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파워로 롤과 오버워치 뚫을 수 있을까?
2016.09.13 09:16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 로고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2011년 12월, 혜성처럼 등장한 ‘리그 오브 레전드’는 국내 게임 시장을 휘어잡았다. 정식 서비스 이전부터 입소문으로 인기가 퍼지더니, 어느덧 PC방 최강자로 군림하며 AOS 붐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도타 2’,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수많은 경쟁자가 각기 차별화 콘텐츠로 무장해 AOS 최강자에 도전했지만, 익히기 쉬우면서도 심도 깊은 전략을 지닌 ‘롤’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이처럼 견고하던 ‘롤’을 뒤흔들며 자리를 뺏은 것이 블리자드 ‘오버워치’였다. AOS처럼 역할군이 나눠진 팀플레이를 강조하면서도 캐주얼한 게임성과 개성적인 캐릭터를 앞세워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지금은 ‘롤’과 ‘오버워치’가 PC방 점유율을 비롯한 인기게임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즉, AOS 장르 게임이라면 두 게임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다시 말해 전략적인 면에서는 ‘롤’을, 캐릭터성으로는 ‘오버워치’와 견줄 수 있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지난 8일부터 첫 테스트를 진행한 스마일게이트의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역시 이러한 난관을 뚫어내야 한다. 그래서 준비한 무기는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며 캐릭터성 하나는 막강한 미국 ‘마블코믹스’ IP다. 여기에 오브젝트 점령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성을 강조한 AOS를 결합해 ‘환상의 태그팀’을 만들었다. 과연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는 ‘롤’과 ‘오버워치’라는 선두주자를 따라잡을 힘이 있을까?
▲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 대표이미지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영웅과 악당 한 데 모인 전장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인기 IP인 ‘마블코믹스’ 세계관을 차용한 게임이다. 배경은 두 개의 차원이 충돌해 위험에 처한 우주이며, 지구를 지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영웅들의 조직 ‘쉴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노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강력한 적에 맞닥뜨리게 되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쉴드’ 요원으로 플레이어를 맞이한다는 것이 줄거리다.
유명 IP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에서는 세계관과 캐릭터를 얼마나 잘 구현했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게임성이 아무리 좋아도 플레이어를 실망시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는 합격점이다. 실사보다는 카툰풍의 그래픽을 채택하며 원작인 ‘만화’의 느낌을 살려냈고, 등장하는 캐릭터 18종 역시 영웅과 악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맹활약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토르’, ‘스파이더맨’, ‘블랙 위도우’는 물론, 국내에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서유기 속 손오공을 모티브로 하는 ‘몽키 킹’이나 무술의 달인 ‘엘렉트라’도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외계인 ‘심비오트’에게 몸을 빼앗긴 ‘베놈’, ‘스파이더맨’ 최대의 숙적 ‘그린 고블린’ 환상을 다루며 신출귀몰 움직이는 ‘로키’ 등 존재감 확실한 악당도 등장하며 다채로움을 더한다.
또한 캐릭터 몇몇은 여러 가지 버전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언맨’ 같은 경우, 영화 등에서 흔히 보았던 붉은색 슈트가 아닌 2012년 만화책 ‘마블 나우’ 이후에 등장했던 검은색 버전으로 나온다. 또, 대부분 캐릭터에 ‘클래식’이라는 태그가 붙어있는 만큼, 이후 다양한 코스튬이나 다른 버전의 캐릭터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온다는 사실에 익숙해진 뒤에는 아쉬운 점이 눈에 들어온다. 캐릭터의 매력을 완벽하게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D 모델링 자체도 그렇게 뛰어난 수준이 아니고, 게임 내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스토리모드가 없는 ‘오버워치’가 다양한 상호작용대사 등으로 캐릭터성을 확고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캐릭터가 게임의 핵심인 만큼, 좀더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모델링 개선은 필요하다
지루한 라인전은 이제 그만!
이번 테스트에서 중점적으로 내세운 콘텐츠는 5 대 5 팀 대결을 벌이는 AOS로, 폐허가 된 ‘맨하탄’에서 상대팀 기지의 핵심시설인 ‘양자 제어기’를 파괴하는 것이 목표다.
맵은 기본적으로 상단, 중단, 하단 등 3개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곳곳에 4개의 오브젝트가 등장한다. 이 중에서 상대 양자 제어기를 포격하는 ‘폭격 제어장치’, 피해를 입은 건물을 치유하는 ‘실드 충전기’, 방어 포탑을 공격하는 ‘미사일 제어장치’ 등 3개는 점령하는 형태고, 나머지 하나는 처치한 팀에게 강력한 버프를 부여하는 중립 몬스터 ‘핀-팽-폼’이다.
▲ 오브젝트를 점령하고...
▲ 강력한 '핀-팽-폼'도 놓칠 수 없다!
