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게임 캐릭터 ‘성전환’ TOP5
2017.10.26 10:02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그리스 신화의 현자 ‘테이레시아스’는 젊은 시절 우발적으로 뱀을 때려죽인 탓에 성별이 바뀌는 저주를 받았다. 그렇게 7년간 ‘그녀’로 살던 그는 어쩌다 또 뱀을 죽이는 바람에 저주가 중첩돼 본래의 남성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당시로선 양성을 전부 체험해본 유일한 인물인지라, 남녀 중 누가 더 행복한지 논쟁하던 신들이 그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후문.
이처럼 성전환은 예로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재였다. 성별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 있나 없나를 넘어 캐릭터성의 대격변을 의미한다. 반대 성별의 특질이 가미되다 보면 어느새 당초와 같은 듯 다른 묘한 매력이 피어난다. 심지어 원본보다 성전환했을 때 더 인기 있는 황당한 경우도 보이니까. 말 그대로 ‘있었는데 없어진’ 게임 캐릭터를 만나보자.
5위. 링클 (젤다무쌍)
▲ 젤다의 전설 '링크'(좌)와 성전환 캐릭터(우) (사진출처: 닌텐도)
닌텐도 굴지의 판타지 IP이자 “녹색 옷 입은 애가 젤다죠?”라는 명언을 남긴 ‘젤다의 전설’도 성전환 캐릭터가 나온다. 바로 매번 ‘젤다’로 오해 받는 용사 ‘링크’의 미소녀 버전 ‘링클’. 사실 ‘링크’는 초기부터 금빛 장발에 예쁜 얼굴로 중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특히 마초적인 남성 주인공이 대부분인 북미 시장에서 ‘링크’가 지닌 위상은 독보적인 수준.
당장 구글에 ‘링크 코스프레’를 검색했을 때 여성 사진이 더 많이 나올 정도니 말 다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여성 ‘링크’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이어졌고 이러한 영향인지 최신작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한때 성별 선택이 가능하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닌텐도라도 수십 년 된 캐릭터 성별을 갑자기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본편 내 성별을 바꾸진 못했지만, 크로스오버 외전 ‘젤다무쌍’에서나마 ‘링크’ 성전환의 꿈이 이루어졌다. 스스로 용사의 환생이라 믿는 미소녀 ‘링클’은 과연 닌텐도 공식답게 여러모로 공들인 티가 난다. 원본과 비슷한 인상을 주면서도 개성적인 디자인을 갖췄고, 무기도 두 자루 쇠뇌로 ‘링크’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부디 ‘링클’이 주인공인 신작도 하나쯤 나왔으면 한다.
4위. 주피터 (데스티니 차일드)
▲ 데스티니 차일드 '주피터'(좌)와 성전환 캐릭터(우) (사진출처: 넥스트플로어)
국내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 대표가 집도해 화제를 모은 ‘데스티니 차일드’. 특유의 뇌쇄적인 화풍으로 유명한 김 대표답게 미소녀 캐릭터들이 아주 그냥 훌륭하다. 인간의 욕망이 실체화된 사역마라는 자극적인 설정과 탄력이 느껴지는 라이브 2D 기술도 참으로 기가 막히는데. 문제는 가끔 불시에 밟는 지뢰마냥 아저씨 캐릭터들이 튀어나온다.
5성 ‘주피터’는 단안경과 잘 정돈된 수염이 돋보이는 중년 신사다. 기술 발동 시 들고 있던 가방이 폭발하는 연출 때문에 ‘가방맨’ 혹은 이름 앞 자를 따서 ‘주아재’라고도 불린다. 여성 유저도 많으니까 남자를 넣는 것까진 이해하는데 아저씨라니 거참. 이 와중에 성능은 출중해서 미소녀 덕후가 어쩔 수 없이 이 녀석을 채용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주피터’ 가방이 터질 때마다 멘탈이 함께 터져나가던 유저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아니나 다를까 뜨거운 반응 속에 성전환 스킨이 출시됐다. 전체적인 의상과 소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답답한 아저씨를 카리스마 넘치는 누님으로 바꿔놓았다. 다음부터는 처음부터 이렇게 좀 내고 소수 취향을 위한 중년 남성 스킨을 팔아주면 어떨까.
3위. 란스 (전국란스)
▲ 란스 시리즈 '란스'(좌)와 성전환 캐릭터(우) (사진출처: 앨리스소프트 / 위키피디아)
‘전국란스’는 불세출 귀축전사 ‘란스’ 모험담을 그린 에로 SRPG다. 나름 전략성도 즐기고 야한 장면도 감상하고 님도 뽕도 따는 일거양득 장르랄까. 제목에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박힌 주인공 ‘란스’는 일반적인 판타지 속 용사의 클리셰를 박살내는 무뢰한으로, 여자란 여자 캐릭터는 모조리 덮치고 보는 변태 행각을 보여준다.
