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뛰는 자 위에 나는 '아르카'가 있었다
2019.05.24 18:35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유엘유게임즈 신작 '아르카'가 얼마 전 사전예약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완전 신작이고, 미소녀 등 눈길을 끌 만한 요소가 적고, 대형 퍼블리셔 작품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좋은 성과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부쩍 친숙해진 '시미켄'을 광고모델로 등장시키며 이름을 알린 덕이다.
그런 ‘아르카’가 지난 2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실 '아르카'는 눈에 띄게 특별한 게임은 아니다. 기존 여러 모바일 MMORPG 특징을 잘 모아 놓은 게임에 가깝다. 그러나 그 조화가 상당한 수준인지라 게임 내내 쉽고 익숙한 느낌으로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지만, 식상하지는 않다
모바일 MMORPG가 대세 장르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그에 편승해 수 많은 게임이 출시됐다. 그런 만큼 신작이라고 하더라도 완전 새로운 게임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근의 트렌드는 드넓은 지상을 넘어 하늘과 물 속까지 필드를 확장하고, 이름도 외우기 어려울 만큼 수 많은 던전과 보스를 곳곳에 배치해 즐길 요소를 무한히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르카'는 이런 대세에 충실하다. 게임 내에는 17개 월드가 있는데, 월드마다 각각 10여 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각각의 월드는 꽤나 넓은데, 게임 출시 후 약 이틀을 꼬박 새워 게임을 플레이 했지만 4개 월드 밖에 구경하지 못했을 정도다. 단순히 땅을 뛰어다니는 것 뿐만이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며 전투까지 할 수 있으니, 감당하기 힘들 만큼 광활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마음껏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던전과 보스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게임 내에는 혼자 도전하는 스토리 던전과 일일 던전와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하는 파티 던전, 길드 던전이 있다. 여기에 강렬한 인상을 뽐내는 다양한 보스전까지 있어 하루 종일 게임을 붙잡고 있어도 콘텐츠가 부족해 게임을 손에 놓는 경우는 없다. 1인 던전인 스토리 던전과 일일 던전은 클리어 시간에 따라 순위를 매겨 경쟁심을 자극하고, 계속 도전하게끔 만든다. 이처럼 ‘아르카’는 기존 MMORPG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각각의 완성도와 스케일을 한층 강화했다.
그래픽 역시 훌륭하다. 언리얼 4 엔진의 성능을 한껏 활용해 웬만한 PC 온라인게임 못지 않다. 배경의 원근도 매우 부드럽게 처리돼 있으며, 캐릭터와 NPC, 탈 것 등의 외형도 섬세함이 살아있다. 화려한 스킬 이펙트는 물론이거니와 장비 등급에 따라 캐릭터를 감싸는 광채도 변화한다. 색감 자체가 워낙 눈이 부시다 보니 오래 보고 있으면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보는 맛은 가히 일품이다. 실제로 탈 것을 타고 하늘을 날면, 아름다운 경치에 심취해 기념사진을 남기게 된다.
'아르카'는 캐릭터 성장이 매우 빠른 편이다. 기자는 유료결제 없이도 이틀 만에 140레벨을 달성했다. 캐릭터 레벨에 맞는 퀘스트와 던전, 업적 등이 매우 촘촘하게 잘 짜여 있고, 주어지는 보상 역시 두둑하다. 얄팍한 콘텐츠를 숨기기 위해 캐릭터 성장을 제한하는 게임도 많은데, ‘아르카’는 앞서 언급했듯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콘텐츠를 쌓아놓고 있으니 성장을 막을 이유가 없다. 오르지 않는 레벨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으며, 캐릭터가 강해지는 모습이 눈에 띄다 보니 저절로 애정이 생기고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과금 시스템이 매우 솔직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된다. ‘아르카’는 돈 대신 시간을 투자해 성장할 수 있고, 과금을 한다면 딱 그 액수만큼 성장을 보장한다. 경험치, 탈 것, 장비 등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지만, 확률이 아닌 확정형 구조라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르카’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탈 것’과 ‘날개’다. 날개 달린 탈 것과 함께 공중을 누비는 게임이야 찾을 수 있지만, '아르카’처럼 화려하고 다양한 게임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나 뿔을 머리에 단 ‘유니콘’ 정도야 다른 게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존재지만, 크기부터 외모까지 주변을 압도하는 다양한 종류의 드래곤도 등장한다. 또한 캐릭터가 직접 날개를 달고 날 수도 있다. 어떤 비행을 하건 비주얼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분명 한글인데, 한국어가 아닌 그런 느낌
‘아르카’에 있어 눈에 띄는 아쉬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조작감이 다소 불편하다. 캐릭터를 수동으로 조작하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가 많고, 자동 타겟팅 기능이 있음에도 스킬을 사용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들도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최근 출시된 ‘트라하’와 비교하자면 조금 아쉽다. 다만 버튼 하나로 카메라 시점을 자동으로 정렬할 수 있어 다른 게임처럼 시점 자체가 뒤틀어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텍스트다. NPC 음성은 반말인데, 자막에서는 매우 정중한 존댓말이 들린다. 시비를 걸거나 경멸하는 음성이 들리는 상황에서도 자막에는 부탁하거나 존경을 표하는 내용이 전개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스토리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아 게임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조만간 한 번 전체적으로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르카’는 눈에 띄게 특별한 게임은 아니지만, 양산형 게임은 아니다. 그래픽, 비주얼, 콘텐츠 등 많은 부분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아직 초기다 보니 '아르카'가 강조한 대규모 공중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공중전이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는 충분히 많다. 새로운 모바일 MMORPG를 찾는다면 한 번 쯤은 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