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풋풋한 예진아씨가 광고했던 PC통신 하이텔
2018.09.25 08:38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 '하이텔' 광고가 게재된 PC 파워진 1999년 12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요즘이야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과거엔 인터넷은 고사하고 전화망을 이용한 PC통신도 접하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1990년대 후반으로 넘어오며 PC통신과 인터넷이 조금씩 대중화됐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발달하기 시작했죠.
오늘 소개할 게임광고는 PC통신 문화의 황혼기였던 1999년, PC파워진에 게재된 하이텔 광고입니다. 이용요금 1만 원에 학생 30~50%할인, 부가정보이용료 별도 부과, 가입신청은 이용자 ID ‘hitel’로 접속 등 추억의 문구가 많은데요, 당시 PC통신의 추억 속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 PC통신 4대천왕의 선두를 달렸던 '하이텔'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하이텔은 90년대, PC통신 업계를 주름잡았던 4대 서비스의 하나였습니다. 당시 4대 PC통신이라고 하면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유니텔이었는데, 그 중 하이텔은 PC 관련 코어 유저가 가장 많은 서비스였습니다. 특히 ‘개오동’이라는 국내 최초 게임 동호회가 유명했는데, 지금 게임/IT 업계에서 활동하는 네임드 개발자 대부분이 이 동호회 출신이거나 한 다리 건너 들락거리던 사람들입니다. 과거 V3 개발자로 유명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나 드림위즈 이찬진 의장도 개오동 출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죠.
일단 광고 전면에 자리하고 있는 모델은 박예진입니다. 네, ‘패밀리가 떴다’에서 ‘예진아씨’ 캐릭터로 종횡무진 활약했던 바로 그 분이죠. 1981년생이니 당시 나이는 한국 나이로 18세. 파릇파릇한 신인 배우였네요. 왜 박예진이 이 광고에 나왔느냐면, 데뷔작인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주연 배우 선발이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PC통신 하이텔을 통한 일명 ‘사이버 캐스팅’으로 진행됐거든요. 박예진은 500 대 1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최종 선발자로,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후 연기 경력을 이어가게 됩니다. 세기말 N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 밀레니엄 쇼크를 앞둔, 90년대 감성의 마지막 발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광고 중간을 보면 21세기를 한 달 앞둔 1999년 12월 광고답게 꿀 같은 멘트들이 보입니다. 수능을 마친 예비 00학번들을 노린 ‘수능의 억압에서 벗어나자!’, ‘하이텔의 네 가지 유혹- 지금은 그 유혹에 빠질 시간입니다’ 같은 문구들이 대표적이네요.
네 가지 유혹이 무엇인지 볼까요? 당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2000년 ‘밀레니엄’ D-45일을 앞두고 진행됐던 가입비 무료 혜택. 수험생을 겨냥한 자신의 수능점수 맞추기 이벤트. 과거 ‘케텔’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이텔을 이끌어 온 사람들 1999명(너무 많지 않나?)을 뽑는 1999 이벤트. 그리고 사연을 보내면 2000년이 되는 날 소원을 이루어주는 ‘러브캡슐’ 이벤트까지. 90년대 감성 가득한 풋풋 이벤트도 진행됩니다. 참고로 이 모든 행사는 하이텔 주소 ‘go HI2K’로 접속해야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주소 형태도 참 오랜만이네요.
참고로 당시 PC통신 강자였던 하이텔이 이렇게 광고까지 해 가며 고객 유치를 했던 이유는, 이미 이 당시만 해도 하이텔을 위시한 PC통신 서비스들의 하락세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21세기 들어 하이텔은 프리챌과 싸이월드 등에 밀려 사이트로서의 존재마저 위협받았고, 포털 시대를 맞아 2004년에는 끝내 KTH의 포털사이트 파란(Paran)에 통합됐습니다. 그 ‘파란’마저 2012년 폐쇄되며 그야말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광고 중간에는 ‘코스닥 등록과 함께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인터넷 하이텔’이라는 말도 보이네요. 실제로 1999년은 KTH의 전신인 한국통신하이텔이 막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상한가를 쳤던 시기였습니다. 뭐, 코스닥 시장을 들끓게 했던 ‘닷컴버블’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버블 붕괴 이후 KTH의 기세도 확 기울었죠. 이후 KTH는 게임 사업에도 손을 대고, 파란 포털도 운영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IPTV 콘텐츠 유통을 시작하면서 최근 제 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과연 KTH와 하이텔이라는 이름을 다시 게임업계에서 볼 일이 있을까요?
*덤으로 보는 B급 게임광고
▲ 휠 마우스라는 것 자체가 광고 콘셉트가 되던 시절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덤으로 보은 B급 게임광고는 한글과컴퓨터에서 낸 ‘나이스 휠 마우스’ 광고입니다. 아마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이게 대체 무슨 광고냐 하실텐데, 말 그대로입니다. 마우스에 ‘휠’ 버튼이 있는 ‘휠 마우스’ 광고입니다. 그럼 이전까지는 휠 버튼이 없었냐구요? 네. 초기 마우스는 좌클릭과 우클릭 버튼 두 개만 달려 있는 형태였거든요.
이 같은 마우스가 자취를 감춘 것은 가정용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사실 1990년대만 해도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스크롤바를 내려야 할 일이 없었고, 간혹 윈도우 탐색기 등에서 스크롤바를 움직일 일이 있더라도 오른쪽의 바를 드래그 해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마우스 휠이라는 것의 편리함이 알음알음 전해졌고, 1~2년 사이 가정용 마우스 대부분이 휠 마우스로 바뀌었습니다. 한글과컴퓨터에서 나온 이 마우스도 그 바람을 타고 나온 제품으로, 은근 많은 곳에서 사용됐던 기억이 나네요.
광고를 보면 한국인 손 구조에 딱 맞는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인체공학적 설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딱히 인체공학적 디자인은 아닌 듯 한데 말이죠. 뭐, 이 때는 한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 이상한 마우스들이 많았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인체공학적 디자인입니다. 무려 손가락 홈도 파여 있잖아요? 인체공학 주변기기의 과도기적 제품이었다고 봐 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