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나도 용사 할래! 게임 주인공 자리 꿰찬 조연 TOP5
2018.04.26 13:56 게임메카 도남익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대중은 개, 돼지라는 표현을 널리 퍼트린 영화 ‘내부자들’에 보면 유력 대선 후보 장필우(이경영)가 이런 말을 한다. “어차피 인생의 주인공은 다~ 정해져 있는 거란다”라고. 요즘 같이 정치권 공작이나 재벌 갑질 논란이 극에 달한 시기에, 필자와 같은 서민은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이 사회에서 나란 사람은 그저 일개 조연에 불과한가?
물론 이런 고민을 해봐야 의미 없다는 거 안다. 푸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으니까. 무엇보다 장필우가 간과한 점은, 인생의 주조연을 나누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필자는 누구에게나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 온다고 믿는다. 언젠가 ‘어벤져스’ 포스터가 호크아이로 가득차는 날도 오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게임 속 주인공 자리를 꿰찬 조연들을 만나보자.
5위. 토르네코 (드래곤 퀘스트)
▲ 용사의 검보다 아픈 주판 나가신다 (출처: ‘DQ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촌스러운 복장과 잡동사니 가득한 봇짐, 수북한 콧수염하며 남산만한 뱃살까지. ‘드래곤 퀘스트 4’ 토르네코는 판타지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떠돌이 상인의 전형이다. 실제로 그를 조종하는 3장은 몬스터 퇴치가 아닌 투자나 무역으로 돈을 모으는 일이 주가 될 정도.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도 무슨 세계평화 같은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최고의 무기상이 되고 싶어서라고.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개발자의 센스가 빛나는 이색 조연에 불과하지만, 이 양반이 의외로 인기가 좋아서 이름 넉 자를 건 게임이 나와버렸다. 물론 본가 ‘드래곤 퀘스트’는 아니고 이른바 ‘토르네코의 대모험’이라는 로그라이크 시리즈다. 여기서 토르테코는 누가 상인 아니랄까 봐 거대한 주판으로 몬스터 볼기짝을 때려주며, 던전 깊숙이 숨겨진 보물을 탈탈 턴다.
4위. 팅클 (젤다의 전설)
▲ 이 디자인은 소비자에 대한 도전인가 (출처: ‘젤다 무쌍’ 공식 홈페이지)
길가에 몬스터조차 나름 귀여움을 뽐내는 ‘젤다의 전설’에서 가장 짜증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역시 팅클일 것이다. 서른 넘은 아저씨가 스스로 요정이라 믿으며 초록색 쫄쫄이를 걸친 꼬락서니도 못 봐주겠는데 말투까지 비호감이고.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지도를 해독하거나 열매 소지 개수를 늘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속절없이 안구 테러를 당해야 한다.
놀라운 점은 이 팅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외전 시리즈가 있다는 것이다. 제목도 상당히 도발적인데 ‘햇병아리 팅클의 장미빛 루피 랜드’라거나 ‘사랑에 눈뜬 팅클의 애정 어린 벌룬 트립’이라고 붙여 놓았다. 닌텐도답게 게임성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표지에 나온 팅클 때문에 판매량이 처참했다는 후문. 그래서인지 요즘은 본가 ‘젤다의 전설’에서도 안 나오더라.
3위. 클랩트랩 (보더랜드)
▲ 의외로 주인공일 때 성능은 절륜 (출처: ‘보더랜드: TPS’ 공식 홈페이지)
‘보더랜드’는 대체적으로 정상인이 안 나오지만 클랩트랩은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또라…이상한 녀석이다. 바퀴 달린 쓰레기통처럼 생겨서는 주인공 곁을 끊임없이 맴돌며 재미없는 농담이나 헛소리를 쏟아낸다. 전투가 시작되며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는 주제에 자신은 세기말 구세주이며 주인공을 조수로 받아주겠다는 허세가 압권. 이런 게 시리즈 마스코트라니 거 참.
어쨌든 개발자는 클랩트랩이 썩 매력적이라 생각했는지 아예 신작 ‘더 프리시퀄’에서 주인공 가운데 하나로 승격시켜버렸다. 이 작품 자체가 전작 보스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콘셉트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클랩트랩은 좀. 필자는 여태껏 이렇게 생긴 FPS 주인공은 본 적이 없다. 심지어 게임 스스로조차 클랩트랩을 선택하면 잘 못 고른 거 아니냐고 되물을 정도다.
2위. 프리니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 그래도 여자 마족들이 귀여워해준다 (출처: ‘디스가이아’ 공식 홈페이지)
아마도 유구한 게임 역사를 통틀어 프리니만큼 불쌍한 신세도 몇 없을 거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에서 마왕군 졸병 노릇을 하는 이 자그마한 펭귄들은 생전에 죄를 지은 인간이 환생하기 전 거쳐가는 단계다. 즉 존재 자체가 일종의 형벌인지라 최저 임금으로 부려 먹히는 것은 물론, 던지면 폭발하는 속성을 살려 투척 무기로까지 애용된다. 그러게 착하게 살라니까.
옛말에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이런 프리니도 주연을 맡은 적이 있다. 바로 제목부터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프리니: 제가 주인공해도 되겠슴까?’. SRPG인 본가와 달리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아주 토 나오게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이라고 특별히 강해진 것도 아니라 죽고 죽고 또 죽어야만 한다. 도전과제 중에 프리니 1만 마리 희생시키기가 있으니 말 다했지.
1위. 요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 마리오 2단 점프 인성질의 희생양 (출처: ‘요시 for 스위치’ 영상 갈무리)
‘슈퍼 마리오’ 시리즈 요시야말로 게임 속 조연의 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요시 아일랜드에서 평화롭게 살던 선량한 공룡 요시는 우연찮게 한 아기 마리오 형제를 구출하게 되고, 이 잘못된 만남으로 팔자가 꼬여선 두고두고 탈 것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성이 파탄 난 배불뚝이 배관공은 생명의 은인 요시를 2단 점프의 발판 정도로 취급할 뿐이다.
그래도 닌텐도가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상품성이 좋아 보였는지, 요시를 주인공으로 삼은 외전을 꽤 일찍부터 만들었다. 91년작 ‘요시의 알’은 간단한 퍼즐이긴 해도 기념비적인 주연 데뷔작이며 이후 ‘요시의 로드헌팅’, ‘요시의 만유인력’ 등 꾸준히 속편이 나오는 편이다. 올해는 닌텐도 스위치용 신작도 준비 중이라니 앞으로는 꽃길만 걷자, 우리 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