오브젝트를 점령해두면 굳이 공격하지 않아도 상대 진영 핵심 시설에 피해를 입힐 수 있어 게임 내내 오브젝트 중요도는 매우 높다. 반대로 미니언은 처치해도 별 다른 보상이 없어 라인전의 중요성은 낮은 편이다. 즉, 게임 초반부터 오브젝트 점령을 두고 교전을 벌이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게임에서도 초반에 지루하게 미니언을 사냥하거나, 적 타워를 직접 공격하는 경우는 적었다. 대신 오브젝트를 두고 서로 견제를 하다가 달려드는 등, 교전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 1레벨부터 싸우는 것이 다반사
이러한 특징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에서는 영웅도 교전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영웅의 스킬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이동기나 적을 제압하는 CC기 등 스킬의 종류가 다양하고, 한 영웅이 여러 가지를 갖추고 있다. 일례로 ‘블랙 위도우’는 은신 상태에 들어갈 수 있는 패시브와 적에게 중독 피해를 입히는 스킬과 잠시 움직임을 멈추는 기절,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도주기 등을 전부 갖추고 있다.
▲ '스파이더맨'은 자유로운 이동이 특기
여러 효과를 지닌 스킬은 폭넓은 선택지가 주어지는 성장을 통해 캐릭터가 특정 역할군에 고정되지 않는 다양한 플레이로 이어진다. 캐릭터 성장은 레벨마다 선택할 수 있는 특성으로 이루어지고, 5레벨과 8레벨에는 추가 스킬도 선택해서 획득하게 된다. 이를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바뀐다.
예를 들어 ‘아이언맨’은 콘셉만 보면 원거리 딜러 역할이 어울린다. 하지만 주요 스킬인 ‘리펄서 충격’에 맞은 적의 이동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 또, 5레벨에 특수 스킬 ‘리펄서 부스터’를 선택하면 적에게 돌진해 기절시킬 수도 있다. 즉, ‘아이언맨’도 제한적으로나마 적에게 돌진해서 전투를 시작하는 ‘전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셈이다.
▲ 다양한 특성으로 변수를 만든다
이러한 다양한 전략의 가능성은 EU스타일로 고착화된 ‘롤’보다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봇에는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를 보내고, 정글러를 배치해 맵 전체를 장악하는 등, 특정 라인에 가는 캐릭터를 정해놓은 EU스타일이 ‘최강 조합’으로 손꼽힌 이후, ‘롤’에서는 색다른 조합을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에서는 같은 조합이라도 색다른 변수가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전략에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롤’보다 낫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 플레이어들의 캐릭터 연구가 끝난 이후에 ‘최강 조합’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기 떄문이다.
다만 ‘여의봉 타격’을 재사용 대기시간 없이 쏟아 부으며, 대치상황에서 강력한 면모를 뽐낸 ‘몽키 킹’ 등 ‘이거 사기 아냐?’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캐릭터가 몇 있었다.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는 교전에서 격차가 발생하면 뒤집기가 힘들다. 오브젝트는 전체적인 흐름에만 영향을 미칠 뿐, 영웅간 교전에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임인 만큼, 이러한 캐릭터 밸런스 측면을 좀 더 세밀하게 잡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 이기기 시작하면 미안해질 지경
딱 25%만 잘하셨습니다, 애매한 피드백
이처럼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는 교전을 중심으로 하는 차별화된 게임성을 제공한다. 또,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영웅도 그 매력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 최대의 강점인 전투에 있다. 게임 중 계속해서 전투를 벌이게 만들었고 다채로운 변수를 제공하는데도 성공했지만, 플레이어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다소 부족하다.
먼저 기본적인 타격감이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다. 때문에 스킬 공격을 맞춰도 허공을 맞춘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강력한 스킬 공격에 성공했는데도 ‘해냈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려워 다소 맥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특히 원거리 캐릭터의 타격감이 부족한 편
또한 한 사람이 얼마나 잘했느냐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 이런 점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도 지적된 문제인데, 내가 얼마나 죽이고 죽었는지, 팀에는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성적을 나타내는 지표는 오직 ‘전투점수’와 퍼센트 단위로 표시되는 ‘기여도’뿐이다.
▲ 반대로 10%일 땐 몸둘바를 모르겠다
특히 기여도의 경우, 팀원이 5명이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20% 중반을 넘기기 힘들다. 은신형 캐릭터인 ‘블랙팬서’로 적의 후방을 기습해 성과를 거뒀는데, 표시되는 기여도는 고작 25% 정도라면 미묘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즉, 팀이 아닌 개인에게 주어지는 전투의 보상이 적은 편이다. 물론 팀이 승리하면 당연히 즐겁겠지만, 열심히 한 플레이어에게 ‘특히 잘했다’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의욕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 게임 종료 시에도 별 정보는 없다
뼈대는 갖춰졌다, 내용물을 채워야 할 때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다소 지겨울 수 있는 요소들은 과감하게 쳐내고,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전투’ 자체에 힘을 쏟았다. 겉보기에는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처음 몇 판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
하지만 ‘롤’과 ‘오버워치’라는 쟁쟁한 선두주자를 따라갈 수 있을까? 그 질문에는 대답하기 힘들다. 다양한 스킬과 특성으로 인한 변수, 오브젝트를 어떻게 점령하느냐에 따라 게임 양상이 바뀌는 전략성은 준비했지만, 밸런스 측면에서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특히 역전의 발판이 될 만한 요소가 부족해, 일방적으로 패배한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캐릭터성으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아는 마블 캐릭터를 갖추었지만, 아직 그 매력 전체를 녹여내지 못했다. 게임을 하며 들리는 목소리는 시스템 메시지일 뿐이고, 3D 모델링도 다소 아쉬운 면이 보인다. 아직 1차 테스트 단계인 만큼,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영웅은 죽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