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하자드 RE 2, 20년 만에 만난 좀비는 예전 명성 이상이었다
2018.09.21 11:54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바이오하자드 RE: 2' 트레일러. 잔인한 표현이 있으니 시청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영상출처: 캡콤 아시아 공식 유튜브)
컴퓨터 그래픽이 날로 발전하면서, 예전에 좋아보였던 그래픽이 지금은 영 엉성하게만 보인다. 제 아무리 '버추어 파이터'가 3D 모델 '끗발'을 날린 게임이라 해도, 2018년을 사는 게이머 눈에는 엉성해 보이는 것이 사실. 그 시절 밤 잠 설치고, 등줄기를 서늘하게 했던 좀비들도 지금 보면 우습기만하다.
일본 '도쿄게임쇼' 취재에서 과거 유명했던 그 좀비를 만났다. 1998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왔던 '바이오하자드 2' PS4 리메이크 판이다. 최신 그래픽으로 폼을 낸 좀비는 예전 명성 이상이었다.
▲ 이 때 돌아갔어야 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정교한 그래픽이 정신력을 갉아 먹는다
TGS 2018에서 공개된 '바이오하자드 RE: 2' 시연 버전은 레온 케네디, 클레어 레드필드 두 주인공을 각각 15분씩 플레이할 수 있었다. 이중 레온은 온갖 수수께끼가 가득한 경찰서에서 비밀을 찾아내는 탐색에 초점을 맞췄고, 클레어는 온갖 무기를 활용해 강력한 보스를 쓰러트리는 전투가 핵심이다.
▲ 탐색 지점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레온 파트에서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게임이 전하는 공포와 불안감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이다. 눈 앞에 보이는 그래픽은 '바이오하자드 7'에 사용된 RE엔진으로 좀 더 정교해졌다. 또한, 개선된 그래픽에 힘입어 좀비도 더욱 사실적으로 탈바꿈했다. 해진 옷이나 말라붙은 핏자국에 확연해진 외모, 다리를 질질 끄는 움직임이 더해져 공포가 크게 다가왔다. 벽에 묻은 핏자국도 선명하고 좀비에게 뜯기는 인간의 모습도 모두 생생하다.
또한, 플레이어를 불안하게 만드는 기법도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먼저 전체적인 광원을 줄인 점이 눈에 띈다. 분명 원작에서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던 것 같은데, 리메이크판에서는 복도가 새카만 어둠에 감싸여 있다. 그리고 레온이라는 놈은 야속하게 손전등을 켠다. 안 보이면 안 가면 되는 건데…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뭔가 지나가는 소리나 철판을 탕탕 두드리는 소리가 나오며 신경을 자극한다. 안 그래도 시야가 좁은데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소리만 들려오면 당장이라도 되돌아 가고 싶어진다.
▲ 엄마가 어두운데는 가지 말라고 했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오하자드 RE: 2'는 원작과 달리 자유 시점을 택했다. 플레이어가 직접 스틱을 돌리면서 주변 지형 지물을 살필 수 있다. 보다 자유롭게 주변을 살피면 불안감을 좀 덜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갑자기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좀비의 괴성 소리가 들릴 때는 정말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 같았다. 총을 쏘려고 해도 갑작스런 상황에 손이 떨리며 좀처럼 명중시킬 수 없을 정도로.
발도 느리고 총알도 없고, 보스전 쉽지 않네
탐색 모드가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정신적 타격을 주었다면, 보스전은 정직한 액션으로 스트레스를 풀 여지를 준다. 일단은 죽여야 하는 대상도 명확하고, 주어지는 무기도 권총, 기관총, 유탄 발사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데드 라이징' 같은 게임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연 버전에 나온 보스는 가까이 접근하면 사람만한 팔로 클레어의 머리를 터트리려는 듯 꽉 움켜쥔다. 다행히 체력이 남아 있어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대로 죽었다면 상당히 무서운 장면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이 충격으로 보스를 쳐다볼 생각도 못하고 몇 분 간 도망만 다녔을 정도다. 보스에게 머리를 잡히고 깨닫게 됐다. "아 결국 호러구나"
▲ 잡혔을 때의 충격은 잊혀지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마음처럼 자유롭게 싸울 수 없다는 점도 두려움을 키운다. 캐릭터 이동 자체가 살짝 느리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만 멈칫해도 보스에게 잡힌다는 공포가 바닥에 깔린다. 속도에 여유가 없어 뒤를 돌아보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 계속 긴장하게 된다.
여기에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답게 총알도 부족하다. 공포에 질려 총을 마구잡이로 난사하면 금세 싸울 수단을 잃어 버리게 된다. 물론 필드 곳곳에 허브나 탄약, 재료 등이 놓여 있긴 하지만, 찾아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직접 시연하면서 처음 주어진 탄약을 전부 쏟아 부었는데도 보스를 죽이지 못해, 반 포기 상태에서 발버둥치다, 우연찮게 발견한 탄약으로 간신히 보스를 처치할 수 있었다.
▲ 총알 아껴 써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 시절의 충격, 이런 느낌이었구나
'바이오하자드 2'는 과거 공포와 좀비 게임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리고 도쿄게임쇼에서 좀비를 만나고 당시 게이머들이 어떤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리메이크로 다듬은 '바이오하자드'는 지금의 그 어떤 공포게임보다 뛰어난 스릴을 선사했고 과거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이 올 여름에 나왔다면 폭염의 더위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 그 시절 공포가 부활했다, '바이오하자드 RE: 2' (사진제공: 게임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