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이 차고 넘치는, 언더테일 차기작 '델타룬' 체험기
2018.11.06 17:18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언더테일' 팬들을 흥분케한 토비 폭스의 트위터 (사진출처: 토비 폭스 트위터 갈무리)
지난 10월 30일, 잠잠했던 '언더테일' 팬덤이 갑자기 수면위로 떠올랐다. '언더테일' 제작자 토비 폭스가 트위터 계정을 통해 후속작에 대한 단서를 던진 것이다. 공개된 게임은 '언더테일'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새로운 게임 '델타룬'이었다. 후속작이냐 아니냐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바가 없지만, 팬들은 새로운 작품이 등장한 것에 환호했다.
이번에 공개된 '델타룬: 챕터 1'은 아직 데모에 가까운 버전임에도 한 편의 짧은 게임을 완결시켰다는 느낌을 주었다. 전작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더 정통 RPG에 가깝게 발전된 전투와 장애물, 퍼즐 등과 끝을 알 수 없는 깊이 있는 세계관까지 전작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빼놓지 않고 재조합했다. 어쩐지 소름 돋는 분위기와 아름다운 OST는 덤으로 말이다.
▲ '델타룬' 대표 이미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이 글에는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여전히 기괴하고 불친절한 스토리와 분위기
'델타룬(Deltarune)'은 이름부터 '언더테일(Undertale)'의 알파벳을 재조합한 만큼 전작과의 연계성이 뚜렷하다. 주인공의 모습부터 전작의 차라와 유사하게 생겼으며, 주인공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염소 수인인 토리엘과 아스고어다. 이 밖에도 선생님이 '알피스'라던가 마을에서 '샌즈', '언다인' 등 주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작과 어떤 방식으로든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 아저씨가 제 아버지세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토리엘'이 엄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와! 샌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토리의 큰 줄기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내용이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가 학교의 비밀스런 장소를 통해 이세계로 떨어지고, 그 이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독특한 배경과 개성과 비밀로 가득한 등장인물들이 단순한 플롯에 생기를 더해주기 때문에 진행까지 단조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겨우 한 챕터 안에 이렇게 많은 장치와 반전이 등장한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부 NPC가 주인공이 아닌 플레이어에게 말을 거는 '메타적' 요소도 다수 보인다.
실제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음침하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크리스'는 아예 말이 없고 공룡 수인 '수지'는 게임 초반부터 공룡답게 크리스를 잡아먹겠다고 위협하는 판국이다. 여행의 무대가 되는 '어둠의 세계'는 더욱 괴상하다. 나뭇잎은 진홍색이고 땅은 보라색과 검은색으로 구성돼있다. 전반적으로 색이 반전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여기에 합성이 잘못된 듯한 적들의 뒤틀린 생김새가 더해져 줄곧 기묘한 불쾌감과 긴장감 속에서 플레이하게 된다. 마치 '마더 2'처럼 어린 시절의 순수하면서도 비뚤어진 시선을 투영한 듯하다.
▲ 큰 스토리는 어디서 본듯이 뻔하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동료 캐릭터는 주인공을 잡아먹으려 들 정도로 뻔하지 않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배경과 등장인물은 더더욱 평범하지 않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늘어난 전투원 더 빨라진 호흡
전투 시스템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턴제 전투에 탄막 피하기가 결합된 방식이다. 공격을 할 때는 정확한 타이밍에 맞게 노트를 입력해야 최대 위력을 낼 수 있으며, 상대방 턴에는 정해진 칸 안에서 적의 공격을 피해야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듯이 순차적으로 어려워지는 패턴이 일품이며, 중간중간 게임 내에 정해져 있던 틀을 무시하는 공격패턴이 등장해 플레이어를 당황시킨다.
▲ 일반 필드에서도 이런 탄막 피하기가 일어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마법이 생겼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작과 비슷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냥 전작과 동일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번엔 전투에 참가하는 파티원이 최대 3명으로 늘었으며, 마법이 추가됐다. 파티원 전원이 함께 움직이는 행동도 추가됐기 때문에 보다 정통 RPG와 유사해졌다. TP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된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TP는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상대방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을 때 올라가며 이를 이용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전투는 플레이어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넘길 수 있다.
전투 인원이 늘었기 때문에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늘어지는 전투가 악화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해본 결과 전투 템포가 오히려 훨씬 빨라졌다. 전작에 비해서 적절한 '행동'을 통해 적의 투지를 꺾는 게 더 쉬워졌고, 협공과 같이 함께 사용하는 기술도 있기 때문에 적을 처치하는 시간이 오히려 빨라졌다. 더불어 필드에서 진행되는 탄막 슈팅과 각종 함정, 퍼즐 등이 해당 게임을 더욱 푸짐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퍼즐과 장애물은 심심치 않게 등장하면서도 '챕터 1'에서 만큼은 쉬운 난이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각종 퍼즐과 장치가 즐비한 것도 특징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너무 많은 떡밥과 비밀
전반적으로 딱히 나무랄 데가 없는 '챕터 1'이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도 없지 않다. 3시간이 안 되는 짧은 분량 내에서 너무 많은 떡밥과 의문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일단 본작 세계관과 '언더테일'과의 관계가 불분명하다. 제작자는 "'언더테일'과는 별개의 게임"이라고 대답했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등장인물 대부분이 전작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특히, 다른 인물과 달리 샌즈는 아예 대화창의 글씨체가 전작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하다. 전작을 암시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발언은 덤이다.
▲ 샌즈만 글씨체가 다른 이유는 뭘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적을 처치하면 확실하게 죽는 게 보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도망가는 걸로 연출된다. 즉, 적을 다 죽이면 볼 수 있었던 '몰살루트'나 아무도 안 죽였을 때 볼 수 있는 '불살루트' 엔딩이 따로 안 나뉘어 있는 셈이다. 물론 공개된 챕터에선 적을 한 번도 공격하지 않고 최종 보스를 만났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스토리가 약간 다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결국 엔딩은 동일하다. 제작자가 질의응답을 통해 "이번 작품은 어떻게 하든 엔딩은 모두 똑같을 것"이라 공헌한 바 있으나 실제로 그렇게 게임이 출시될지는 의심스럽다.
▲ 분기는 있지만 결말은 항상 똑같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밖에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는 차고 넘친다. 주인공 크리스 외의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기껏 정한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점 등 생각과 해석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도 너무 많다. 특히 엔딩에서 하트를 꺼내는 주인공 크리스의 소름 돋는 표정과 공포스런 연출은 많은 궁금증을 던져준다. 만약 전작을 재밌게 플레이해봤다거나 숨겨진 스토리를 찾는데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이는 즐거운 요소로 다가오겠지만, 이런 방식의 스토리텔링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면 다소 의아해 할 수도 있다.
▲ 이름부터 각종 성격까지 다 커스터마이징 했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나오는 주인공은 항상 '크리스'로 정해져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니저러니 완성본이 기다려진다
'델타룬: 챕터 1'은 짧은 분량임에도 완결성 있는 스토리와 여운과 궁금증을 가득 담은 엔딩을 자랑한다. 게임을 하는 내내 토비 폭스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나오는 것도 칭찬할 만 하다. 물론, 너무 많은 숨겨진 요소가 부담스럽거나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그다지 살갑지 않은 게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자가 PS14(!)가 나올 때 즈음이면 출시될지도 모른다고 한 완성본이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 이 리뷰도 언젠가 나올 챕터 2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