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게임쇼와 게임스컴은 주최 측이 미디어와 출전사를 연결해주는 다양한 방식을 제공한다. 반면 지스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출전사와 기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전혀 만들지 않고 있다. 중소 및 인디게임사의 발견을 위해 지스타도 주도적으로 언론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당시 E3에 미디어 등록을 하면 기자들의 메일 정보가 출전사 모두에게 공유됐고, 그 결과 행사 전부터 메일이 쏟아졌다. 신작을 소개하고 싶다는 개발사, 부스에서 게임을 시연해달라는 퍼블리셔, 개발자를 인터뷰하지 않겠느냐는 홍보 담당자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평소라면 이름조차 듣지 못했을 작은 업체였더라도 메일을 통해 기자들과 현장 미팅을 진행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게임이 언론에 한 차례라도 더 소개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게임메카는 지스타도 미디어와 출전사를 적극적으로 이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형 게임사는 알아서 기자들이 찾아오지만, 작은 게임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올해 도쿄게임쇼를 앞두고 메일함을 열어보니 7년 전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도쿄게임쇼가 열리기 약 한 달 전인 8월 중순부터, 메일에는 도쿄게임쇼 관련 메일이 하루에 2~3개씩 도착했고 어느샌가 약 50개에 달하는 메일이 쌓여 있었다. 메일 제목에는 한결같이 '[TGS2026] 出展社プレスリリース', 즉 ‘출전사 프레스 릴리스’가 붙었다. 픽셀아트 정치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곳, 인디게임과 교육용 게임, 생전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해외 업체까지 내용도 제각각이다.
▲ 도쿄게임쇼 기자등록을 하는 순간 시작되는 메일 공세 (사진: 게임메카 촬영)
중요한 점은 이 메일이 개별 출전사에서 직접 날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전사가 정보를 보내면 도쿄게임쇼 주최 측에서 이를 취합해 등록 언론에 대신 전달하는 형태다. TGS 2026 공식 홈페이지 역시 프레스 등록 안내에서 등록 언론을 대상으로 ‘프레스 릴리스 배포’를 운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게임사에 기자 개인정보를 넘겨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자의 이메일 주소는 도쿄게임쇼 사무국만 가지고 있다. 출전사는 자기 게임 소개나 소식 보도자료를 사무국에 보내고, 사무국이 이를 기자에게 전달하는 홍보대행 역할을 맡는다. 메일에는 개발사 및 게임 정보, 부스 전시 일정, 관련 정보 URL 등이 포함돼 있고, 기자가 관심이 있으면 그때 해당 업체 관계자에게 직접 연락하면 된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훨씬 깔끔하다.
게임스컴은 한 발 더 나간다. 게임스컴에는 ‘게임스컴 비즈(gamescom biz)’라는 별도의 온라인 네트워킹 공간이 있다. 들어가 보면 등록한 행사 참가자들이 하나의 거대한 인명록처럼 정리돼 있고, 직책과 업종, 방문 목적, 국가 등을 기준으로 상대를 찾을 수 있다. 프로필을 확인한 뒤 메시지를 보내 연락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스컴 공식 개인정보 안내를 보면 구조가 더욱 명확하다. 네트워킹 참여자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 직책, 회사명 등은 상대가 볼 수 있지만 실제 연락처는 연결 요청을 받은 사람이 이를 승인한 뒤에야 공개된다. 물론 플랫폼 내부 채팅도 언제든 지원한다. 네트워킹을 원치 않는 사람은 해당 기능 자체를 끌 수도 있다. 즉, 게임스컴은 기자 이메일 주소를 게임사에 뿌리는 대신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직접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 관계자들이 직접 본인 정보를 등록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게임스컴 비즈 (사진출처: 게임스컴 비즈 2026 홈페이지 갈무리)
도쿄게임쇼와 게임스컴의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주최 측이 출전사와 미디어가 서로를 발견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스타에서는 이 연결고리가 여전히 없다. 지스타 관계자는 과거 기자 연락처를 출전사와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관련 문제가 있다는 설명을 했다. 사방에 오픈되어 있는 기자의 업무용 메일이 개인정보 보호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다만, 도쿄게임쇼와 게임스컴 등의 사례를 보면, 개인정보는 보호하면서 언론과 출전사를 연결해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도쿄게임쇼처럼 사무국이 중간에서 보도자료를 전달하거나, 게임스컴처럼 네트워킹 플랫폼을 만들고 기자와 출전사가 서로 연결을 승인하도록 해도 된다. 더 단순하게는 미디어 등록 단계에서 ‘출전사의 취재·홍보 연락 수신에 동의하십니까’, '메일 개인정보 제3자(출전업체) 제공' 같은 선택적 동의를 얻고 동의한 기자들의 연락처만 공유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지스타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서는 기자등록을 개인정보 처리 목적 가운데 하나로 명시하고 있으며, 정보주체의 동의 등이 있는 경우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전사와 기자 사이에 아무 연결 장치도 만들지 않고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장치는 큰 게임사보다 중소, 혹은 인디게임사에 훨씬 절실하다. 대형 게임사는 지스타 주최 측이 별도의 도움을 주지 않아도 자체 홍보팀이나 홍보대행사 등을 통해 기자들과 연락할 수 있다. 기자 입장에서도 어느 대형 업체가 어떤 게임을 들고 나오는지는 행사 전부터 어느 정도 파악한다.
반면 지스타 한쪽에 한두 개 부스를 낸 작은 개발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처음 한국에 온 해외 인디 개발사나 학생팀, 지역 공동관 한구석에 자리 잡은 작은 스튜디오는 부스 앞을 지나가기 전까지 존재 자체를 알기 어렵다. 게임이 아무리 독특해도 수백 개 부스 가운데 기자의 눈에 우연히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게임쇼는 이미 유명한 게임만 한곳에 모아놓는 행사가 아니다. 평소에는 만나지 못할 게임을 발견하게 하는 것도 게임쇼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다면 그 ‘발견’을 전적으로 우연에 맡길 이유도 없다. 올해도 지스타가 열리면 기자들은 나흘 동안 수많은 부스를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취재할 것이다. 그 와중에 처음 듣는 개발사의 보도자료까지 수십 통 날아오고, 모르는 해외 개발자에게 미팅 요청까지 들어온다면 분명 귀찮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옳다. 기자라면 그런 귀찮음은 얼마든지 대환영이다. 업체에서 기자들에게 보내는 메일 한 통과 미팅 요청 하나가, 지스타 한구석에 숨어 있던 게임 하나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지스타도 이제 기자들을 좀 더 괴롭힐 때가 됐다.
▲ 좀 더 의미 있는 게임쇼가 되기 위해서는, 기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