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차티드 4, 너티독 지하에는 '외계인 고문'실이 있다
2016.05.16 20:05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언차티드 4'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뛰어난 기술력을 보이는 업체를 두고 ‘외계인을 고문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인텔, 삼성전자 등 업계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앞세운 기업에 건네는 농담인 셈이다. 그렇다면 게임업계에서 이런 농담을 받는 곳은 어딜까? 쟁쟁한 업체들이 많지만, ‘언차티드’ 시리즈를 내놓은 너티독이 빠지면 섭섭할 것이다. 2009년 PS3로 발매된 ‘언차티드 2’는 뛰어난 그래픽과 완성도 높은 게임성을 앞세워 부진에 빠져 있던 PS3를 일으켜 세우는데 일조했다. 이후 발매된 ‘언차티드 3’는 더 발전할 여지가 없어 보이던 2편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자랑했다.
그런 너티독이 ‘언차티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지난 10일(화) 정식 한국어화를 통해 PS4 독점 출시된 ‘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이하 언차티드 4)’에서 너티독의 ‘외계인 고문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보자.
▲ '언차티드 4'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보는 플레이어가 뜨겁다! 더욱 사실적인 그래픽
너티독은 이전부터 나뭇잎까지도 하나하나 직접 만든다는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으로 유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매번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이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언차티드 4’에서도 PS4 한계를 끌어낸 고품질 그래픽으로 플레이어의 눈을 사로잡는다.
▲ 실제로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눈이 즐겁다. 게임 내내 마주하는 모든 자연환경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보인다. 또, 멀리 떨어진 산맥이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이 선명해 보는 맛이 있다. 눈발이 거센 스코틀랜드에서는 ‘네이트’ 옷도 눈이 묻어 하얗게 변하고, 생동감 넘치는 시내에서는 주민이 ‘네이트’에게 사과를 사달라고 호객행위를 하는가 하면, ‘빅터 설리반’은 옷가게에서 셔츠를 골라 어울리냐고 묻는다. 이처럼 사실적인 풍경 속에서 플레이어는 ‘네이트’와 함께 모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눈발 날리는 스코틀랜드, 보기만 해도 춥다
또한 이번 작에서 주요하게 등장한 ‘탈 것’도 사실적이다. ‘네이트’ 일행은 드넓은 마다가스카르를 탐험하기 위해 4륜구동 지프차를 타고 다닌다. 자동차가 지나간 길에 바퀴자국이 남고, 진흙탕에서 운전을 하면 자동차 유리창에도 진흙이 튄다. 물론 이 정도로는 ‘장인정신’이라 부를 수 없다. 자그마한 백미러에 비치는 풍경도 주변 환경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고, 총격전이 벌어져 유리창이 망가지면 아예 내려버리는 디테일까지 살아있다.
▲ 차량에 진흙이 튀는 모습까지 구현
캐릭터 역시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3편에서 ‘전현무 드레이크’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던 ‘네이트’는 흰머리를 보이며 세월의 변화를 나타냈으며, 눈의 크기나 피부 질감 등이 현실에 가까워졌다. 아울러 캐릭터 움직임도 다소 근력이 부족한 ‘엘레나’가 ‘네이트’보다 힘들게 오르는 등 사실적으로 변했다. 여기에 물에서 나오면 피부나 머리카락이 젖어 번들거리거나, 무더운 마다가스카르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매우 정교하게 묘사해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 더운 마다가스카르에서 고생하다보면 땀 자국은 기본
▲ 물 속도 아름답다
이처럼 전반적인 그래픽이 매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데 그중에서도 ‘불길’ 묘사는 단연 최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네이선’이 전복된 자동차 안에 갇힌 대목인데, 충격으로 자동차에 붙은 불이 너무도 사실적이라 ‘어서 탈출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처럼 ‘언차티드 4’ 그래픽은 10점 만점에 10점도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환상적이다.
▲ 진짜 불이 붙은 것처럼 보여 다급해졌다
동료의 농담과 잠입액션으로 식상함 줄였다
그렇다면 ‘언차티드 4’의 플레이는 어떨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네이트’는 여전히 깎아지른 절벽과 아찔한 높이의 건물을 맨손으로 오르며, ‘해적공학의 진수’가 담긴 다양한 퍼즐을 풀어낸다. 또한 적대세력 ‘쇼어라인’ 역시 잊을만하면 부대를 파견해 앞길을 막는다. 따라서 이들을 처치하고 다시 나아가는 것을 반복한다. 여기에 너티독은 식상함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요소를 붙였다. 먼저 시리즈 마지막에 걸맞은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통해 계속 플레이하게 만들고, 익숙한 구성에 새로운 요소를 더해 게임을 더욱 다채롭게 풀어가도록 했다.
▲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 낯설지 않은 퍼즐을 푼다
이번에 ‘네이트’는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 ‘엘레나 피셔’와 함께 보내는 지루하지만 평화로운 삶, 죽은 줄 알았던 형 ‘샘’과 보물을 찾는 짜릿한 모험 중에서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한다. 여기에 영문판 부제목 ‘도둑의 최후(A Thief's End)’에서 알 수 있듯, 전설적인 해적 ‘헨리 에이버리’의 막대한 보물을 노리는 다양한 ‘도둑’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즐겁다.
▲ '엘레나'와의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은 어떻게 될까?
