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94년 게임팩 교환하던 용산 매장들
2018.12.24 16:49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 용산 게임샵 광고들이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4년 7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게임 사려면 용산 가야지’라는 말이 진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국내 정식발매 되지 않은 게임들을 가장 빨리 수입해오는 곳이 용산이었고, 도매를 겸하는 터라 동네 게임샵에 비해 가격이 전체적으로 저렴한(바가지를 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편이었으니까요.
그런 용산도 요즘엔 많이 쇠퇴했습니다. 예전부터 시세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악덕 상술 덕에 용던(용산 던전)이라는 불명예를 쓰다가, 2007년 공중파 뉴스에 ‘손님 맞을래요’ 라고 말하는 용산전자상가 점원이 나오며 이미지가 추락할 대로 추락했습니다. 물론 저 뉴스는 다소의 조작이 있었고 게임 상가도 아니었지만, 그 때 즈음부터 용산은 게임 성지로서의 명성을 잃어갔죠.
얼마 전 용산 쪽을 지날 일이 있었는데, 그 많던 게임상가 대부분이 없어졌거나 과거에 비해 쇠퇴한 모습에 뭔가 먹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득 과거의 활기 넘치던 용산이 그리워지더군요. 추억을 찾아 옛날 게임잡지를 뒤적여 보니 추억 속 그때 그 용산 게임샵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1994년, 3DO와 아타리 재규어 등 5세대 게임기가 한창 주목받던 시절. 용산 전자상가 게임샵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 보겠습니다.
▲ 용산 '게임기 백화점' 매장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첫 번째 게임샵은 삼오전자에서 운영했던 ‘게임기 백화점’입니다. 광고에서는 ‘전국 최대규모’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겉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가 점포 두 개를 통합한 꽤나 대형 매장이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체 A/S실까지 갖출 정도면 당시로서 국내 최대규모로 충분하겠군요.
가게 사진을 보면 출입문 옆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요, 당시 일부 게임샵들이 시연용으로 게임기 한두 대를 바깥에 진열해 놓았기에 벌어진 풍경이었습니다. 오락실 가면 한 판 100원 내야 하는 게임을 용산에 가면 공짜(간혹 유료인 곳도 있었음)로 할 수 있었거든요! 다만 너무 오래 하면 뒤에 기다리는 친구들과 싸우거나 주인아저씨가 쫒아내기도 했으니 요령껏 플레이하는게 중요했습니다.
▲ '전국 최대 규모'를 내세운 '게임기 백화점' 매장 모습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중고 게임 팩 교환도 활기를 띄었는데요, 보통 5,000~1만 원 정도에 새로운 게임 팩으로 교환이 가능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동네 게임샵에서도 이런 교환이 가능했지만, 아무래도 보유 라인업이 용산처럼 넓진 않았었죠. 회원 가입하면 5회 교환 시 1회 무료, 15회 교환 시 팩 무료 증정, 45회 교환 시 원더보이 게임기 증정까지. 지금 봐도 은근 끌리네요.
▲ 용산의 '삼일 게임기 백화점' 매장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두 번째 용산 게임샵은 삼일 게임기 백화점입니다. 부산, 서울, 대구 등에 총판과 판매점을 두고 있었고 여기가 본점이었던 것 같네요. 회원 대상으로 팩 교환 시 이점을 제공하는 점은 바로 위 ‘게임기 백화점’과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아마 당시 용산전자상가 대부분 매장에서 비슷한 행사를 하지 않았나 싶네요.
가게 사진을 보면, 가게 안에 시연용 기기를 두고 있습니다. 경험 상 저런 매장 내 기기는 30분에 300~500원쯤 내고 플레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게 벽면에 빼곡히 꽂혀 있는 고전 게임팩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아마 90년대를 함께 보낸 분들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리라 봅니다.
▲ 용산 '으뜸게임본점'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세 번째 매장은 역시 용산에 위치하고 있는 ‘으뜸 게임본점’입니다. 아래를 보니 서울, 인천, 경기도,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에 15개 지점(혹은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거대 체인이었네요. 가게 사진을 보면 안으로 상당히 깊은 구조로, 당시 게임샵이 모두 그랬듯 게임팩이 유리 진열대 안에 보관돼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 용산 '게임유통'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네 번째 용산 게임샵은 ‘게임유통’입니다. 전국에 27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오늘 소개할 매장 중 최고 체인수를 자랑하네요. 슈퍼 알라딘보이, 슈퍼컴보이, 3DO, 패밀리, 네오지오 등 다양한 게임기를 염가 판매한다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매장 사진을 보면 시연용 게임을 하기 위해 매장 바깥에 아이들이 앉아 있고, 내부에서는 손님들이 게임기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여기도 게임팩 다수 교환 시 혜택을 주는데요, 앞선 매장들과는 달리 15회가 아니라 30회 거래 시 게임팩을 무료로 증정합니다.
▲ 보기만 해도 정겨운 느낌의 '용산 게임유통' 매장 전경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그러고 보면, 최근에는 게임샵에 찾아가는 횟수가 굉장히 준 것 같습니다. PC게임은 스팀이나 기타 디지털 유통 플랫폼에서 구매하고, 콘솔 게임도 디지털 구매가 가능한 시대니까요. 아무래도 오프라인 게임샵의 입지가 옛날만 하지 못한 지금, 문득 90년대 동네 게임샵 풍경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