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치독 2, 유비소프트 게임은 역시 ‘짝수’부터
2016.11.30 20:04 게임메카 흑산령
▲ '와치독 2'가 지난 11월 15일 국내 정식 출시됐다
유비소프트의 ‘와치독’은 두 가지 이유로 유명세를 탔다. 출시 전에는 사실적인 그래픽과 스마트폰 해킹이라는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최고의 기대작으로, 발매 후에는 개발사 유비소프트를 ‘다운그레이드’ 시켜버린 비운의 타이틀로.
결과적으로 와치독 1편은 홍보영상에 미치지 못한 저품질의 그래픽, 무게감 없이 사방팔방으로 휘날리는 지형지물, 옵션이 되어버린 해킹,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운전 등 수많은 문제가 겹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받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런 ‘아픈’ 역사가 있다 보니, 지난 11월 15일(화) 출시된 후속작 ‘와치독 2’에는 발매 전까지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때문에 유비소프트는 후속작을 내며 기대감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 출시 전 많은 영상을 공개했고, 영상에는 아름답게 구현된 샌프란시스코 전경, 새로운 주인공 ‘마커스 할러웨이’를 주축으로 한 스토리, 그리고 신규 장비로 발전된 ‘해킹’ 등 전작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증거들이 담겨 있었다.
▲ '와치독 2'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이제 ‘와치통수’는 안녕!
‘와치독 2’를 논할 때, 그래픽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전작에서 사전 공개된 영상과 실제 게임 그래픽이 달라, 이를 비꼬는 ‘와치통수’라는 별명과 함께 전반적인 개발사 이미지까지 실추시켰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후속작에서는 그래픽과 관련된 문제는 없다. 오히려 뛰어나다고 표현하고 싶다. PS4 기준으로 눈이 불편하지 않은 그래픽과 적절한 광원 효과는 건물 입장 전후를 확실히 체감할 정도고, 도시 외각의 밤거리에서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필요성이 느껴질 정도로 어둠을 제대로 담아냈다. 그 모습은 출시 전 트레일러를 보고 상상하던 도시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전작에 비해, 그래픽은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
▲ 광원 효과도 들어갈 때, 빠질 때가 확실하다!
이런 고품질의 그래픽에도 최적화는 무난한 편이다. 실제로 PC버전의 스팀 평가를 살펴보면, 최적화에 대한 불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항상 그래픽 논란에 휩싸인 유비소프트의 작품이지만, 이번 ‘와치독 2’는 예고한대로 샌프란시스코를 있는 그대로, 그리고 별 무리 없이 옮겨다 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신한 SNS 설정으로, 지루한 반복 플레이 잡았다
유비소프트 간판 타이틀인 ‘어쌔신 크리드’와 전작인 ‘와치독’의 경우, 지루한 반복 플레이로 팬들의 불만을 들어야 했다. 가령, 스토리 진행을 위해 관심도 없는 수집 미션을 완료해야 한다거나, 캐릭터 강화를 위해 반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하거나.
다행히 ‘와치독 2’에서는 이런 지루한 반복 플레이는 찾아볼 수 없다. 악덕 기업에 맞서는 해커집단이라는 설정에 어울리는 ‘SNS’ 기능을 새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주인공 ‘마커스’의 활약에 따라 ‘SNS’에 여러 ‘팔로워’들이 따라붙는데, 이들이 곧 해커집단 ‘데드섹’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셈이다. 특히 ‘팔로워’의 수에 따라, 새로운 ‘해킹’ 능력이 개방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게임의 핵심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 임무를 수행하면, 팔로워들이 따라 붙는다
▲ 열심히 '팔로워'에게 어필하는 '마커스'의 모습... 낯설지 않다
단순히 미션을 반복하며 ‘팔로워’를 끌어 모으는 것도 가능하지만, 마치 현실의 ‘SNS’처럼 샌프란시스코의 명소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옷을 멋있게 차려 입고 ‘셀카’를 올려도 ‘팔로워’가 늘어난다. 덕분에 다른 유비소프트 게임처럼 주어지는 미션에 끌려 다니기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게 주위를 둘러볼 명분을 제공한다.
재미있는 점은 기본 인터페이스도 이런 설정에 맞춰, 스마트폰 형태로 꾸며졌다는 것이다. 한 예로, 게임 내 주요 기능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등장한다. 재생 중인 배경음악 변경, 자동차 불러오기, 심지어 게임 설정까지 모두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SNS’로 ‘팔로워’를 모은다는 설정은 게임을 하는 내내 “내가 사회를 위해 멋진 일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십분 전달한다. 흔히 말하는 ‘페북스타’가 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전작이 ‘복수극’이라는 무거운 분위기에 치중한 나머지 이런 세세한 설정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가볍게 접근해 게임의 분위기는 물론 몰입감까지 잡아냈다.
▲ 이렇게만 보면, 정말 지극히 평범한 SNS 유저 같다
▲ 옷만 바꿔 입어도, 팔로워가 늘어난다... 그야말로 '페북스타'
새로운 장비로 강화된 ‘해킹’의 묘미
위의 설명처럼,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가볍다. 이동 중에는 ‘파쿠르’ 액션으로 잔뜩 멋을 부리고, 3D 프린터로 만들어낸 총기는 화려한 무늬로 꾸며졌다. 오히려 해커집단 ‘데드섹’이 펼치는 활약마저도 하나의 ‘장난’으로 느껴질 정도다.
