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세 안드로이드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2017.09.22 20:34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E3 2017 트레일러 (영상출처: PS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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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틱 드림은 깊이 있고 공감 할 수 있는 스토리가 강점인 개발사로, 이들의 작품인 '헤비 레인'과 '비욘드: 투 소울즈'란 타이틀을 대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기대작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역시 그 어떤 콘텐츠보다 이야기에 매료된 팬들이 많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특히 더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한없이 인간과 비슷하지만, 결국 인간일 수 없는 안드로이드를 주연으로 내세우며 플레이어에게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진지한 스토리에서 던져지는 의문이 플레이어를 게임으로 잡아 끈다. 여기에 수많은 선택지를 부여하고, 어떤 행동을 택하느냐에 따라 주위를 둘러싼 세계가 변화하고 결말이 바뀐다. 내가 선택한 행동이 결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책임을 지워 주체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이 상승 효과를 일으키며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 대한 몰입감을 높인다. 그로 인해 게임 영상을 보기만 해도 드라마를 시청하듯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하게 된다. 스토리 텔링형 게임으로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플레이어에게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게임 개발을 맡은 퀀틱 드림 기욤 드 폰다미에르(Guillaume De Fondaumiere) 프로듀서로부터 들어보았다.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소개를 맡은 기욤 PD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기욤 프로듀서는 가장 먼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세계관을 설명했다. 게임은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안드로이드가 주변에 일상으로 볼 수 있는 근 미래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안드로이드를 행정, 대중교통, 병원 업무, 아이 돌보기 등 다양한 분야에 배치하고 편한 생활을 보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차별이 있고, 설상가상으로 늘어난 실업률 등으로 부정적인 생각 또한 가지고 있는 상황.
게임은 몇몇 안드로이드 사이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드로이드가 갑자기 실종되거나,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사람들은 ‘내가 소유한 안드로이드를 전처럼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 플레이어는 탈주 안드로이드를 쫓는 ‘코너’, 반대로 탈주 안드로이드를 이끌며 ‘혁명’을 일으키는 ‘마커스’, 그리고 아직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카라’ 3명의 안드로이드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 탈주 안드로이드 쫓는 '코너'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 반대로 안드로이드 혁명을 주도하는 '마커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기욤 프로듀서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가장 큰 포인트는 플레이어가 내리는 선택이라고 말하며, 이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게임을 플레이 했다. 시연이 진행된 구간은 지난 E3 2017에서 공개된 영상처럼 ‘마커스’가 안드로이드 제작사를 습격하고, 상품으로 진열된 안드로이드를 해방시키는 내용이었다.
미션의 첫 번째 목표는 회사에 잠입하기 위해 경보 시스템을 무력화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경보 시스템을 망가트리면, 경찰의 드론에 발각되고 추격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미션을 포기할 수 있는데, 포기한다고 해서 게임 오버가 되지않는다. 기욤 프로듀서는 “선택에 따라 캐릭터가 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죽고 싶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포기한다면, 이후 스토리에서 ‘마커스’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미션 실패 역시 스토리를 끌어가는 한 가지 방법인 셈이다.
만약 마커스가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드론을 제거하고 안드로이드를 풀어주면 어떨까? 마커스는 저항의 상징과 슬로건을 도시 곳곳에 새기며 혁명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게 된다. 그리고 이 때 플레이어가 선택한 상징과 슬로건이 게임 내내 안드로이드 혁명을 대표하게 된다.
▲ 안드로이드를 해방시키며 혁명을 주도하는 '마커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아울러 어떻게 메시지를 남길 지도 중요하다. 마하트마 간디처럼 비폭력 평화 시위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본보기로 도시를 파괴할 수도 있다. 기욤 프로듀서는 도시 기물을 파괴하는 폭력적인 방법을 택했는데, 풀려난 안드로이드들이 폭력주의 노선에 동조하며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연은 투입된 경찰에 의해 어떤 안드로이드가 살해당하고, 마커스가 ‘안드로이드를 죽인 경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며 끝을 맺었다.
▲ 도시를 파괴하는 폭력을 택할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가 게임 향방이 결정된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시연을 끝낸 기욤 프로듀서는 “도시를 파괴하며 울분을 표하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그 과정에서도 옳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장면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 게임 전반에서 인간으로서 도덕적인 문제에 대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2018년 발매를 앞두고 있으며, 한국어화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하는 인터뷰 현장에서 진행된 질의응답이다.
▲ 질문에 답하는 기욤 PD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제목이나 게임 속 세계관이나 ‘디트로이트’라는 도시를 내세웠다. 이 곳을 택한 이유는?
기욤 PD: ‘안드로이드’를 제작할 법한 도시가 어딘지 고민했다. 역사적으로 공업, 공장이 발달한 도시이면서도, 20년 정도 이후 미래적인 느낌을 줄 수 있길 바랐다. 연구 중에 ‘디트로이트’라는 도시를 찾게 되었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디트로이트’는 과거 자동차로 유명한 공업 도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가 파산하는 힘든 시절을 겪었고, 지금은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마치 인류의 이야기같다. 인류는 발전을 거둘 때도 있지만, 반대로 퇴보하기도 한다. 이처럼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언제나 진보로 나아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디트로이트'를 게임 스토리에 가장 적합한 도시로 꼽았다.
게임이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한다. 결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기욤 PD: 쉽게 말하자면 ‘인류 2.0’이라는 개념이다. 인류가 어디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한다.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관계가 마치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케 한다. 영화 내용이 게임에 영향을 미쳤나?
기욤 PD: 약간의 영향은 받았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의 관점을 그린다는 것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사냥하는 내용인데,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사회적인 면을 강조한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카라’라는 캐릭터를 통해 ‘코너’나 ‘마커스’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잠깐의 시연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선택지를 확인했다. 수치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을까?
기욤 PD: 수치로는 대답하기 어렵다. 실제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많다. 물론 무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주인공이 3명이나 된다. 게임을 진행하며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는 일도 있을까?
기욤 PD: 물론 그렇다. 주인공 캐릭터들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실제 게임 줄거리에서 영향을 줄지 주지 않을지는 플레이어가 내리는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