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페이커가 한자리에, '롤' 버전 K팝스타 열렸다
2017.12.18 16:16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리그 오브 레전드' 트라이아웃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리그 오브 레전드'는 가장 인기 많은 e스포츠 종목으로 손꼽힌다. '페이커' 이상혁 등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스타 플레이어도 많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등 국내 대회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프로게이머를 꿈꾼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놓칠 수 없는 종목이다.
그리고 내일의 e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유망주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12월 18일,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한 '리그 오브 레전드' 트라이아웃이다.
올해까지 총 3회차를 맞이한 '트라이아웃'은 '리그 오브 레전드' 버전 K팝스타라 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선수들이 테스트를 벌이고, 그 모습을 국내 프로팀 감독 및 코치가 지켜보며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탁하는 자리다. 아마추어 입장에서 보면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선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다.
▲ 눈 오는 월요일 아침 10시에 시작한 행사에도 많은 지망생들이 현장을 찾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우선 조건은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마스터 티어 이상이다. 여기에 이번에는 기존에 선수 경력이 있어도 팀과 계약이 안 된 선수들도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트라이아웃 현장에는 국내 챌린저스 팀 RSG에서 활동하거나, 삼성, 스베누 등 국내팀 출신, 유럽 H2K, 중국 IG 등 해외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있다. 기존에 팀 활동 경력을 가진 선수는 8명이다.
이렇게 하여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예비 선수까지 합쳐 총 48명이 모였다. 이들은 5명씩, A조부터 H조까지 8개 조로 나뉘어 테스트를 치른다. 사전에 감독 및 코치에 제공되는 정보는 이름과 생년월일, 포지션, 최고 기록 점수 등이다. 닉네임과 티어를 미리 공개하면 선수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전 테스트는 서울 신논현역 근처에 위치한 게임이너스 PC방에서 진행됐다. 선수들은 조별로 모여 앉아 5경기를 치른다. 첫 경기는 원하는 챔피언을 고를 수 있는 5:5 비공개 선택(드래프트)로, 세 경기는 선수들이 미리 제출한 가장 자신 있는 챔피언 3종을 기본으로, 밴픽을 거쳐서 진행하는 토너먼트 드래프트 모드로 진행한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현장에 자리한 감독 및 코치진이 지켜보며 이후 코치진 요청에 따라 포지션을 바꾸거나 추가 경기를 진행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 진지하게 테스트에 임하는 선수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긴장되는 마음으로 테스트를 치르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직접 경기를 하는 것 외에도 영상을 보며 전략을 짜는 선수들도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팀원과 작전도 짜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프로팀 감독들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리그 오브 레전드 트라이아웃,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특히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강조한 것은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트라이아웃에서 진행되는 경기는 모두 녹화되며, 감독 및 코치진이 이 영상을 선수를 평가하는 주된 자료로 활용한다. 그리고 코치진이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5명이 함께 뛰는 게임이기에 팀원 간 호흡이 중요하다. 즉, 본인이 처한 상황을 팀원들에게 수월하게 전하는 능력과 함께, 이기는 상황 혹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상황을 판단하고 팀원들과 꾸준히 의견을 주고 받으며 승리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경기 중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이 선수가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코치진에서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와 함께 강조된 부분은 절실함이다. 트라이아웃 현장에 자리한 롱주 게이밍 강동훈 감독은 "프로가 되는 것이 목표인지, 단순히 프로가 되는 게 아니라 프로 선수가 되어서 무엇을 이룰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라며 "프로가 되고 나면 저절로 실력이 늘 것 같고 잘 풀릴 것 같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어떤 프로 선수가 되겠다, 혹은 좋은 프로 선수가 된 후 이러한 코치 혹은 감독이 될 것이다, 와 같이 본인의 목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롱주 게이밍 강동훈 감독
강동훈 감독은 '스멥' 송경호를 예로 들었다. 송경호는 롱주 게이밍 전신인 IM 시절 강 감독이 직접 발탁했으며, 현재는 kt 롤스터 탑 라이너로 활동 중이다. 강동훈 감독은 "송경호는 입단할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부모님도 반대하고 저 역시도 학업을 중단하고 오는 것을 반대했는데 하루에 한 번씩 계속 문자를 하고 찾아오며 본인의 의지를 보여줬다"라며 "우여곡절 끝에 팀에 들어왔는데 그 상태에서도 학교에 다녀야 했다. 18살과 19살, 2년 동안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학교 가고 오후에 와서 새벽까지 연습하고 다시 아침에 학교 가는 것을 반복했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요구되는 것은 본인에 대한 피드백이다. 무작정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부족한 점을 찾아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연습 스케줄을 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동훈 감독은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고, 높은 점수를 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는 단순히 게임 안에서 점수를 많이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부족한 점을 채워서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을 위한 연습 일정을 짜고, 본인을 위한 피드백을 스스로 하며 발전해나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선수는 물론 선수 부모님도 함께 자리했다. 본인의 자녀가 프로게이머가 된다면 어떻게 생활하게 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나온 질문은 선수 생활에서 찾아올 수 있는 슬럼프를 극복하려면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느냐다. 이에 대해 강 감독은 "일단 첫 번째는 잠시 게임을 쉬는 것이다. 저 역시 선수가 너무 많이 지면 여행을 가거나,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 해소를 하라고 한다"라며 "두 번째는 자신감을 채우는 것이다. 특히 부모님 입장에서는 '잘 할 수 있다'며 떨어진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