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여성가족부 자존심 된 '셧다운제'
2017.07.07 16:39 게임메카 김영훈/김미희 기자
메카만평
정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장관 후보자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도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 열린 인사청문회도 발언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보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죠. 그런데 말입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셧다운제입니다. 셧다운제에 대한 장관 후보자의 의견을 묻는 질문이 꼭 나왔죠.
더 놀라운 점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한결같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취임한 정현백 장관을 포함해 이전 장관 모두 ‘셧다운제를 찬성한다’고 밝힌 것이죠. 시간 순으로 나열하면 조윤선, 김희정, 강은희, 조현백 장관까지 4연속입니다. 의원 시절 셧다운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던 조윤선 전 장관이나 IT업계에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된 김희정 전 장관도 ‘셧다운제 찬성’으로 180도 돌아서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김희정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셧다운제로 인한 게임산업 경쟁력 악화에 대해 질문했던 사람이 강은희 전 장관입니다. 그런데 강 전 장관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되어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았을 때는 셧다운제가 효과가 있다고 말했죠. 전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셧다운제 문제점을 지적한 당사자가 장관 후보자가 되자 ‘셧다운제는 효과 있는 제도’라며 돌변한 겁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도 있지만 그 전에는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 4명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리에만 앉으면 ‘셧다운제’에 찬성하는 것인지 참 모를 일입니다.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취임한 정현백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셧다운제가 게임산업을 위축시켰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묻는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셧다운제가 게임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러나 독자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페이스북 김연재 님은 “셧다운제가 수익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 게임에 대한 인식은 더 안 좋아지겠지”라 밝혔으며 페이스북 이승기 님 역시 “셧다운제의 실질적인 제재는 미약한 실정이라 게임업계에 큰 차질은 없지만 아직도 윗대가리들의 마인드가 저렇다는 게...”라며 게임에 대한 인식 부족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의견이 나왔는데요, 주 내용은 ‘청소년이 늦게까지 게임을 하는 것이 괜찮다’가 아닙니다. 과한 게임 이용은 좋지 않지만 자녀 관리는 부모의 영역이지 국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셧다운제는 시행 직후에 여성가족부 국정감사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2014년에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같이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30%가 셧다운제를 피해 해외로 판로를 바꿨고, 22.4%가 성인 게임으로 제작을 변경했다고 답했습니다. 매출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는 점을 보여주죠.
이러한 지적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붙여넣기'한 것처럼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보면 ‘이 정도면 셧다운제를 여성가족부 자존심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실효성이 없고, 피해가 우려된다는 외부 지적에도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이요. 그러나 장관에게 중요한 일은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자존심보다는 국민이 겪는 불합리한 부분을 찾아서 고치는 것이 장관에게 주어진 더 중요한 일입니다. 이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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