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3, 스토리와 음악만 남은 ‘빈수레’ 패밀리
2016.10.18 17:59 게임메카 흑산령
▲ '마피아 3'가 지난 10월 7일 정식 발매됐다
2K의 ‘마피아’ 시리즈는 미국을 주름잡던 범죄조직 마피아의 삶을 실감나게 담은 오픈월드 게임으로, 많은 호평을 받아왔다. 비슷한 장르인 ‘GTA’에 비해서는 자유도는 다소 부족하지만,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연출로 한편의 느와르 영화를 보는듯한 재미를 줬다.
지난 10월 7일(금), 4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최신작 ‘마피아 3’가 게이머 곁으로 돌아왔다. 마피아의 황혼기라는 1968년 미국을 배경으로, 자신의 패밀리를 잃어버린 주인공 ‘링컨 클레이’의 복수극을 다룬 작품은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많은 준비를 하고 온듯한 모습에 필자도 기대를 품었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마피아 3’에는 많은 문제가 쌓여 있었다. 과연 어떤 점이 오랜만에 돌아온 ‘마피아 3’에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는지 차근 차근 살펴보자.
▲ '마피아 3'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보던 미려한 그래픽은 어디로...
‘마피아 3’ 출시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고 발매 후에는 실제 문제로 떠오른 부분은 바로 ‘그래픽’이다. 발표 당시 영상과 발매 직전에 공개된 게임플레이 영상 그래픽이 확연하게 차이나는 것을 보고, 당시 게이머들은 그래픽 다운그레이드를 염려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 게임에서의 그래픽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가장 문제된 부분은 ‘광원’이다. 느와르 영화 같은 분위기는 잘 살렸지만,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연출이 과했다. 해를 등지고 서 있는 적은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고, 낮과 밤이 바뀌면 원래 색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과한 광원에 질 낮은 텍스처까지 겹치니 설상가상이라 말할 수 있다. 캐릭터 의상, 자동차처럼 눈에 띄는 부분은 나쁘지 않으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벽이나 바닥, 물건 표현이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 당장 하늘만 바라봐도 밤하늘의 별, 제대로 된 구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하늘 표현력이 떨어지다 보니, 하늘과 땅을 나누는 지평선을 보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 광원 효과 때문인지, 주위 배경 음영이 상당히 짙다
▲ 옷 질감은 정말 잘 구현됐는데, 바닥 상태가 영...
실제 플레이와 컷신에서 느껴지는 그래픽 차이도 심각하다. 다른 게임에서도 실제 플레이와 컷신간 그래픽 차이가 어느 정도 있지만, ‘마피아 3’는 그 정도가 심하다. 실제로 컷신에서는 세밀한 표정 묘사는 물론, 입의 움직임까지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러웠지만, 막상 플레이로 돌아오면 다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컷신은 완전히 다른 게임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런 부분은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부분이지만, 결과적으로 어설픈 그래픽이 게임 몰입을 방해하는 ‘복병’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래픽은 둘째치고, 그럼 게임플레이는?
‘마피아 3’의 문제는 그래픽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픈월드 게임답지 않은 반복 플레이가 게임을 지루하게 만든다. 출시 전에 기대됐던 다양한 조직 활동은 없고, 플레이어에게 남은 것은 적을 잔혹하고, 처참하게 죽이는 행위뿐이다. 범죄 조직 같은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주류, 담배 밀매 등은 전부 부하가 맡고, 주인공 ‘링컨 클레이’는 스토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복수에만 몰두한다. 한 예로, 프롤로그에서 나오는 은행강도 미션에서도, 주인공은 돈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경비원을 상대로 총격전 벌이기 바쁘다.
▲ 전직 특수부대원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반복 플레이는 지루하다
▲ 그나마 범죄다운 행위를 하는 프롤로그... 그냥 행동대장 아닌가?
이런 점은 비슷한 유형의 오픈월드 게임 ‘GTA 5’와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GTA 5’에서 은행을 털면 계획을 직접 준비하고, 등장인물과 호흡을 맞춰, 에피소드를 함께 완성해나간다. 그러나, ‘마피아 3’는 싸우는 지역만 달라질 뿐, 전투를 반복하는 것이 전부라 미션 자체에서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실제로 전투 중에는 적을 죽일지 말지도 고를 수도 있지만, 사실상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선택의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전투가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때리는 손맛은 확실하지만, 적 인공지능이 단순해 조금만 하면 패턴이 읽혀 금방 지루하게 느껴진다. 오죽하면 중후반에 얻는 소음기 권총 하나면, 몰려오는 적도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다. 아무리 주인공이 전직 군인이지만,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전투는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 분명 보스는 나인데, 쫄병이 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스토리와 음악 완성도는 훌륭!
이렇게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게이머들 중에는 “한번쯤은 해볼만한 게임”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스토리’와 ‘음악’에서 나온다.
먼저 음악은 위에서 언급한 반복플레이의 지루함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줄 정도로 선곡이 뛰어나다. 주인공 감정과도 맞아 떨어지며, 1968년 미국 느와르에 어울리는 음악이 지역마다 매번 다르게 흘러나와 몰입감을 높여준다. 어떻게 보면, 음악 하나는 강한 인상을 준다고 할 수 있다.
▲ 지역마다, 분위기마다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이런 좋은 음악에, 흡입력 있는 스토리라인은 ‘마피아 3’ 최대 매력 중 하나다. 오죽하면 “스토리를 보기 위해 플레이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주인공 ‘링컨 클레이’는 물론, 악역 ‘살 마르카노’ 역시 매력 넘치는 인물로 그려지며, 개발사에서 언급한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도 다양한 주제와 임무를 통해 명확하게 전달된다.
또한,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듯한 회상장면을 곁들여, 몰입감을 높였다. 후반부에는 약간 스토리 진행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전체 이야기는 한편의 느와르 영화와 같은 깊이 있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 스토리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도 같다
▲ 인터뷰처럼 진행되는 컷신도 매력포인트 중 하나!
스토리, 음악만 보면, 이번 ‘마피아 3’에서 개발사가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런 노력을 그래픽, 연출, 그리고 플레이에도 쏟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스토리를 위해서라면 한번쯤, 하지만 두 번은 없다
‘마피아 3’는 전반적으로 범죄조직 ‘마피아’의 느낌을 살리려는 노력을 많이 보여줬다. 실제로 스토리 중간에 인터뷰 혹은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컷신을 집어넣어 현장감을 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심지어 ‘마피아’ 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분위기를 고조시켜주는 음악 역시 훌륭한 수준이었다.
다만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반복적인 플레이는 오픈월드가 가진 묘미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 그저 살육만 반복하는 주인공은 범죄조직을 이끌기보다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특수부대원을 연상케 만들었다. 그리고 조직 관리에서 크게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스토리 이후에는 깊게 파고들 요소가 없었다. 만약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한번쯤은 해볼만하지만, 오픈월드 게임다운 재미를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 스토리와 음악만큼은 명작이었거늘... 아쉽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