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블레이블루, 대결의 재미는 'VIP' 전용입니다
2016.08.31 19:25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2D 격투게임으로 유명한 일본 아크시스템웍스는 국내 시장에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왔습니다. 다소 마이너한 장르라는 인식이 강한 ‘길티기어’나 ‘블레이블루’ 같은 격투게임을 정식 한국어화 발매하고, ‘로스트사가’나 ‘크루세이더퀘스트’ 같은 국내 게임에 자사 대표 캐릭터를 출연시키는 등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하게 진행했죠. 지난 7월에는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아시아지점을 서울에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크시스템웍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 게이머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일환일까요? 30일에는 이엔피게임즈가 아크시스템웍스의 협력으로 개발한 모바일 액션 RPG ‘블레이블루’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원작의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 커맨드 입력으로 펼치는 다양한 액션 등 스마트폰에서 ‘블레이블루’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죠. 하지만 실제 플레이해보니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 '블레이블루' 로고
‘블레이블루’는 시리즈 1편인 '캘러미티 트리거'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액션 RPG입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라그나 더 블러드엣지' 시점에서 진행되는 스토리 던전을 돌파하며 캐릭터를 육성하고, '무한의 탑'이나 PvP 콘텐츠인 '대전' 등에 도전하게 됩니다. 현재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시작할 때 주어지는 '라그나'를 포함한 6명이지만, 추후 더 추가될 예정입니다.
'블레이블루'가 내세운 강점은 2가지입니다. 바로 '블레이블루'라는 유명 IP와 모바일 게임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액션이죠. 그리고 이 2가지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먼저 유명 IP를 차용한 만큼, 세계관과 캐릭터를 이질감없이 구현해냈죠. 스토리 던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1편부터 시작해 주요 사건들을 빠짐없이 짚고 넘어갑니다. 또, 게임 핵심인 캐릭터도 2D 모형이나 움직임 등이 모두 원작에서 보던 그대로고, 목소리 연기 역시 일본 성우를 그대로 캐스팅해 자연스럽죠.
▲ 1편 '라그나' 루트와 같은 이야기
다만 아쉬운 부분은 기술 이름에 있습니다. '블레이블루' 시리즈는 지금까지 정식 한국어화가 자주 진행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기술명은 달라진 적이 없죠. 가령 '라그나'가 사용하는 돌진은 '헬즈 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술을 사용하면 목소리 연기로도 '헬즈 팽'이라고 말하죠. 그런데 모바일에서는 갑자기 '헬 드래곤투스'로 등장합니다. 캐릭터는 여전히 '헬즈 팽'이라 말하는데, 기술 이름이 완전히 달라서 이질적인 느낌을 받게되죠.
▲ '헬즈 팽'은 어디로 가고...
이처럼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원작 분위기 구현은 충분합니다. 여기에 2번째 강점인 액션 역시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죠. 사실 스마트폰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적절한 간소화를 통해 격투게임의 묘미를 살리는 데 성공했죠. 터치와 슬라이드 같은 간단한 조작만으로 화려한 격투를 펼칠 수 있죠. 2D게임답게 캐릭터 이동은 좌우로만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터치를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콤보를 펼칠 수 있습니다. 물론 펀치와 킥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긴 힘들지만, 편하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 구석에 몰리면 위기라는 점도 여전
여기에 슬라이드하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필살기가 발동됩니다. ‘라그나’의 경우, 가로로 슬라이드하면 앞으로 돌진하며 공격하는 ‘헬 드래곤투스’를, 위로 슬라이드하면 대공기인 ‘인페르노 드래곤’이 발동됩니다. 돌진과 점프, 하단 공격 등이 슬라이드하는 방향에 따라 발동되기 때문에 상당히 직관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초필살기는 별도 버튼으로 발동할 수 있습니다. 조작이 상당히 간편해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대로 액션을 펼칠 수 있죠. 또, 격투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레이닝처럼, 기술표를 보며 콤보를 연습할 수도 있습니다.
▲ 커맨드를 입력해 콤보를 연습
이처럼 ‘블레이블루’는 2D 격투게임인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팬이라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세계관과 캐릭터 구성은 괜찮은 편입니다. 여기에 터치와 슬라이드로 펼치는 액션도 조작하는 재미를 충실하게 살리고 있죠. IP와 액션이 전부 준비되었으니 남은 것은 콘텐츠에 이를 담아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최근 모바일 RPG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블레이블루'는 게임 모드가 다소 빈약한 편이라 쉽게 질리게 되거든요.
