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디자이너가 극렬 안티? 최악의 게임 표지 TOP5
2017.04.20 20:35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간 선거전이 한창입니다. 최근에는 유세의 알파이자 오메가라 할 수 있는 대선 벽보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죠.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만세 부른 상반신을 전체적으로 담고, 아예 당명을 표기하지 않는 등 이례적인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벽보는 각 후보의 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홍보물이다 보니, 이에 대한 고민과 해석이 많을 수밖에 없겠죠.
게임을 내놓을 때 패키지 표지를 만드는 고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몇 년을 개발한 금쪽같은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일이니까요. 요즘이야 인터넷을 통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표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죠. 그럼에도 간혹 멀쩡한 콘텐츠에다 해괴한 표지를 씌워서 매출을 죽쑤고야 마는데... 뭐 적어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긴 했습니다만.
5위 건버드, 외모는 그렇다쳐도 비행 슈팅에서 뛰어다녀!?
▲ '건버드' 일본(좌)와 북미(우) 표지 비교 (사진출처: 위키페이지)
5위는 슈팅 명가 사이쿄의 대표작 ‘건버드’입니다. 90년대 중반 수많은 게이머의 동전을 털어간 마성의 게임으로, 얼마 전 ‘for Kakao’를 단 모바일 버전이 잠시 서비스되기도 했죠. 당시 밀리터리 일색이던 종스크롤 슈팅게임 사이에서 마녀와 도사, 로봇 등 개성적인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전개가 단연 눈에 띄었어요. 무엇보다 주인공 따위는 압살하는 악역 ‘루주’의 전설적인 섹시함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입니다.
문제는 북미에 출시될 당시 이러한 특징은 모조리 무시하고 표지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미녀삼총사도 아닌데 검은 옷을 입은 여자 셋이 총을 난사하며 질주해요. 물론 애초에 이런 여자들은 게임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모바일 라이트 포스’라는 의미불명 제목은 또 뭔지… 이 정도면 소비자 기만으로 고소당해도 할 말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공식이랍시고 현재 스팀 버전에도 당당히 쓰이고 있습니다.
4위 스트라이더 히류, 보라색 쫄쫄이에 올백머리 당신은 대체...
▲ '스트라이더 히류' 일본(좌)와 북미(우) 표지 비교 (사진출처: 위키페이지)
4위는 캡콤의 소싯적 액션게임 ‘스트라이더 히류’입니다. 암살자라면서 적 기지에 정면으로 쳐들어가는 무늬만 닌자 ‘히류’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죠. 대쉬와 점프를 적극 활용한 속도감 있는 플레이가 강점으로, 온갖 최신예 병기를 칼 한 자루로 분쇄하는 특유의 SF 세계관이 묘하게 멋집니다. 특히 2편부터 추가된 ‘히류’의 빨간 머플러는 한때 뭇 소년의 로망으로 통했죠. 다들 어린 시절 한번쯤은 엄마 목도리를 둘둘 감고 발도 태세를 취해봤잖아요.
허나 난다 긴다는 ‘스트라이더 비룡’도 북미판의 저주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쉬크한 닌자 청년은 사라지고 보라색 쫄쫄이를 입은 올백머리 아저씨가 그 자리를 꿰찼죠. 헐리우드 미남배우 ‘존 트라볼타’를 살짝 닮았는데 덩실거리는 자세가 굉장히 기분 나빠요. 게임의 무대는 본적도 없는 이슬람풍 궁전으로 바뀌었고 정체 모를 사이보그 바바리안이 여럿 등장합니다. 이쯤 되면 원작과 별개로 표지의 배경설정이 궁금해질 지경이네요.
3위 봄버맨, 저런 복장으로도 눈빛만큼은 아주 비장미가 넘친다
▲ '봄버맨' 일본(좌)와 북미(우) 표지 비교 (사진출처: 위키페이지)
3위는 과거 허드슨이 만들고 현재는 코나미가 소유한 ‘봄버맨’입니다. 커다란 머리에 귀여운 캐릭터들이 폭탄으로 경로를 뚫고 몬스터를 처치하는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게임이죠. 특히 유저끼리 벌이는 PvP가 매우 스릴 넘쳐서, 상대의 폭탄 세례에 내몰려 죽음을 기다릴 때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나름 인기를 모은 덕분에 애니메이션화도 됐는데 폭탄은 아이들 보기에 조금 그랬는지 ‘구슬동자’로 바뀌어 방영됐답니다.
확실히 어린애들이 폭탄을 마구 뿌리고 폭사하기까지 하니 북미 정서에는 영 맞질 않죠. 그래서인지 북미판 ‘봄버맨’ 표지는 건장한 성인을 그려놓았습니다. 둥글둥글한 복장을 방호복으로 재해석한듯한데,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진지하게 폭탄을 투척하고 있으니 더욱 괴기스러워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봄버 보이’나 ‘봄버 차일드’가 아니니까 어른이 맞는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귀엽게 그리면 FBI가 잡아가기라도 한답니까?
2위 이스, 대마왕 입장에선 북미 버전이 더 무서울 것 같긴 하다
▲ '이스' 일본(좌)와 북미(우) 표지 비교 (사진출처: 위키페이지)
2위는 오늘날 팔콤을 있게 한 액션 RPG ‘이스’입니다. 붉은 머리 모험가 ‘아돌 크리스틴’이 마족의 탑부터 하늘 위 왕국까지 온갖 장소를 탐험하며 세계를 구하고 겸사겸사 여자친구도 사귀는 이야기죠. 초기에는 ‘아돌’의 검술이 그냥 몸통 박치기로 표현된 탓에 이른바 ‘어깨빵의 달인’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대마왕이든 악신이든 다짜고짜 들이받아 어깨를 박살내버리는 호쾌함이 아주 일품이에요.
그런데 북미 퍼블리셔가 보기에는 미소년 ‘아돌’이 상당히 못미더웠던 모양입니다. 고된 역경을 헤치고 거대한 악에 맞서는 모험가라면 강인한 신체와 구릿빛 피부를 지니기 마련이니까요. 때문에 북미판 표지에는 붉은 갈기를 휘날리는 근육질 전사가 화산 지대에서 대형 말벌과 사투를 벌이는 공포스러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이건 그냥 ‘매드맥스’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믿겠네요. 어깨빵의 위력이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1위 록맨, 초등학생이 과학의 날이라 억지로 그린 듯한 완성도
▲ '록맨' 일본(좌)와 북미(우) 표지 비교 (사진출처: 위키페이지)
1위는 캡콤의 명작 플랫포머 ‘록맨’입니다. 게임의 제목이기도 한 ‘록맨’은 본래 가정용 로봇이었으나, 세계정복을 꿈꾸는 사악한 과학자 ‘와일리’에 맞서 전투형으로 개조됐죠. ‘록맨’ 본인의 매력이 워낙 출중할뿐더러 훌륭한 레벨 디자인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난이도로 오랫동안 사랑 받은 고전이에요. 클래식 시리즈만 10편까지 나왔고 ‘록맨 X’, ‘록맨 제로’, ‘유성의 록맨’ 등 다수의 파생작이 탄생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로봇이라도 꼬마가 총을 쏘고 다니는 것을 용납할 북미가 아니죠. 아니나다를까 표지에 무슨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를 집어넣었는데, 이건 단순히 디자인의 문제를 떠나서 그냥 완성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거기다 ‘록맨’은 왜 온몸에 금칠을 했으며 ‘록 버스터’는 어디다 내버리고 진짜 총을 들고 다니나요. 캡콤 스스로가 보기에도 너무 웃겼는지 훗날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에 이 버전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