▲ 다양한 갈등은 직접 경험해보자
또, 게임 내에서 ‘네이트’ 혼자 고생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대부분 상황에 동료가 함께한다.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우는 것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고, 전투에도 도움을 준다. 아울러 플레이어가 진행방향을 찾지 못하고 헤매면, 옆에 있는 동료가 ‘저기 출구가 있다’며 조언 해주기도 한다. 여기에 유쾌한 농담이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이와 같은 부분은 NPC를 단순한 ‘AI’가 아닌, 살아 숨쉬는 동료처럼 느끼도록 만든다.
▲ 형제는 용감했다
마지막으로 전투가 더욱 다채로워졌다. 특히 적에게 들키지 않고 잠입해서 암살하는 ‘테이크다운’ 비중이 늘었다. 때문에 ‘어새신 크리드’ 못지않은 암살 플레이도 가능하다. 멀리서 적을 마킹하는 시스템이 생겨 적 이동방향이나 위치를 가늠하기 쉬워졌고, 적이 인기척을 느끼고 주위를 살피기 시작하면 노란색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들키기 전에 자리를 뜰 수도 있다. 이 기능들을 적절히 사용하면 숨어 있는 저격수를 먼저 처치하고 전투를 치르는 등, 상황에 맞는 공략이 가능하다.
▲ 들켰다 싶을 땐 재빠르게 도망치면 된다
▲ '테이크다운'으로 빠르게 적을 제거하자
이외에도 수집요소 중 하나인 ‘보물’을 모아 얻는 포인트를 통해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보너스를 통해 캐릭터가 입고 있는 옷을 바꾸거나, ‘무한 탄약’, ‘무중력’ 등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다. 그래서 2회차 이상부터도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자잘한 보물을 찾아내는 과정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 '보물 수집'에 의미가 부여된다
‘언차티드’는 싱글 전용 게임? 멀티도 재밌다!
‘언차티드 4’ 장점은 수준급 싱글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10시간가량 꽉 찬 캠페인만으로도 플레이어는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멀티플레이까지 제공된다. 심지어 단순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그치는 것도 아니다. ‘언차티드 4’ 멀티는 본편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언차티드 4’ 멀티 대전은 전작과 비슷하게 ‘네이트’, ‘샘’, ‘엘레나’ 등이 등장하는 ‘영웅’ 진영과 이들과 대적한 ‘레이프’, ‘나딘’ 등의 ‘악당’ 진영으로 나뉘어 경쟁한다. 아군을 돕거나 적을 쓰러트리면 ‘캐시’를 얻고, 이를 모아 게임 내 상점에서 강력한 유물 ‘신비’나 도움을 주는 NPC ‘사이드킥’을 부르는 등 캐릭터를 강화해 승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골자다.
▲ 첫 대전의 상대는 충격과 공포의 '드레이크' 5형제
현재 지원되는 게임모드는 정해진 킬 수를 모두 채우는 팀이 승리하는 ‘팀 데스매치’, 거점을 오래 점령해 얻는 점수를 겨루는 ‘점령전’, 그리고 일종의 깃발 뺏기 모드인 ‘약탈’이 있다. 특히 ‘약탈’의 경우, 아군 진영으로 옮겨야 하는 ‘우상’을 두고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격전이 펼쳐진다.
▲ '우상'을 옮기다보면 어디선가 적이 튀어나온다
‘언차티드 4’ 멀티는 30fps를 지원하는 본편과 달리 60fps으로 훨씬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또, 전세계 유저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데도 불편하게 느껴지는 점은 없다. 여기에 멀티를 열심히 하게 만들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대전을 치를 때마다 성과에 따라 다양한 무기가 해제된다. 예를 들어, 중화기를 사용해 적을 10번 쓰러트리면 ‘RPG’를 사용할 수 있고, 장비를 30회 사용하면 ‘연막탄’을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다양한 장비가 준비되어 있어, 이러한 조건을 달성해 더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 장비를 해제해 나만의 세팅을 갖추자
여기에 멀티플레이 전용 화폐인 ‘금화’와 ‘유물’을 획득할 수 있다. 이를 가지고 기본 캐릭터 외형을 바꾸는 아이템, ‘클로에’, ‘탤벗’ 등 이번 작에 등장하지 않는 전작 캐릭터 등을 해금할 수 있다. 여기에 보물상자를 열면 장비에 효과를 부여하는 개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유저와 대전하는 재미와 함께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할 수 있어 멀티플레이에 확실한 목표가 부여된다.
▲ 익숙한 캐릭터들도 플레이할 수 있다
너티독의 깔끔하고 완벽한 작별인사
‘언차티드 4’는 시리즈 장점을 그대로 계승했다. PS4 성능 최대치를 유감없이 끌어낸 듯한 환상적인 그래픽과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쉽게 패드를 놓지 못하게 만드는 탄탄한 스토리라인, 그리고 익숙하면서도 훨씬 다채로워진 게임 진행까지, 어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여기에 싱글 캠페인보다 비교적 주목을 덜 받는 멀티플레이까지 근사하게 준비했다.
아쉬운 점은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욕심쟁이라더니 너티독이 다음엔 더 대단한 ‘언차티드’를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그들은 깔끔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시리즈를 끝맺었다. 아마 너티독은 이번 작품을 위해 고문한 외계인에게 ‘휴식’을 주려는 모양이다.
▲ '언차티드 1'이 보일 땐 뭔가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