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찬반논쟁 6년, 의견 있지만 '팩트'가 없다
2017.09.14 18:11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강제적 셧다운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토론회 현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2011년부터 시작된 ‘강제적 셧다운제’는 지금도 논란의 대상으로 도마에 올라 있다. 시행된 지 6년이 흐른 현재도 찬성과 반대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합의점은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볼 부분은 팩트다. 셧다운제에 찬성한다, 혹은 반대한다는 의견은 있지만 팩트는 없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셧다운제 논의가 ‘찬반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9월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병관 의원을 비롯한 4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강제적 셧다운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라는 주제로 열린 것이었다. 현장에 참석한 패널 중 셧다운제 찬성은 3인, 반대는 2인이었다. 찬성은 아이건강국민연대 이용중 대표,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 한국NVC센터 강지명 박사다. 이어서 반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마상소프트 강삼석 대표였다.
그리고 셧다운제 찬성과 반대 의견 핵심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찬성 쪽은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 강조했다. 이어서 반대 쪽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있으며, 법으로 12시부터 6시까지 일률적으로 게임 접속을 막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대화와 소통을 통해 게임 시간을 조정하며 청소년에게 ‘자기 통제권’을 알려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법이라 주장했다.
아이건강국민연대 이용중 대표는 과도한 게임은 비만, 아토피, ADHD, 근시, 난임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이며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게 돕는 공익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게임 때문에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섬이나 산간에 살거나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가정환경이 불안정한 청소년이 게임과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 아이건강국민연대 이용중 대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TV, 컴퓨터, 스마트폰을 잘못 사용하면 '재앙'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문화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게임할 기본 권리를 강제적으로 차단하고, 게임을 통해 스스로 놀이의 즐거움을 추구할 권리를 박탈한다”라며 “2014년 9월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도입 후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은 16분에서 20분 정도 줄었는데, 이 수치는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한 셧다운제가 시행되자 게임업계는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 개발을 줄이고, 이에 청소년이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성인 게임을 더 많이 이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라고 밝혔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실효성도 없다는 의견이다.
▲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토론회 좌장을 맡은 고려대학교 권헌영 교수가 새로운 주제를 던졌다. 권헌영 교수는 “상대의 가치를 나의 가치로 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셧다운제의 경우 두 가지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이러한 토론은 본인의 의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라며 “즉, 각 의견에 대한 팩트를 확실하게 한 후 결론에 도달해야 된다. 따라서 셧다운제에 대한 팩트가 조사된 후에 찬반 논의는 더 건전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셧다운제가 6년이나 흘렀지만 이에 대한 찬반 토론은 부족한 근거에서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이야기다. 청소년과 게임업계의 권리를 일부 침해하며 얻는 사회적 이득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셧다운제를 시행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얼마큼의 비용이 필요한지와 같은 관련 데이터를 자세하게 뽑아볼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찬성과 반대가 함께 셧다운제의 효과에 대해 분석하고, 그 결과를 비교하는 과정 없이는 10년, 20년이 더 흘러도 ‘셧다운제 논의’는 제자리걸음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 토론회 좌장을 맡은 고려대학교 권헌영 교수
(가운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토론회에 참석한 찬반 패널도 이에 동감했다.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제대로 된 통계가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동감하지만 예산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동연 교수 역시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대한 많은 근거와 장기적인 연구조사는 필요하다. 셧다운제 찬반을 넘어서서 이 제도가 객관적으로 필요한가, 아닌가를 조사할 필요는 있다. 또한 셧다운제의 대상인 청소년에 대한 설문조사도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즉, 찬성과 반대 모두 ‘셧다운제’ 논의에 필요한 ‘팩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다.
권헌영 교수는 “셧다운제는 규제를 하는 대상이 규제를 받는 대상에게 일방적으로 내리는 구조다. 셧다운제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 받는 청소년과 게임 제공자,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또한 단순히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없다’나 ‘게임은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팩트체크가 되어야 한다”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