전반적인 가벼운 분위기와는 달리, 게임의 난이도는 오히려 묵직해졌다. 기본적으로 적 인공지능이 높게 설정되어 한번의 실수가 곧바로 실패로 이어지고, 주위의 시민 NPC도 총소리나, 과격한 운전에 민감하게 반응해 곧바로 경찰을 불러 임무를 더욱 까다롭게 만든다. 그 난이도만큼은 오히려 전작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조금만 실수해도, 그야말로 난투극으로 번진다
▲ 덕분에 신중한 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덕분에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해킹’이 크게 강조된다. 무엇보다 사용할 수 있는 ‘해킹’ 장비로 개조 RC카 ‘점퍼’와 비행 드론 ‘쿼드콥터’ 등이 추가되면서, 전작에 비해서는 이런 ‘해킹’으로 공략하는 재미가 늘었다.
우선 ‘점퍼’는 카메라와 작은 로봇 팔이 달린 개조 RC카다. 작은 크기 때문에 위험 지역에서도 탐지되지 않고 잘 돌아다니며, 때로는 물리적인 접촉이 필요한 버튼을 눌러주거나,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좁은 지역에서 물건을 찾아내기도 한다. 실제로 나중에는 주인공보다 더 자주 조종하게 된다.
지상에서의 활동을 ‘점퍼’가 도맡아서 한다면, ‘쿼드콥터’는 공중을 날아다니며 플레이어를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지형지물과 상관없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고, 경비에게 들킬 확률도 낮기 때문에 정찰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 '점퍼'로 가기 힘든 장소를 공략하고...
▲ 공중에서는 '쿼드콥터'로 실시간으로 주위를 감시한다!
이처럼 주인공을 대신할 장비로 인해, 해킹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크게 늘어났다. 한 예로, ‘점퍼’로 적의 시선을 끄는 사이에 손쉽게 건물 내부로 잠입할 수도 있고, ‘쿼드콥터’를 먼 거리에서 날려보내 필요한 정보만 빼내고 임무를 달성할 수도 있다. 덕분에 전작의 주인공 ‘에이든’의 고생하며 펼치던 ‘해킹’과는 다른, 한층 발전된 공략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와치독 2’의 진짜배기는 바로 스토리
‘와치독 2’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스토리도 한몫을 더한다. 전작에서는 주인공 ‘에이든’의 복수극과 그 내적 갈등에 집중해 팬을 사로잡았다면, 이번에는 전혀 반대되는 매력을 선보인다.
주인공 ‘마커스’ 본인의 매력도 뛰어난 편이지만, 주위에 함께하는 동료들 이야기 역시 만만치 않은 개성을 자랑한다. 틀에 박힌 세계가 싫어서 스스로 집을 박차고 나온 ‘시타라’, 자폐증 환자지만 뛰어난 실력을 지닌 ‘조쉬’, 스크린이 달린 마스크를 쓰고 ‘데드섹’의 마스코트 역할을 제대로 하는 ‘렌치’ 등... 게임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체 스토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버무려내어, 흡입력 있게 이끌어나간다.
▲ 게임 최고의 매력덩어리 '렌치'
▲ 서브 미션들도 상당히 흥미로운 편!
특히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집단’에 소속되어서 그런지, 함께한다는 부분이 스토리 내내 강조된다. 가령, 연락이 와서 동료들이 주인공의 ‘팔로워’에 대해 걱정하거나, 때로는 다른 해커집단에게 습격을 받으면 바이러스가 생긴 것처럼 화면에 악성 이모티콘이 돌아다닌다. 이런 부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실제 ‘해커’가 되었다는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 점차 넓어지는 '데드섹'의 영향력, 절로 어깨춤이 나온다
세심함이 조금은 아쉬운 문제점들
전작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인 ‘와치독 2’지만, 모든 문제점이 고쳐진 것은 아니다. 게임을 하면서 유독 눈에 띈 부분은 바로 ‘자동차 운전’과 ‘피격 모션’이다. 우선 ‘자동차 운전’은 전작의 현실감 떨어지는 주행감을 많이 고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조작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한 예로, 살짝만 틀었는데 차가 한 바퀴 돌아버리거나, 빠른 속도로 달리면 차량이 통제불능에 빠지기도 한다.
‘피격 모션’도 심각하다. 주인공이 공격을 당하거나 차에 치었을 때 '뻣뻣한 마네킹'을 보듯 반응이 거의 없다. 단지 화면만 잠시 붉어지고, 피격 표시만 나올 뿐, 무언가 상처를 입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향후 패치로 고쳐질 것이라 믿지만, 유비소프트에서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운전'
유비소프트는 역시 ‘짝수’부터?
전반적으로 ‘와치독 2’을 살펴봤을 때, 팬들 사이에서 떠도는 “유비소프트는 역시 ‘짝수’부터”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전작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그래픽을 제대로 살렸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흡입력 있는 스토리, 몰입감 넘치는 플레이, 그리고 전략적인 묘미와 역동적인 ‘해킹’ 액션을 담아, 게이머들이 원하던 ‘와치독’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처음 ‘불신’으로 ‘와치독 2’를 접했던 모습과 달리, 이제는 필자 머리에는 기대감만이 감돌고 있다. 그도 그럴게, ‘어쌔신 크리드’를 이어갈 유비소프트의 새로운 IP가 탄생한 셈이기 때문이다. 조금 이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그 역량을 증명한 ‘와치독’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갈지 기대가 된다.
▲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지, 기대된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