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대표팀 귀국 ˝아시안게임 가장 큰 선물은 '국민적 관심'이었다˝
2018.08.31 11:46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금메달 획득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은메달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대표팀이 31일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선수단은 아시안게임 선수복으로 옷차림을 통일했으며, 최우범 감독을 필두로 대표팀 모습이 보이자 e스포츠 팬들이 선수들을 반겼다.
▲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대표팀이 31일 귀국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쉽지만 분명히 값진 은메달
아시안게임 ‘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개최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예선에서 두 차례나 꺾었던 중국에게 결승에서 3대1로 패한 것이다. 올해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과 지난 7월 개최된 '리프트 라이벌즈'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마저 마지막에 중국에 밀려 우승을 놓친 셈이다. 한국 대표팀 입장해선 분할 법도 했다.
▲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은 "우리 경기력이 예선만 못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간략한 환영식 직후 인터뷰에 응한 한국 대표팀은 금메달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비교적 덤덤하게 토로했다. 선수진은 예선에서 없었던 크고 작은 실수가 나왔던 것이 패인이라며 입을 모았다. 미드라이너였던 ’페이커’ 이상혁은 “중국이 예선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기 보다는 우리 경기력이 예선만 못했다” 며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게임이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은 “당일날 전략도 전략이지만 개개인의 실수가 잦았다”며 “원하는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우범 감독은 “중국이 예선보다 잘했던 것은 맞지만 무엇보다 우리 팀 합이 평소보다 안 맞았던 것이 많이 아쉽다”며 “1세트부터 4세트까지 진행되는 동안 몇 가지 실수가 나오면서 점차 선수들 콜이 안 맞는 경우가 속출했고 이것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게 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최우범 감독은 이어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책임감이 많이 느꼈다”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코어장전' 조용인, '피넛' 한왕호, '스코어' 고동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식사와 규정에서 드러난 부실한 대회 운영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선수들의 열악한 환경과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이었다. 점심 식사로 제공된 ‘식빵’에 많은 팬들이 불만을 표하기도 했으며, 2000년대 초반을 연상케 하는 백스테이지 경기장 환경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불안한 서버로 인해 경기 진행에도 많은 차질이 빚어졌다.
▲ 한국 대표팀이 점심으로 제공받은 식빵과 물 (사진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실제로 선수진이 가장 불편을 겪었던 문제도 식사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페이커’ 이상혁은 “경기 내에선 3일 내내 식빵이나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했다”며 “다른 팀도 마찬가지 환경이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불평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스코어 고동빈은 “숙소 환경이나 선수촌 식사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경기 당일날 점심 식사는 아무래도 입맛에 잘 안 맞았다”고 전했다. 비단 한국 선수들이나 e스포츠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탑라이너 ‘기인’ 김기인은 “환경이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경기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탑라이너 '기인' 김기인은 "다른 나라 선수들도 똑같이 불편한 환경에서 치룬 경기인 만큼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밖에도 대회 진행과 관련된 세세한 부분에서 주최 측의 미숙함은 계속됐다. 특히, 선수들의 연습 일정에 대한 규정이 시시각각 바뀌어 문제가 됐다. 최우범 감독은 “처음에는 연습경기를 따로 할 수 없다고 공지를 받았는데 중간에 규정이 바뀌면서 부랴부랴 일정을 잡아서 연습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여러팀에서 선수를 차출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팀 합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한국 대표팀에겐 한 번의 연습경기도 소중했기에 이와 같은 소홀한 규정관리가 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최우범 감독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말 노력해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전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쉬운 결과지만 국민적 관심은 끌어모으다
대회 운영과 결과는 아쉬웠지만 국내 e스포츠 팬에겐 어찌됐던 꿈만 같은 3일이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e스포츠가 정식으로 중계되면서 이번대회에 많은 국가적 관심이 쏠리게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이 숙적 중국과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예선전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최상위권에 위치한 한국 ‘롤’의 위상을 깨닫게 됐다. 이 밖에도 중국과의 1차전에서 발생한 30분간의 경기 중단에도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하는 캐스터의 모습이나 선수들의 연봉과 같은 게임 외적인 요소들도 화제가 됐다.
선수진 또한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민의 관심을 깨닫게 되어 좋았다고 전했다. 최우범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얻은 것 중에는 큰 대회에 참가했다는 개인적인 경험보다도 국민들의 관심이 정말 크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 제일 소중하다”며 “e스포츠에 종사한 지 17년째인데 처음으로 이런 관심을 느껴서 감격스럽기도 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 서포터 '코어장전' 조용인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서포터 ‘코어장전’ 조용인도 “처음으로 지상파에 e스포츠 경기가 방송되면서 많은 분들이 저희를 봐주신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적과 관련된 의미는 4년 뒤를 기약하겠다”고 전했다. ‘스코어’ 고동빈은 “비록 시범종목일지라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지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팬분들께 보답하기 위해 다음 주에 있을 롤챔스 결승전과 롤드컵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얻은 국민적 관심에 힘입어 11월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선 한국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대표팀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