귀축(鬼畜, 아귀와 축생)이란 이명에서 보듯 ‘란스’의 사상은 본 기사에 소개할 수 없는 수준. 그나마 화풍이 귀엽고 표현 방식도 가벼워 체감이 덜하지만 어쨌든 남성향 성인게임 주인공다운 마초적인 인물이다. 당연히 이런 녀석이 덮치는 쪽에서 덮쳐지는 입장으로 바뀐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데, 게임에서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포획한 남자 캐릭터를 미소녀화시키는 성전환의 신전에 ‘란스’가 직접 가면 된다. 어찌나 영험한지 아예 성격과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갑옷 방어력이 수직 하락하는 기적을 목격할 수 있다. 이때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히는 ‘란스’의 미모가 일품. 다만 이러면 더는 성인게임으로서 본분을 다할 수 없는 관계로 게임 오버다.
2위. 레아블로 (디아블로 3)
▲ 디아블로 시리즈 '디아블로'(좌)와 성전환 캐릭터(우) (사진출처: 블리자드)
흔히 성전환으로 재미를 주거나 하는 게임은 일본산이 많은데 의외로 블리자드 핵앤슬래시 ‘디아블로 3’에 이런 요소가 나온다. 그것도 주인공이나 동료 캐릭터가 아니라 게임의 간판이자 최종보스인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 96년 첫 등장할 때만 해도 근육질 거한이었으나 2011년 ‘디아블로 3’에 이르러선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성형 악마가 됐다.
물론 블리자드가 남심을 사로잡겠다고 ‘디아블로’를 성전화시켰을 리는 없다. 여기는 그만한 사정이 있는데, 악마 ‘디아블로’의 정수는 영혼석이라는 수정에 갇혀있고 우리가 보는 모습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이마에 영혼석을 박은 숙주가 누구냐에 따라 실제로 강림한 ‘디아블로’ 형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1편 ‘디아블로’는 어린 ‘알브레히트’ 왕자에 깃들어 그만큼 허약했다. 2편은 강인한 영웅 ‘아이단’의 몸을 차지해 우람해졌으며 끝으로 여인 ‘레아’로부터 부활한 3편에선 이제까지와 다른 여성형이 된 것이다. 이 새로운 디자인은 ‘레아블로’라 불리며 보다 날렵한 느낌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1위. 게니코 (SNK VS 캡콤 카오스)
▲ SNK VS 캡콤 '겟니츠'(좌)와 성전환 캐릭터(우) (사진출처: SNK / 위키피디아)
대전격투게임의 두 명가 SNK와 캡콤이 뭉친 ‘SNK VS 캡콤 카오스’는 어마어마한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흥행과 비평에 모조리 참패했다. 도저히 포장이 불가능한 졸작이지만 게임 역사에 남을 업적을 하나 남겼으니 그것이 바로 ‘게니코’. 정확히는 각종 2차 창작으로 현재 모습을 갖춘 ‘게니코’의 원본인 ‘겟니츠’ 미소녀 버전이 여기서 처음 등장했다.
‘겟니츠’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6’ 보스로 나오는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를 가리킨다. 품위 있게 손만 까닥이며 회오리 바람을 부르는 그의 “와카라디스!!”에 동전을 죄 털린 이들이 한 둘이 아니리라. 그런데 여기에 캡콥 측에서 참전한 ‘뱀파이어’ 시리즈의 흡혈귀 ‘데미트리 막시모프’가 엮기며 예상치 못한 인기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것.
절대 남자의 피는 빨지 않는 미식가 ‘데미트리 막시모프’는 상대를 여성화시키는 전무후무한 필살기 ‘미드나잇 블레스’를 지니고 있다. 본래라면 SNK 캐릭터와 상관 없는 얘기지만 크로스오버 탓에 ‘겟니츠’가 희생양이 됐고, 심지어 급조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아리따운 수녀로 변해서 뭇 남성 유저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사실 SNK가 만들어 놓은 것은 두 손을 모으고 서있는 모습뿐이다. 다분히 도발 목적의 기술이라 잠시 여성화됐다가 곧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 그런데 여기에 꽂힌 유저들이 직접 ‘게니코’라 이름도 붙여주고 동작 하나하나를 도트로 찍어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로 제작해버렸다. 스토리상 진즉 사망한 ‘겟니츠’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대인기. 역시 아저씨보다 미소녀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