들지 않아 결국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이후 2021년부터 세피리아의 초기 기획에 들어갔다.
새로운 프로젝트인 만큼 이번에는 탑다운 시점을 해보고 싶었고, 액션게임도 아닌 부하를 운용하는 전략게임으로 시작했다. 다만 이 역시 문제도 많고 재미도 없어서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던그리드에서 못해본 것들 위주로 다시 한번 로그라이트에 도전해보자고 결심하며 지금의 세피리아가 탄생했다.
▲ 세피리아 스크린샷 (사진출처: 스팀)
Q. 말씀대로 세피리아는 탑다운 시점을 채택했는데, 횡스크롤이었던 전작과 개발 과정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안태현 팀장: 횡스크롤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탑다운에 도전했지만 만들어보니 여기가 더 지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웃음) 탑다운의 장점은 화면에 다양한 유닛을 분산 배치해 세계를 표현하기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 난이도는 훨씬 높다. 2D 게임에서는 그리는 순서를 제어하는 것부터 시작해 화면을 예쁘게 구성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반면 횡스크롤은 장면 자체를 예쁘게 만들기에는 효과적이지만, 다양한 요소를 한 화면에 담기에는 부적합하다. 예를 들어 단체 전투를 표현할 때 횡스크롤은 유닛들이 좌우로 겹쳐서 전쟁 느낌을 살리기 어렵다. 각 시점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문지환 기획자: 탑다운 시점은 시스템적으로 제약이 많았던 것 같다. 새로운 아티팩트를 20개 구상하면 절반은 시스템이나 밸런스 문제에 걸려 폐기될 정도로 던그리드에 비해 고려해야 될 부분이 많았다. 그 외에 액션이나 스토리 연출 측면에서도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Q. 쉽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 것 치고는 전작에 비해 연출이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후반부에 몰입감을 확 끌어올리는 오싹한 연출이 인상 깊었는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안태현 팀장: 거창한 노하우는 없고 팀원들이 그런 연출을 좋아하고 잘 만든다. 특히 챕터 5와 6에 공을 많이 들였다. 플레이어가 긴장감과 기분 좋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화면을 깨뜨리거나, 이상한 사운드를 넣고 검은 화면이 다가오게 만들었다. 특히 그래픽 담당자가 무척 유능하다. 간단한 계획안을 갖고 가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온다.
Q. 세피리아가 호평받은 이유는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다양한 아티팩트와 무기로 만드는 독특한 콤보(특성)다. 특히 결속 아티팩트는 스킬 메커니즘을 크게 바꾸는 독특한 효과가 많은데, 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안태현 팀장: 팀원들과 주기적으로 상의하며 아이디어를 낸다. 로그라이트 장르를 좋아해서 다른 게임들도 꾸준히 플레이하며 참고한다. 실제로 '하데스'의 무기 활용 방식에서도 영감을 얻기도 했다.
아티팩트는 던그리드의 액세서리가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러던 중 어릴 때 했던 디아블로가 떠올랐는데, 당시 '부적' 시스템을 보며 '아이템을 획득하기만 해도 효과가 발동된다고? 미쳤다!'라며 감탄한 기억이 있다. 이러한 직관적인 재미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의 아티팩트를 만들었다.
특히 결속 아티팩트는 콤보 시스템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불과 얼음처럼 연관 없는 콤보를 자연스럽게 이어줄 방법을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 결속 아티팩트를 기확했다. 유저에게 가장 익숙한 아티팩트 시스템을 통해 여러 능력을 섞어주면, 배우기도 쉽고 게임의 깊이도 더해질 것이라 판단했다.
▲ 세피리아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무기와 아티팩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스팀)
▲ 스킬 메커니즘을 크게 바꿔주는 결속 아티팩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세피리아의 가장 큰 특징은 '석판'을 이용한 인벤토리 강화 시스템이다. 석판 시스템은 어떻게 도입하게 되었는지?
안태현 팀장: 석판은 '노이타(Noita)'라는 로그라이트 게임에 있는 마법 배치 시스템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처음 생각했던 방식은 '강화형 아티팩트'를 배치해, 주변 아티팩트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렇게 하면 플레이어 입장에서 너무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배치하는 재미를 주면서도 심플하고 직관적인 방법을 고민한 끝에, 그림과 숫자로 직관성을 높인 석판 시스템을 만들었다.
▲ 석판을 이용한 인벤토리 강화는 세피리아의 시그니처와도 같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세피리아는 던그리드에 없던 공식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안태현 팀장: 미치도록 어려웠다(웃음). 초기에는 멀티플레이가 기획에 전혀 없었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도전해보겠냐'는 생각에 2스테이지까지 구현됐을 때 무작정 기능을 추가해보기로 했다.
2023년 초부터 멀티플레이 기능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기존 코드를 전부 갈아엎는 데만 5~6개월을 썼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2024년 초중반이 되어서야 겨우 안정화를 할 수 있었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게임에 잘 녹아들어 다행이다.
Q. 던그리드처럼 모바일 등 멀티 플랫폼 출시 계획이 있는지?
안태현 팀장: 하고는 싶지만 당장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현재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만 나누고 있으며 명확한 계획은 없다. PC 버전의 세밀한 UI를 작은 모바일 화면에 옮기는 것도 큰 과제라서 아주 훗날의 일이 될 것 같다.
Q. 향후 업데이트 로드맵이나 신규 콘텐츠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안태현 팀장: 1년 반 동안 팀원들이 쉼 없이 달려왔기에 당분간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얼리 액세스 때처럼 잦은 업데이트는 힘들겠지만 주기적으로 아이템과 무기 등 신규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다. 안 좋은 특성들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밸런스 패치도 꾸준히 진행하려 한다.
창작마당 도입도 고민하고 있다. 창작마당을 여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멀티플레이 게임이기 때문에 창작마당 요소가 유저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고 어떻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
문지환 기획자: 무기 개선 요청도 많이 받고 있다. 한 번에 크게 바꾸기보다는 패치마다 조금씩 지속적으로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Q. 던그리드와 세피리아가 연달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보니 차기작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다.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이나 소재가 있는지 궁금하다.
안태현 팀장: 차기작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어서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세피리아를 통해 멀티플레이 기능을 만들어봤으니 다음 작품에서도 싱글 플레이는 물론 멀티플레이가 잘 어우러지는 기능을 꼭 넣고 싶다.
연이은 성공에 대한 부담감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만큼 게이머들이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뜻이므로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Q. 끝으로 세피리아를 즐겨주시는 플레이어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린다.
안태현 팀장: 저희 게임을 재밌게 즐겨주셔서 굉장히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업데이트를 선보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문지환 기획자: 던그리드 때도 그랬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시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있다. 항상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게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