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성적 표현에 대한 소니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2019.04.18 17:17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작년부터 게이머 사이에서 떠오른 화두가 있다. 소니가 PS4로 출시되는 게임에 대한 자체 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선정적인 표현에 집중되어 있다. ‘네코파라’, ‘용의 별 바르니르’, ‘용사 넵튠’처럼 미소녀를 앞세운 게임의 일러스트나 캐릭터 의상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 것이다.
가령 같은 게임이라도 PS4 콘텐츠와 다른 기종을 비교했을 때 노출을 줄였다거나, PS4 안에서도 일본 버전과 서양 버전을 비교하면 선정적인 표현을 수정한 것이 눈에 뜨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자 커뮤니티 내에서도 소니 자체에 성적인 표현에 대한 기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 것이다.
이 부분이 최근 도마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 기준), 익명의 소니 관계자를 통해 PS4 게임의 성적인 표현을 제한하는 지침이 있다고 보도했다. 소니가 이러한 규정을 마련한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2017년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이다. 2017년 당시 미국 헐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이 외부적으로는 페미니즘을 지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여성 배우 등을 상대로 성범죄를 일삼아왔다는 것이 보도됐다. 이를 시작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이 문화 콘텐츠 전반에 퍼지고, 소니도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또 하나는 유튜브, 트위치를 중심으로 개인방송이 성행하며 일본 내수용으로 만든 게임도 글로벌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부분이다. 개인방송과 미투 운동, 두 가지를 토대로 소니는 이에 대한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했고, 이후 PS4 게임의 성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했다는 것이 소니 관계자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소니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젋은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게임 제작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균형 잡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소니가 성적인 표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이를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게이머들의 의혹으로 삼았던 ‘성적인 표현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은 소니 내부에 실제로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성적인 표현을 자제하는 것은 사회적 시류라는 것이다. 특히 게임은 대표적인 문화 상품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최근 문화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부분 중 하나는 여성에 대한 성상품화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역시 대표적인 문화산업이기에 소니 입장에서는 이를 무시하기 어려웠으리라는 의견이다.
반대도 팽팽하다. 가장 큰 부분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는 게임에 대한 심의가 있다. 이 게임이 어떠한 연령의 게이머에게 적합한지 판단하는 시스템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노출도가 과하기에 청소년이 즐길 수 없는 ‘성인’ 등급을 받는 게임도 있다. 이처럼 게임 심의제도가 각 나라에 정착된 상황에서 소니가 게임 제작사에 성적인 표현에 대한 지침을 따로 요구하는 것은 이중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작은 PS4 검열이었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결국 게임 내에서 성적인 표현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게임 역시 문화이기에 시대적인 흐름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의견과 '각 나라에 심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에서 게임 제작사에 성적인 표현에 대한 기준을 또 다시 들이대는 것은 과한 규제'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게임 속 성적표현에 대한 찬반논쟁은 지금도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