먼저 기본이 되는 스토리 던전입니다. 여타 모바일 RPG와 유사하게 스테이지 방식으로 진행되죠. 이 스토리 던전의 진행 상황에 따라 '모험의 탑'이나 '길드', '대전' 등 콘텐츠가 개방되는 식입니다. 따라서 최우선적으로 진행하게 되죠. 또, 한 챕터를 전부 클리어했다면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스테이지 진입을 위해 소모되는 스태미너가 너무 부족합니다. 일반 난이도 스테이지에서 5~10 정도가 소모되고, 본격적인 장비나 캐릭터 조각 파밍이 이루어지는 '엘리트' 난이도는 15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스태미너 자연 회복량은 10분에 1 밖에 되지 않아 진행이 더뎌집니다. 설상가상으로 스태미너 구입에도 제한사항이 많은 편이죠. 이처럼 성장의 근간이 되는 스토리 던전에 제약이 많은 편이라 게임 진행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 VIP 등급이 낮으면 스태미너 구입도 불가능
이런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다른 콘텐츠가 많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현재 '블레이블루'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탑을 많이 오를 수록 더 큰 보상을 받는 '무한의 탑', 자원지를 점령해 다양한 보상을 획득하는 '자원 쟁탈전', 그리고 실제 사용자 간 실력을 겨루는 '대전'이 있습니다. 강력한 보스와 싸우는 '레이드'는 추후 업데이트될 예정이죠.
그런데 이 콘텐츠들도 즐기는데 제한이 많습니다. '무한의 탑'은 도중에 한 번이라도 게임 오버를 맞이하면 그대로 끝입니다. 재도전 기회를 얻으려면 초기화를 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캐시 충전으로 'VIP 등급'을 높여야 가능합니다. 즉, 한 번 실수하면 끝이 될 가능성이 높죠. '자원 쟁탈전'은 자원지를 점령한 AI와 싸우는 정도라 다른 콘텐츠와 큰 차별점이 없어 매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 '무한의 탑'은 한 번 들어가면 재도전 불가...
마지막을 맡은 대전은 콘텐츠 중에서도 '군계일학'으로 보였습니다. 원작이 대전격투게임이고, 모바일 '블레이블루'에서도 강조한 액션성이 그대로 나타날 수 있었으니까요. 특히 저는 최근 아크시스템웍스의 최신작 ‘길티기어 Xrd -REVELATOR-’를 구매했는데, 좀처럼 조작에 익숙해지지 않아 CPU 대전에서도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종 필살기를 간편하게 사용하며 대전을 즐길 수 있다는 ‘블레이블루’에 좀 더 기대감을 품었죠.
▲ 150 콤보의 달인이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대전을 즐길 수 있었냐구요? 아쉽지만 대전 메뉴에 들어가는 것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참가 조건이 너무 어려웠거든요. 대전에 참가하려면 2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스토리 던전을 30 스테이지까지 돌파하고, 캐릭터를 5명 획득해야 하죠. 스토리 던전을 돌파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캐릭터를 얻는 과정이 너무 힘듭니다.
▲ "너희는 아직 대전할 준비가 안 됐다!"
'블레이블루'는 다른 게임과 유사하게 '캐릭터 조각'을 구해 특정 캐릭터를 획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밖에도 모든 캐릭터가 '캐릭터 교환카드'라는 재료를 추가로 사용하죠. 이 '캐릭터 교환카드'는 가장 처음에 획득할 수 있는 '노엘 버밀리온'에 20개가 소모되고, 점점 단계가 올라갈 수록 소모량이 늘어납니다.
현재 가장 얻기 어려운 캐릭터인 '진 키사라기'가 80개를 사용하는 수준이죠. 그런데 이 아이템은 보통 하루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무한의 탑'이 아니면 'VIP 선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특정 임무를 수행하면 보상으로 얻을 수 있지만 그렇게 만족스러운 양은 아니죠. 실제로 저 역시 다음 캐릭터인 '테이거'를 획득하기 위해 조각을 모으던 중, 아무리 노력해도 '캐릭터 교환카드'를 얻을 수 없어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 그나마 쉽게 얻을 수 있는 '노엘'
또 다른 방법으로는 캐시재화인 다이아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VIP 등급이 낮다면 구매할 기회도 없기 때문이죠. 즉, VIP 등급 0인 제가 다이아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진’이나 ‘시시가미 반그’, ‘마코토 나나야’는 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게임의 핵심이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데 필수적인 캐릭터가 과금없이는 구하기 어렵게 설정되어 있죠. 이 때문에 콘텐츠가 더욱 부족하게 느껴져 아쉽습니다.
▲ 입수 난이도 끝판왕 '진 키사라기'
모바일판 ‘블레이블루’의 매력은 뭐가 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캐릭터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것이 있고, 원작의 손맛이 살아있는 액션도 있겠죠. 사실 ‘블레이블루’라는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에서 기대한 것은 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첫 인상은 매우 좋았습니다. 원작은 반영이 잘 되어 있고, 액션도 상당히 재밌었죠. 하지만 현재 6명밖에 없는 캐릭터는 하나 획득하는 것도 힘들고, 몇 번 하다보면 단조로워지는 스토리 던전 외에는 즐길 거리도 부족하죠. 원작 못지 않은 재미를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하고 말았네요.
▲ 결국 비슷한 건 일러스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