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게 아니라 어이가 없는, 게임 속 황당한 '업적'들
2018.06.27 18:17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의 업적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내에서 일정한 과제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업적'이라 한다. 도전 과제로도 불리는 업적은 유저들로 하여금 제작진이 의도한 방향대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적당한 난이도로 제작돼서 조금만 노력하면 깰 수 있게 만들어져 있지만, 멀티플레이 세계 랭킹 1위 달성이나, 최고 난이도에서 한 대도 안 맞고 처음부터 끝까지 클리어하기 등 터무니없는 난이도를 자랑하는 업적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적은 도전욕과 성취감을 유발하는 수준에서 게임을 깊이 있게 즐기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가끔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모를 터무니없는 업적도 존재한다. 게임을 켜놓은 상태에서 5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달성되는 업적 정도는 기본이고, 누적 플레이 2만 4,000시간, 그러니까 1,000일 내내 게임을 실행시켜야 받을 수 있는 업적도 있다. 이번 기사에선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업적들을 소개해본다.
6시간 반 동안의 혈투, 락밴드 2
▲ 락밴드 2에는 '강철의 방광'이란 업적이 존재한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만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문제는 곡의 길이다. 'Endless setlist 2'는 84개의 곡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는 곡으로 플레이 타임만 6시간 반이 넘는다. 곡 중간에 정지하면 업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6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끝까지 연주해야 한다. 미국의 한 유저는 이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곡을 연주했고, 결국 연주가 끝난 뒤 병원에 실려 가야만 했다.
▲ 이 업적을 획득하기 위해선 6시간 반짜리 곡을 쉬지않고 연주해야 한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리플레이로 유튜브 스타가 되어보세요, 팀 포트리스 2
▲ '팀 포트리스 2'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유튜브 스타가 돼야한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팀 포트리스 2'는 2011년 리플레이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관련 업적을 여러 개 추가했다. 그 중에선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고도 달성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라는 업적이 하나 존재하는데, 바로 유튜브에 리플레이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는 것. 그냥 올리기만 해서는 안 되고 조회 수 10만이 넘어야만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
업적 달성에 목을 메는 유저 입장에선 난생처음 영상을 편집하고 제작해야 하는 그야말로 난처한 상황.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저들은 나름대로 꼼수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조회 수가 10만이 넘는 다른 영상의 코드를 받아 리플레이 파일을 수정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손쉽게 업적을 달성하는 유저가 적지 않았다고.
완벽한 군인에게도 인간미가 있다, 메탈기어 솔리드 2
▲ '메탈기어 솔리드 2'에는 주인공의 인간미(?)를 확인할 수 있는 업적이 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하나인 '솔리드 스네이크'는 IQ 180에 그린베레와 CIA 등 각종 특수부대에서 활동한 바 있는 전쟁 영웅이다. 시리즈 내내 완벽한 군인의 표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빈틈없는 모습을 자랑하는 그도 의외의 인간적인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데, '메탈기어 솔리드 2'의 '여전히 건강하구나'란 업적도 그중 하나다.
업적을 달성하려면 게임 속에서 스네이크를 이용해 비키니를 입은 여자 사진이 걸려있는 사물함을 찾아야 한다. 해당 사물함을 찾았다면 시점을 1인칭으로 바꾸어 사진을 응시한 채 스네이크를 보좌해주는 오퍼레이터에게 전화를 걸면 된다. 전화를 걸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흥분해 있는 스네이크와 임무에 집중하라며 스네이크를 타이르는 오퍼레이터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스네이크를 혼내는 그의 목소리에서 질투심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다.
절대로 달성할 수 없는 업적, 스탠리 패러블
▲ '스탠리 패러블'엔 절대로 클리어할 수 없는 업적이 두 개나 있다 (사진출처: '스탠리 패러블' 스팀 페이지)
주인공 '스탠리'의 일탈을 독특하게 표현해 많은 유저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스탠리 패러블'엔 절대 클리어할 수 없는 업적이 두 개나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달성할 수 없는(Unachievable)'이다. 달성 조건에 '이 도전과제는 달성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이 과제는 실제로 달성 방법에 대해 알려진 게 아무것도 없다. 지금까지 버그나 해킹 외 방법으로는 달성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극악의 업적이다.
또 하나의 업적으로는 '밖으로 나가다'가 있다. 이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게임을 5년간 플레이하지 않아야 하는데, 문제는 '스탠리 패러블'이 발매된 지 아직 5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13년 10월에 발매된 이 게임의 해당 업적은 2018년 10월이 될 때까지 클리어 할 수 없다. 이 업적을 만든 제작자의 의도는 게임에 빠져 살기보단 현실로 나가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한 명도 아니고 스무 명이랑? 불리
▲ '불리'의 '무지개 너머'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20명의 친구와 키스를 해야.... (사진출처: '불리' 스팀 페이지)
GTA' 학교 버전으로 유명한 락스타의 '불리'에도 어처구니없는 업적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무지개 너머'라는 업적인데, 일단은 게임에서 20명의 친구와 키스를 하는 것이 달성 조건이다. 문제는 그 20명의 친구가 동성의 친구여야 한다는 것. 주인공이 남성으로 고정된 만큼 남자 친구들 20명과 키스해야 달성할 수 있는 업적이다. 키스를 할 때마다 장면효과가 야릇하게 변하고, 사운드 마저 리얼한 탓에 해당 취향이 아닌 유저들은 업적 달성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의 한 변호사는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에서 동성애 장면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는 이유로 판매금지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게임 등급 심의를 담당하는 ESRB에선 등급심사부터 이 업적의 존재를 알고 등급을 매겼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제작자를 찾아서 처치하라, GTA 4
▲ 'GTA 4'에는 제작자를 찾아서 처치해야 하는 업적이 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중 하나인 'GTA' 시리즈의 4번째 넘버링 작품 'GTA 4'는 'GTA 2' 이후 9년 만에 멀티플레이가 가능해진 작품이다. 제작진이 이 사실에 큰 기쁨을 느꼈던 것인지 'GTA 4'의 업적 중에선 게임에서 제작진을 찾아 처치해야만 달성되는 업적이 있다.
사뭇 터무니없는 업적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달성한 유저가 많은 편이다. 이유인즉슨 아무 공개 세션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으면 개발자가 자주 들어와서 죽어줬다고. 믿기지 않겠지만 'GTA 4' 관련 커뮤니티에선 이와 관련된 경험담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나랑 술 마시면 업적 줄게, 던전스 오브 드래드모어
▲ 제작진과 같이 술을 마셔야 한다, 현실에서 (사진출처: '던전스 오브 드래드모어' 스팀 페이지)
종종 게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제작자가 있다. 보통 게임 속 이스터 에그나 NPC 등을 활용해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끔은 업적을 통해서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고전 RPG의 향수를 담아낸 게임 '던전스 오브 드래드모어'의 '하수도 양조장' 업적은 개발자의 흔적이 담긴 업적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게임 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제작자를 만나야 한다. 캐나다의 한 유저가 우연한 기회에 개발자와 같이 술을 마시게 되고 업적 달성 코드를 받아 해당 업적을 달성하게 되면서 이 업적의 달성 방법이 밝혀졌다. 말도 안 되는 달성 방법에 많은 유저들이 분개했지만, 현재 스팀에서 해당 업적 달성률은 무려 0.6%에 달한다.
▲ 말도 안되는 업적이지만 달성률이 0.6%에 달한다 (사진출처: '던전스 오브 드래드모어' 스팀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