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3rd'가 대표적, 중국도 IP의 중요성 깨달았다
2018.04.25 20:40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붕괴3rd' 개발사, 미호요 원이 진 부사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IP는 성공의 열쇠다.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인기 있는 IP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콘텐츠 분야 선도국으로 불리는 일본이나 미국이 IP를 빡빡하게 관리하는 것도 잘 키운 IP는 막대한 자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를 넘어 영화, 게임에서도 종횡무진하는 ‘마블’ 영웅들이나 서양 유저를 사로 잡은 ‘나루토’, ‘원피스’와 같은 일본 만화를 보면 그 엉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이제껏 중국은 인기 IP를 만드는 쪽보다는 구매하는 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도 ‘뮤 온라인’이나 ‘미르의 전설’, ‘라그나로크’처럼 중국에서 인기 있는 온라인게임 IP를 바탕으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여러 작품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막상 중국에서 만든 게임 중 어떤 것이 유명한지를 돌아보면 막상 생각나는 게 없다. 게임이나 콘텐츠산업 역사가 짧기에 찾아온 한계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국에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잘 나가는 작품을 사는 것에서 스스로 인기 있는 IP를 만들어나가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중국 개발사 미호요(MiHoyo)가 만든 ‘붕괴’ 시리즈다. ‘붕괴’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에서 태어나 그 인기가 전세계로 뻗어나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국내에 출시된 ‘붕괴3rd’는 출시 당시 구글 플레이 매출 3위까지 찍었으며, 지금도 매출 40위 대를 유지하고 있다.
▲ '붕괴3rd'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X.D.글로벌, 미호요)
더 놀라운 점은 ‘붕괴3rd’가 국내에 출시되기 전에 한국 유저들이 이미 중국에는 1편과 2편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국내에 ‘붕괴3rd’가 발을 들이기 전부터 한국 유저들은 ‘붕괴’를 알고 있었다. 여기에 한국을 넘어 프랑스, 독일, 인도 등 여러 곳에서 ‘붕괴’에 관련된 만화나 글을 유저들이 스스로 자기 나라 언어로 번역해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 '붕괴3rd'는 해외에 영문 버전으로 서비스 중이지만, 현지 팬들이 관련 콘텐츠를 번역해 즐기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즉, ‘붕괴’ 시리즈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나간 결과물이다. '붕괴' 시리즈 개발사인 미호요 원이 진(Wenyi Jin) 부사장은 4월 25일 진행된 NDC 18 현장에서 ‘붕괴3rd’를 예시로 들어 핵심 IP를 중심으로 게임을 성공시키는 비결을 공개했다.
미호요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창립자 3명이 '중국에는 왜 이런 것이 없을까' 라는 의문을 갖고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2011년 상하이에 세워진 회사다. 설립 취지와 같이, 이들은 게임 하나에 집중하는 회사가 아니다. 초능력 미소녀들이 모인 ‘붕괴’라는 세계관을 먼저 만들고, 이 세계관을 풍성하게 할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을 복합적으로 전개했다.
▲ '붕괴'는 게임만이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음악, 머천다이징 등 다양한 사업과 연결된 IP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게임에 있어 큰 버팀목이 됐다. 원이 진 부사장은 “2014년부터 60여 회에 달하는 만화를 공개했고, 이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게임에 등장한다. 만약 새로운 캐릭터를 공개하고 싶다면 만화에 먼저 등장시켜서 유저들의 반응을 본다. 이렇게 유저 취향을 파악한 후 주요 캐릭터를 게임에 적용하고 있다. 어떤 캐릭터, 어떤 성격, 어떤 속성이 인기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도 같은 맥락이다. 원이 진 부사장은 “애니메이션도 ‘붕괴’ 세계관 설정에 관련된 영상이다. 여기에도 게임 주요 캐릭터를 담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붕괴3rd’는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게임 영상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애니메이션 느낌을 내는 랜더링 기술도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다듬었다.
▲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미호요는 어렵게 만든 '붕괴' IP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그 예로 개발사 내에는 IP 관리만 전담하는 ‘IP부서’가 별도로 존재한다. IP부서는 게임 개발을 단계적으로 점검한다. ‘붕괴3rd’에 등장할 새 캐릭터를 만들 때, 개발자들이 캐릭터에 대한 시나리오, 디자인, 스킬과 역할, 타 캐릭터와의 관계를 설정하면 IP부서가 이를 심사한다. 그 심사를 통과해야만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될 수 있다. 이후에도 각 단계 완성 과정마다 IP부서의 검증이 들어간다. 캐릭터 하나에 몇 번이나 확인을 하는 것이다.
▲ 캐릭터 하나에도 많은 검증이 들어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원이 진 부사장은 “많은 캐릭터가 IP 요건에 안 맞아서 삭제되기도 한다. 여기에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몇 번이나 내용을 수정하고 다시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한다. ‘붕괴’에 관련된 상품을 만드는 모든 부서가 IP부서에 확인을 받는다. 즉, IP부서가 품질 관리를 컨트롤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