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2, 무쌍 아닌 ‘드퀘소울’이라 불러다오
2016.08.11 18:25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2'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스퀘어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는 일본의 국민 RPG ‘드래곤 퀘스트’가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한 작품으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진삼국무쌍’ 시리즈로 유명한 코에이테크모게임즈가 제작에 참여해, 호쾌한 무쌍 액션이 더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때문에 출시 전부터 ‘드퀘무쌍’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게임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캐릭터마다 개성적인 액션을 펼치고, 다양한 스킬을 활용하는 등 액션의 완성도는 높았다. 여기에 수많은 적을 상대하는 ‘무쌍’도 감초 역할을 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특정 오브젝트를 지켜야 하는 디펜스 방식의 전투가 많아, 혼자서 전장을 헤집는 ‘일기당천’의 쾌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액션 RPG와 무쌍을 접목시켰지만,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후속작인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2: 쌍둥이 왕과 예언의 끝(이하 DQH 2)’에서는 액션 RPG에 좀더 중점을 두었다. 수많은 적과 맞서는 ‘무쌍’ 시리즈의 느낌은 남겨두고, 호평을 받았던 전작의 RPG 요소도 그대로 계승한다. 여기에 다양한 신규 요소를 추가해 액션성을 더욱 강화하려고 시도했다. 과연 ‘DQH 2’는 액션 RPG 수작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2' 대표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전직, 변신, 교체… 더 많아진 액션의 재미
‘DQH 2’는 천년 간 7개 왕국이 평화롭게 공존했던 대륙을 무대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수께끼의 예언자가 나타나고, ‘자이와르 왕국’이 이웃나라 ‘오렌카 왕국’을 습격하기 시작하면서 대륙 전체가 전란에 휩싸인다. 이 전쟁에 휘말린 주인공 ‘라젤’과 ‘테레시아’는 각국의 왕들의 오해를 풀어 평화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 '호미론' 교관님의 가르침을 실행해야 할 때!
‘DQH 2’ 진행은 기본적으로 거점이 되는 ‘제비온 왕국’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파티를 편성하거나 장비를 교체하는 등 전투 준비를 할 수 있다. 준비가 끝났다면 필드나 배틀 스테이지에서 퀘스트나 이벤트를 진행하고, 또 전투도 즐길 수 있다. 무쌍의 영향을 받아 한번에 수많은 적을 상대하게 되며, 비교적 간단한 조작만으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또, 전작과 마찬가지로 공격 외에도 특기와 마법 등 특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조작이 어렵지 않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 '제비온 왕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액션 재미를 더해주는 신규 요소들이 추가됐다. 먼저 개성 넘치는 캐릭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최대 4명의 캐릭터를 한 파티로 편성할 수 있고, 전투 중 자유롭게 조작 캐릭터를 바꿀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총 17명으로, ‘이리나’, ‘크리프트’, ‘제시카’ 등 전작에서 등장했던 캐릭터 일부와 타로카드를 적에게 붙여 방어력을 낮추거나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미네아’, ‘힘 모으기’로 공격력을 높인 뒤 강력한 일격을 꽂아 넣는 ‘핫산’, 늑대에 타서 신속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가보’ 등이 추가됐다.
▲ 타로카드를 쓰는 독특한 콘셉의 '미네아'
▲ 조작법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개성 가득한 신규 캐릭터와 함께 전직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를 통해 파티에서 뺄 수 없는 주인공 캐릭터의 직업을 마법사나 승려, 도적으로 바꿔서 육성할 수 있다. 이처럼 캐릭터 조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 좀 더 다채로운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공격과 기술이 범위공격이고 연출도 화려하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다. 비록 ‘무쌍’치고는 적의 숫자가 적은 편이지만, 화면을 가득 메우는 대미지 표시와 화려한 연출은 액션을 더욱 호쾌하게 만들며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또, 몬스터의 힘을 빌릴 수 있는 ‘몬스터 코인’에도 새롭게 ‘변신’ 기능이 추가됐다. 거대한 ‘골렘’으로 변신하면 땅을 부숴버릴 기세로 주위를 휩쓸어버리고, 하늘을 나는 ‘키메라’는 일방적으로 브레스를 퍼부을 수 있다. 이처럼 인간 캐릭터로는 경험할 수 없는 강력한 액션까지 체험할 수 있다.
