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연말연시 함께 한잔 하고픈, 게임 속 ‘애주가’ TOP5
2017.12.14 19:55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올해도 바쁜 연말연시에 접어들었다. 학생에게는 겨울 방학, 연인에게는 크리스마스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직장인들은 아무래도 술이 먼저다. 송년의 밤이란 명분 아래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 보면 술독에서 나와 다음 술독에 빠지는 생산적인(?) 나날을 보내기 마련. 이 즈음에는 기자도 좋은 사람들과 따끈하게 데운 술 한잔 기울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연말 술자리는 가족, 친구, 동료가 모여 올해 이룬 것을 함께 축하하고 나쁜 기억은 털어버리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그간 무던히도 우리를 즐겁게 해준 게임 캐릭터야말로 술 한잔 권할 상대 아니겠나. 기자는 워낙 말술이라 같이 오래 마실 수 있는 ‘애주가’ 다섯을 모았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술친구 리스트를 꼽아보면 어떨까?
5위. 그라가스 (리그 오브 레전드)
▲ 맥주 세 잔이 한 모금에 넘어가는 진정한 술꾼 '그라가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뭇 게이머를 위해 소환사의 협곡 상단, 중단 공격로는 물론 정글까지 마다 않는 상남자 ‘그라가스’. 남산만한 뱃살과 옆구리에 낀 술통에서 그의 남다른 주량을 쉬이 짐작 가능하다. 스킬세트가 술통을 들이붓고 굴리고 터트리는 게 전부니 말 다했다. 심지어 다른 챔피언들이 국가나 부족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와중에 술 빚을 재료를 구하려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 참전했다고.
설정에 따르면 ‘그라가스’는 워낙 강골이라 아무리 술을 마셔도 양껏 취할 수가 없다. 결국 직접 양조를 배워 무조건 독하고 센 술을 만들어봤지만 뭔가 특정 재료가 부족해 궁극의 독주를 완성하지 못한 모양. 이 정도면 그냥 알코올이나 들이키면 될 것 같은데, 여하간 이런 양반과 함께 마시면 아주 과격하고 멋진 밤을 보낼 수 있겠다. 간에 갱킹이 날카롭게 들어올 듯.
4위. 데모맨 (팀 포트리스 2)
▲ 작전 도중에도 어김없이 고주망태가 되는 우리의 '데모맨'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용병이 모인 ‘팀 포트리스 2’에서도 폭발전문가 ‘데모맨’은 제대로 맛이 간 캐릭터다. 어려서부터 온갖 폭발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불과 6살에 집을 날려버린 그는 이윽고 전문적인 폭탄마로 거듭났다. ‘데모맨’이 폭발물 외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은 알코올뿐으로 폭탄을 다루는 주제에 언제나 술에 절어있는 꼬락서니가 일품이다.
이 친구가 얼마나 술을 마셔댔는지 공식 설정 가운데 몸이 생수를 독극물로 인식한다는 구절이 있다. 십 수년간 술과 아스피린에 의존해 살다 보니 신체가 적응해서 정상적인 음식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번은 거머리 로봇이 그의 피를 빨았다가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나가떨어지기까지 했다. 꼭 한번 ‘인생은 곧 폭발’이란 주제로 술잔을 주고받고픈 캐릭터다.
3위. 에리 카사모토 (메탈슬러그)
▲ '에리 카사모토' 누님 포스의 비결은 95도 독주가 아닐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금발을 감싼 녹색 두건이 트레이드마크인 ‘메탈슬러그’ 여성 요원 ‘에리 카사모토’도 대단한 말술이다. 태어나자마자 교회 앞에 버려진 그녀는 사춘기 시절부터 거리를 전전하며 홀로 살았는데, 타고난 싸움감각으로 오래지 않아 골목대장이 됐다고 한다. 이처럼 거친 삶의 영향인지 작중 스무 살밖에 안됐음에도 누님 포스를 풍기는데다 술을 무지막지하게 즐긴다.
설정상 ‘에리 카사모토’가 좋아하는 음식은 ‘스피리터스’인데 이건 도수가 95도가 넘는 고농축 독주를 가리킨다. 병목에 심지만 꽂으면 곧바로 화염병으로 활용 가능한 무시무시한 음료. 게다가 좋아하는 행위는 만취해서 산책하기로 역시 술을 마구잡이로 배운 사람답다. 뭐, 함께 술병을 들고 밤길 거닐며 그녀의 거친 과거에 대해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2위. 이부키 스이카 (동방 프로젝트)
▲ 말술 미소녀 오니 '이부키 스이카', 손에 든 병이 '이부키효'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일본 전통요괴인 오니는 음주가무를 굉장히 즐긴다고 한다. 요괴들의 세계를 그린 ‘동방 프로젝트’에도 이런 오니가 하나 있는데, 바로 ‘동방췌몽상’ 최종보스로 등장한 ‘이부키 스이카’다. 겉모습은 작은 귀엽지만 오니답게 엄청난 괴력을 자랑하며 사물의 밀도를 조종하는 초능력까지 지녔다. 평소에는 싸움 따윈 관심 없고 그저 놀고 마시는데 주력하는 호탕한 소녀지만.
그녀가 늘 품고 다니는 호리병은 이부키효(伊吹瓢)라 해서 언제나 술이 마르지 않고 샘솟는 놀라운 물건이다. 그것도 한 가지 맛이 아니라 원하는 술로 채워준다니 완전 뭇 애주가의 로망 그 자체. 거기다 내구력도 상당한지 ‘이부키 스이카’는 비틀거리며 이부키효를 무기 삼아 휘두르곤 한다. 아, 이런 보물을 가진 술친구라니 이번 연말에는 오니와 한잔 해야겠다.
1위. 첸 스톰스타우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뱃살에서 덕과 인망이 느껴지는 전설적인 양조사 '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가고일이 쳐들어오면 하던 일 내던지고 뛰쳐나가던 ‘워크래프트 3’ 나엘…아니 중립영웅 ‘판다렌 브루마스터’를 기억하는가. 여기서 브루마스터(Brewmaster)란 우리말로 양조사를 뜻한다. 이름 그대로 판다를 닮은 판다렌은 종족 전체가 애주가라 양조사들이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중 으뜸가는 실력자가 바로 ‘첸 스톰스타우트’다.
하긴 이름부터가 스타우트(Stout, 흑맥주)니 아주 타고난 셈. 어찌나 직업정신이 투철한지 직접 술통에 들어가 굴러다니기까지 한다. 이 양반도 자기가 마시려고 술을 만드는지라 조카가 “삼촌은 온 세상을 걸어서 여행했는데도 뚱뚱해요”라고 놀릴 정도로 거구다. 옛말에 아저씨의 뱃살은 덕이고 인망이라 했던가? 푸근한 털에 묻혀 술이나 얻어먹고 싶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