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킹덤즈, 왕이냐 약탈자냐 당신의 선택은?
2018.03.05 19:02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국내엔 하드코어 유저들이 많아서 완성도가 조금이라도 낮으면 안 되거든요”
왜 이렇게 늦게 나왔냐는 질문을 던지자 이러한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2월 새로 편성된 카카오게임즈 게임개발 전문 자회사 프렌즈게임즈 이름을 걸고 나오는 첫 작품이기도 한 ‘에잇킹덤즈’. 이 게임은 3년 전 개발에 착수, 작년 3월 비공개테스트를 한 차례 거쳐 이제서야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모바일게임 개발 기간이 길어야 1년에서 2년을 넘어가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특히, 테스트 후 약 1년 동안은 게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만 투자했다. 과연 어떤 게임이길래 이토록 공들여 제작한 것일까? 게임메카는 ‘에잇킹덤즈’ 개발을 맡은 최웅규 PD, 기획을 맡은 양윤석, 김송이 디자이너를 만나 게임에 대해 들어 보았다.
▲ 프렌즈게임즈 '에잇킹덤즈' 제작진, 왼쪽부터 양윤석 디자이너, 최웅규 PD, 김송이 디자이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웹게임 특유의 전략적 재미, 모바일로 계승했다
‘에잇킹덤즈’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과거 웹게임 전성기에 유행하던 영지 기반 전략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영지를 키움과 동시에, 다른 영주들과 외교와 전쟁을 반복하며 왕좌를 향해 끝없는 여정을 계속하게 된다. 모바일에서는 메이저로 떠오르지 못했지만, 웹게임 시절부터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 온 스테디셀러 장르다.
게임은 영지 운영과 전투로 구분된다. 영지 운영은 각종 건물을 세우고 자원을 캐내 병력을 모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투는 별개 화면이나 조작 없이 군대 간 대결 결과가 노출되는 형태며, 전투 전 진형과 병과 설정을 통한 ‘전술’, 다른 부대의 움직임을 고려해 군대를 움직이는 ‘전략’적 요소가 고루 반영된다. 그 과정에서 지휘관 격인 60여 종의 영웅을 모으고, 12종의 군주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 영지를 키우며 군주와 영웅을 성장시킨다 (사진제공: 카카오게임즈)
‘에잇킹덤즈’는 이러한 웹게임 시절 전략성을 계승하되, 모바일 시대에 맞춰 하드코어함을 조금 덜어냈다. 최웅규 PD는 “과거 웹게임 시절엔 6개월~1년 동안 키웠던 영지도 함락되면 뺏기는 등 굉장히 하드코어 했지만, ‘에잇킹덤즈’는 병력이나 자원은 털리더라도 영지는 그대로 유지된다”라며 “장르적으로 보면 전략 웹게임에서 조금 발전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 웹게임 같은 기본 틀에 프렌즈게임즈 특유의 커뮤니케이션을 담았다. 프렌즈게임즈 하면 ‘카카오프렌즈’ IP 게임 전문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잇킹덤즈’ 역시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힘을 실었다. 대표적인 콘텐츠가 ‘동맹’이다.
‘동맹’이란 일종의 길드 같은 개념이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다른 유저와 동맹을 맺는 것이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게임 주 목적은 왕좌로 오르기 위한 8개 왕성을 차지하는 것인데, 이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동맹을 맺을 경우 각종 버프 효과는 물론, 내정이나 전투에 있어서도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기에 동맹 없이 플레이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실제 게임 내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동맹 가입을 유도한다.
양윤석 기획 디자이너는 “게임을 하다 보면 동맹원 간에 공동으로 연구를 해서 버프를 얻거나, 연구 속도 상승 효과를 받고, 각종 이벤트나 무역을 같이 할 수도 있다”라며 “개인이 시작한 전투가 동맹 간 전투로 커지고, 최종적으로는 8개 왕성을 차지하기 위해 거대 동맹 간에 결투를 벌이는 치열한 그룹 경쟁을 유도한다”라며 ‘에잇킹덤즈’의 강화된 커뮤니티 기능에 대해 소개했다.
▲ 프렌즈게임즈 양윤석 디자이너 (사진: 게임메카 촬영)
폭군이 되느냐, 동맹에 드느냐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에잇킹덤즈’는 여러 동맹이 모여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전개된다. 얼핏 상위권 동맹들이 게임을 주도하는 피라미드식 안정적 세력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 구도는 전략 게임 정석이기도 하지만, 왠지 다소 진부해 보인다. 안정적 구도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고이기 마련인데, 요즘 유저들은 이 같은 구도를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개발진은 물이 고이지 않게 하기 위해 강력한 혼합모터를 도입했다. 바로 ‘폭군(워로드)’들이 모인 ‘다크사이드’라는 세력이다. 대체 ‘폭군’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MMORPG로 비유하자면 다른 유저를 사냥하는 PK에 심취한 유저들”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폭군이란 일반 유저가 특정 계기로 전향한 상태를 뜻한다. 폭군으로 전향하면 영지 운영에서 연구나 건설, 생산 속도가 빨라지고, 전투에 있어서도 많은 버프를 얻을 수 있다. 대신 자원이 두세 배 많이 필요하고, 맵 상에 있는 주요 동맹 거점 침략이 가능하지만 점령해 다스릴 수는 없다. 결국, 다른 유저의 진영을 약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 '폭군' 전향 시 보이는 게임화면
▲ 쉴 새 없는 전투만이 살 길이다 (사진제공: 카카오게임즈)
동맹 간 싸움에서, 자꾸 뒤를 건드리는 한두 명의 폭군의 존재는 심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나 폭군들의 세력을 일컫는 ‘다크사이드’의 경우 거대 동맹이라고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즉, ‘폭군’이란 약육강식 피라미드를 위아래로 찔러대며 순환시키는 야생의 늑대 같은 존재다. 이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다만, ‘폭군’으로의 전향은 다소 까다롭다. 일단 전향하는 데 많은 돈을 내야 할 뿐더러, 전향하고 나서도 진영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남의 영지를 침략하지 않으면 높은 자원 소비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이 멸망하는 이른바 ‘버서커’와 같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전쟁만 벌일 열정과 근간이 뒷받침되지 않는 유저라면 혹 ‘폭군’이 되더라도 얼마 못 가 다시 일반 군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 운영진의 판단이다.
▲ 프렌즈게임즈 최웅규 PD (사진: 게임메카 촬영)
‘폭군’의 존재는 게임에 활력이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많을 경우 자칫 게임이 무법지대화 될 수 있다. 이에 프렌즈게임즈는 이러한 ‘폭군’ 유저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될 경우 시스템적으로 개입해 수를 조절할 전망이다. 최웅규 PD는 “폭군 시스템은 사실 이러한 전략 게임에는 항상 있어왔던 유저들로, ‘에잇킹덤즈’는 이런 시스템을 표면화 시켜줬을 뿐이다”라며 “최종적으로 다크사이드의 비율은 전체의 5% 미만으로 제어할 예정이다. 기존 다크사이드가 게임을 이탈하거나 일반 동맹유저로 전향할 경우 빈 자리가 생기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에잇킹덤즈’는 3월 중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담금질이 진행 중이며, 국내 선출시 후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유저풀을 더욱 확대시킬 예정이다. 향후 업데이트 계획에 대해 김송이 기획 디자이너는 “커다란 보스 몬스터 사냥을 위해 여러 명이 뭉치는 ‘동맹 레이드’ 등 다양한 PvE 콘텐츠도 조만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며 “더욱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새로운 황제가 될 사람은 누굴까? (사진제공: 카카오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