▲ 일반 기술의 효과도 화려하고...
▲ '골렘'의 박력도 굉장하다!
도전하는 재미 가득한 스테이지
이처럼 ‘DQH 2’는 액션성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무쌍’ 본연의 재미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한번에 출현하는 몬스터의 숫자는 많은 편이지만 듬성듬성 배치돼 전투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많고, 전작에서 플레이어에게 피로감을 주었던 디펜스 미션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이번 작이 재미 없는 것은 아니다. 일기당천의 쾌감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도전하는 재미를 톡톡히 살렸기 때문이다.
▲ 그냥 가만히 계셨으면 좋겠다...
이러한 점은 게임의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배틀 스테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틀 스테이지는 일종의 던전으로, 필드와 다른 특별한 맵에서 적과 싸우며 주어진 미션을 달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번 작에서는 각 스테이지마다 주어지는 미션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전에도 볼 수 있었던 모든 적을 쓰러트리거나 NPC를 지키는 것 외에도 숨어있는 몬스터를 찾아낸다거나 감시의 눈을 피해 달아나는 등, 전투 일변도가 아니라 신선한 매력을 보인다.
▲ 발각되면 끝이다! 신중하게 도망치자
여기에 스테이지마다 독특한 장치가 있는 경우도 있다. ‘마족의 숲’에는 군데군데 독 늪이 펼쳐져 있다. 따라서 독에 걸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움직이거나, 중독 상태를 막아주는 ‘버블슬라임’의 코인을 사용해야 한다. 또, 스위치를 눌러 문을 조작하거나,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 수 없는 ‘여행의 문’, 플레이어를 아래층으로 떨어트리는 함정 등 다양한 장치가 스테이지 진행에 변수를 제공해 게임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막는다.
▲ 독 늪이 가득 펼쳐진 스테이지
마지막으로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보스와의 전투다. 사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무쌍이니까 전투는 복잡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DQH 2’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았다. 초반에 만난 보스도 공격을 피하지 못하면 체력이 순식간에 깎였고, 캐릭터를 얼리거나 강제로 춤을 추게 만드는 등 상태이상 공격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여기에 잡다한 몬스터까지 합세하니 순식간에 게임오버 화면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 캐릭터는 춤추지만 플레이어는 속이 탄다
▲ 돌진 한 번에 황천길 건너는 일도 다반사
이를 돌파하기 위해 체력을 회복시켜줄 ‘토르네코’나 ‘미네아’를 파티에 넣어 위기의 순간에는 회복기술을 사용했고, 보스전에는 민첩성과 방어력을 낮추는 디버프 스킬을 지닌 ‘오르네제’를 채택해 공략을 수월하게 진행했다. 또, 보스의 패턴을 읽으려 노력했더니 마치 ‘다크소울’을 하는 것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었다. 다채로운 액션과 함께 조금은 까다로워진 스테이지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 자비없는 보스는 신중하게 공략해야 한다
전작의 장점 훌륭하게 업그레이드했다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시리즈는 ‘드퀘무쌍’으로 접근하면 그 매력을 전부 느끼기 어렵다. 다양한 스킬이나 복잡한 스테이지 구성, 도전하는 재미가 있는 보스전 등 액션 RPG에 비중을 더 높게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편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무쌍이라고 하기에는 수많은 적을 처치하는 쾌감을 전달하지 못했고, 디펜스 위주의 스테이지 구성 등 콘텐츠 매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작에서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새로운 캐릭터와 몬스터 변신, 전직으로 펼칠 수 있는 액션의 폭을 넓히고, 호쾌한 연출로 보는 맛까지 더했다. 이렇게 액션에서 합격점을 받았는데, 금상첨화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스테이지도 준비되었다. 계속 하다 보면 단조로워질 수 있는 액션 RPG에 색다른 변수를 추가한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게임성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혹시라도 전작에 실망했던 사람이라면 안심해도 좋다. ‘DQH 2’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좋은 액션 RPG니까 말이다.
▲ 액션 RPG의 완성도는 훌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