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설정덕후, 붉은 셔츠의 남자가 말하는 '워크래프트' 영화
2016.06.07 19:58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블리자드 간판 타이틀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가장 해박한 이는 누구일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총괄 디렉터 톰 칠튼이나, 1편부터 시리즈의 토대를 닦은 크리스 멧젠 수석 부사장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걸어 다니는 ‘워크래프트’ 백과사전이라 할만한 인물은 따로 있다. 뭇 와우저에게 ‘붉은 셔츠의 남자(Red Shirt Guy)’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불리는 이언 베이츠다.
이언 베이츠는 지난 블리즈컨 2010 유저 대담에서, 크리스 멧젠조차 깨닫지 못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설정 오류를 지적해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확장팩 ‘대격변’ 베타 당시 드워프 의결단체 ‘세 망치단 의회’ 수장이 이미 고위 영주에서 물러난 ‘쿠르드란’인 것에 의구심을 품었다. 본래라면 직위를 승계 받은 ‘폴스타트 와일드해머’가 의회를 이끌어야 했으나 크리스 멧젠은 그가 죽은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지적을 받은 크리스 멧젠은 곧장 오류를 시인했고 다행히 의문사(?)한 ‘폴스타트’는 무사 귀환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와일드해머 자료 조사원’이라는 붉은 휘장을 착용한 드워프 한 명이 언제까지고 자리를 지키게 됐다. 바로 이언 베이츠가 게임 속 NPC로 등장한 것이다. ‘워크래프트’에 대해서라면 크리스 멧젠도 한 수 접어두는 ‘붉은 셔츠의 남자’는 '워크래프트'를 소재로 한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게임메카는 6일(북미 기준), 헐리우드에서 열린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 현장에 참석한 이언 베이츠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붉은 셔츠의 남자’ 이언 베이츠(좌)와 본 기자(우)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됐다. 영화의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이언 베이츠: ‘워크래프트’ 세계를 영화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가슴 벅차다. 또한 이제까지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면 게임 '워크래프트'의 '1차 대전쟁'과 다소 다른 부분이 눈에 띄는데 영화에 맞도록 어떻게 각색되었을지 궁금하다.
영화에는 미드 ‘바이킹스’ 주연이었던 트래비스 피멀부터 ‘엑스맨’의 벤 포스터까지 매력적인 배우가 많이 등장한다. 어떤 배우가 가장 마음에 드나?
이언 베이츠: 영화배우들을 잘 알진 못하지만, ‘블랙핸드’ 역에 클랜시 브라운은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에서 집게 사장을 연기했기 때문에 아주 좋아한다. 참고로 클랜시 브라운은 과거에 ‘스랄’ 성우로 물망에 올랐던 전적이 있다.
‘워크래프트’ 설정에 아주 박식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트레일러를 보면 아직 1차 대전쟁 시점임에도 ‘그롬 헬스크림’이 등장하고, ‘듀로탄’ 비중이 주연급으로 격상되는 등 설정 변경이 눈에 띄는데 이러한 각색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언 베이츠: 최근 유행하는 ‘마블 코믹스’ 영화처럼 영화에 맞는 각색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크리스 멧젠이 영화 제작 초창기부터 완전한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밝혔으니 팬으로서 불만은 없다. 다만 이러한 각색이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까지 들어오는 것은 바라지는 않는다.
그 중에서도 '스톰윈드' 사령관 ‘안두인 로서’와 혼혈 오크 ‘가로나’의 러브라인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원작에서 가족 관계가 거의 묘사되지 않는 ‘안두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로나’는 본래 ‘메디브’와 사랑해 아들까지 뒀다. 이러한 극적인 설정 변경은 납득할만한가?
이언 베이츠: 물론 납득하기 어렵지만, 굳이 따지자면 원작에서 ‘메디브’와 ‘가로나’가 이어지는 전개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영화에서 ‘안두인’과 ‘가로나’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는 ‘안두인’보다는 ‘카드가’와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 영화 속 ‘안두인’과 ‘가로나’의 러브라인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사진제공: 레전더리 픽쳐스)
(사진제공: 레전더리 픽쳐스)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 어떠한 이야기일지 한 번 예상해보자. 결말이 짐작되나?
이언 베이츠: 스포일러를 피하려 무진 애를 썼지만 원작보다 덜 비극적인 내용이라고 얼핏 전해 들었다. 따라서 본래 ‘굴단’의 명에 따라 국왕 ‘레인 린’을 암살하는 역할인 ‘가로나’가 크게 변화하여 선역이 될 듯 하다. 1차 대전쟁 또한 인간이 패하는 원작과 달리 자연스레 후속작이 나올 수 있는 해피엔딩이 되지 않을까.
‘워크래프트’는 다양한 미디어믹스가 이루어졌다. 게임 원작으로 소설이 나오고, 만화가 나오고, 드디어 영화까지 나왔다. 그리고 그 영화를 기반으로 다시금 소설이 나왔다. 영화 원작 소설 ‘듀로탄’을 보았나?
이언 베이츠: 영화 원작 소설 ‘듀로탄’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듀로탄’에 대적하는 ‘레드 워커(Red Walker)’ 부족처럼 게임에는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설정이 많아 원작을 알더라도 지루하지 않다.
끝으로, 장차 영화에 나왔으면 하는 ‘워크래프트’ 캐릭터나 시대상이 있나?
이언 베이츠: 영화는 '워크래프트' 초기라 할 수 있는 1차 대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데론의 왕자 ‘아서스’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 그것도 그가 ‘리치왕’이 된 이후에 용사들과 맞서 싸우는 ‘리치왕의 분노’ 이야기를 영화로 보는 것이 꿈이다.
▲ ‘붉은 셔츠의 남자’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온 영화 원작 소설 ‘듀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