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데빌메이커, 카드 대신 피규어 콜렉팅 택했다
2018.04.30 18:44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국내 모바일 CCG 초창기를 기억하는 게이머라면 2013년 발매된 ‘데빌메이커 도쿄’라는 이름이 더없이 익숙할 것이다. 이 게임은 일본 도쿄에서 악마들이 흘러나온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악마를 모으고 전투를 벌이는 카드배틀 RPG로서 당대 히트작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밸런스 조절 실패 등으로 결국 서비스 3년을 넘기지 못하고 2015년 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유저들은 ‘데빌메이커’에 대한 그리움을 짙게 드러냈다. 몰입도 높은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얽힌 스토리는 여전히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일부 캐릭터들은 게임 서비스가 끝난 이후에도 후속 스토리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데빌메이커 도쿄’는 비운의 엔딩을 맞이했지만, ‘데빌메이커’ IP 자체에 대한 열망은 여전했던 것.
그리고 2018년 4월 30일, ‘데빌메이커 도쿄’ 후속작인 ‘데빌메이커 아레나’가 출시됐다. 수 년 동안 기다려온 ‘데빌메이커’의 부활에 많은 팬들이 환호했지만, 자칫 전작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까 하는 우려도 함께 따랐다. 과연 ‘데빌메이커 아레나’는 성공적인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게임메카는 ‘데빌메이커 아레나’ 개발사인 나다게임즈로 향했다.
▲ 인터뷰에 응한 나다게임즈 김택승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계관과 캐릭터 빼고 싹 바뀌었다
‘데빌메이커 아레나’ 개발사인 나다게임즈는 과거 ‘데빌메이커 도쿄’를 개발한 엔크루 엔터테인먼트 구성원들이 주축이 되어 꾸려진 신생 회사다. 이들은 전작 개발 및 유지를 통해 성공과 실패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여기에 2012년 출시된 전작 스타일 게임이 2018년 유저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나다게임즈 김택승 대표가 ‘데빌메이커 아레나’를 처음 개발할 때부터 중점을 둔 부분도 이 점이었다. 기존 유저들에게 사랑받은 세계관과 수집의 매력은 유지한 채, 현 시대 상황에 맞는 게임을 만들자는 것. 단순히 카드끼리 싸우는 것보다는 살아 움직이고 성장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짜 놓은 덱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스킬 사용이 가능한 전략성을 추가하자는 계획이었다.
▲ 5x3 맵에 캐릭터를 배치하고, 스킬을 사용해 싸우는 전투 방식 (사진제공: 넥스트플로어)
이에 장르부터 싹 바꿨다. ‘데빌메이커 아레나’는 캐릭터 성장에 초점을 둔 수집형 RPG다. 탐색을 통해 자원을 모으고, 모은 자원으로 악마 캐릭터를 소환하고, 소환한 악마를 다양한 전투 콘텐츠(탐험, 레이드, 던전, PvP 등)로 성장시키는 식이다. 전투에 돌입하면 5x3 형태로 구성된 맵에 캐릭터를 최대 7명까지 배치하고, 공격 순서를 정한 후 실시간으로 스킬을 사용해 가며 진행하게 된다. 카드 수집과 덱 설정, 자동전투에 초점을 맞춰 CCG에 가까웠던 전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데빌메이커’만의 매력인 캐릭터성은 살렸다. 게임 내에는 약 90~100여종의 캐릭터가 피규어화 되어 등장한다. 피규어는 전작에 등장한 악마를 기반으로 하지만,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한 것에서부터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재해석된 경우까지 다양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여기에 캐릭터마다 전문 성우가 배정되고, 전용 스킬 액션 애니메이션과 이펙트도 더해진다. 단순히 일러스트만 제공됐던 전작에 비해 캐릭터성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 카드 수집이 아니라 피규어 수집으로 변했다. 참고로 비주얼이 완전 재해석된 악마의 경우 전작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한 스킨이 따로 존재한다 (사진제공: 넥스트플로어)
▲ 다양한 피규어를 감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피규어 수는 차츰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사진제공: 넥스트플로어)
김택승 대표는 “옛 CCG는 카드끼리 싸우던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캐릭터를 구현해서 움직이며 전투하는 스타일로 변화했다”라고 최근 트렌드 변화를 설명한 후, “우리도 이에 대한 고민을 했고, 애니메이션을 볼 때 피규어나 넨드로이드를 갖고 싶어하는 것에 착안했다. 이윽고 피규어들이 살아서 싸우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미니어처 콜렉팅 콘셉트를 채용했다”라고 설명했다.
피규어 외적인 비주얼 측면에도 공을 들였다. 먼저 피규어를 터치하면 다양한 일러스트를 볼 수 있어, 2D 일러스트 마니아들도 동시에 만족시킨다. 김 대표는 이어 “전작에서도 많은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꼬리’ 님 등이 이번 작품에서도 왕성한 도움을 주셨다. 그간 작품 활동이 많지 않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을텐데,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소리 분야에서도 신용우, 김영선, 엄성현, 홍범기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성우들이 많이 참여해 다채로움을 더했다. 다만, 전작에서 NPC 캐릭터 목소리로 활약했던 서유리 성우는 시스템 변경에 따라 NPC 비중이 줄어듦에 따라 재등장하지 않는다.
▲ 호평 받았던 게임 내 미려한 일러스트들은 여전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작에서 이어지는 외전격 스토리, 어떻게 연동되는지 주목해 달라
‘데빌메이커 도쿄’는 일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악마들의 싸움을 완성도 높게 그려냈다. 일러스트와 게임성 뿐 아니라 스토리라인 자체도 많은 호평을 받았고,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스토리 마니아가 존재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이번 ‘데빌메이커 아레나’는 메인스토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주인공이 아마테라스, 오로치 등과 싸운 전작 세계관에서 10년 후 세계를 그린다. 밤이 지속되고 악마들이 활보하는 시대적 배경은 유지하되, 악마와 계약자들이 보다 생활에 깊이 침투한 사회다. 과거 전투 도구로 쓰였던 악마들은 이제 보드게임의 말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수많은 계약자들은 악마를 모아 버추얼 게임에 접속, 미션을 클리어하거나 서로 겨루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행해나가게 된다. 따라서 전작처럼 특정 지역이 부각되지는 않는다.
▲ 전작 메인 스토리가 웹소설 형태로 따로 제공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스토리를 통해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데빌메이커’ 특유 색채는 유지할 생각이다. 김 대표는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메인스토리를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 ‘데빌메이커 도쿄’ 스토리를 따로 감상할 수 있는 웹소설 모드를 마련했다”라며, “물론 전작과 접목되는 ’데빌메이커 아레나’만의 스토리도 존재한다. 전작 시즌 2까지의 스토리를 먼저 푼 후, 나중에는 현재 스토리와 함께 진행 예정이다”라고 스토리 전개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데빌메이커 아레나’가 어떤 게임으로 남았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인생 게임’으로 남고 싶다는 답을 했다. 김 대표는 “게이머라면 누구든 옛날에 밤에 부모님 몰래 하다가 혼났던 게임에 대한 추억들이 있다. 이른바 인생 게임인데, 송구하게도 ‘데빌메이커 도쿄’를 그런 작품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데빌메이커 아레나’는 추억의 현재진행형이자, 새로운 인생 게임 목록에 들어갈 게임으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데빌메이커 아레나'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김택승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