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트론 ˝배그 이후 모바일에도 '게임패드' 시대 시작됐다˝
2019.05.31 10:3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콘솔이나 PC에서 게임 컨트롤러를 이용하는 게이머들에게 조이트론은 꽤나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2005년 브랜드를 론칭해 콘솔과 PC를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컨트롤러 제작업체로, 조이패드, 스틱, 휠 컨트롤러, 최근에는 닌텐도 스위치 조이콘까지 다방면에서 조이트론 제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 조이트론이 최근 3~4년 간 집중 투자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모바일 컨트롤러다. 사실 모바일게임은 가상패드를 이용해 그냥 플레이하는 것이 대세로 보이지만, 최근 컨트롤 중요성이 강조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게임패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조이트론 김주민 이사는 “모바일 게임패드는 회사의 미래”라며 조만간 콘솔/PC를 넘는 큰 시장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콘솔에서 PC 온라인으로 분야 개척해 나갔던 과거
사실 조이트론이 컨트롤러 플랫폼을 확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조이트론은 철저히 콘솔 주변기기 전문업체였다. 그러던 찰나 PC 온라인게임이 대중화되며 PC에서도 게임패드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김 이사가 주목한 게임은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였다. 2005년 발매된 이 게임은 콘솔 게임을 연상시키는 벨트스크롤 액션으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 김 이사는 ‘던파’를 보자마자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PC 온라인게임은 키보드+마우스 조합 외에는 다른 액세서리를 지원하지 않는 분위기였기에, 네오플을 찾아가 컨트롤러의 확장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렇게 조이트론은 6개월 가량 칩 단위부터 PC 온라인 전용 컨트롤러를 개발했고, 이 제품은 ‘던파’ 배급사였던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는 공식 파트너십 계약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키보드+마우스와는 다른 ‘손맛’을 내세운 던파 전용 ‘하이브리온’ 패드가 탄생했다. ‘던파’의 성공적인 도입은 이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으로 이어졌고, 네오위즈에서 출시한 ‘피파 온라인’에서 절정을 맞이했다. 특히 ‘피파 온라인’의 경우 콘솔 축구게임 유저들이 많았던 지라 게임패드에 대한 니즈가 컸다.
이렇게 여러 인기 게임들이 게임패드를 지원함에 따라, 2010년 이후부터는 대다수 게임들이 게임패드를 당연히 지원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특히 축구나 액션 게임 같은 경우에는 게임패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게임패드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 많아 하드웨어 단계에서부터 키보드/마우스 신호로 변환시키는 등의 작업이 필수적이었지만, 지금은 게임사에서 앞다퉈 패드 설정 기능을 넣고 있다. PC 게임패드 산업 자체가 궤도에 오른 것이다.
모바일게임에서도 같은 개척 노력 반복
콘솔에서 PC 온라인으로 무대를 확장한 조이트론이었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임업계에 맞춰 또 다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했다. 그것이 2010년 이후 급물살을 탄 모바일게임이다. 당시 PS3와 Xbox360으로 대표되던 7세대 콘솔이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않아 콘솔 컨트롤러 사업도 덩달아 부진하던 시기였는데, 조이트론은 이 위기를 모바일에서 개척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아이폰 관련 액세서리 사업을 했으나 이내 접었고, 2015년부터 주특기인 게임패드로 다시 모바일에 도전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 된 지 조금 지난 2015년에서야 모바일 게임패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데는 당시 OS가 과도기 상태였기 때문이다. 조이트론 최종훈 부장은 “2013~2014년만 해도 안드로이드 버전이 2.0~3.0이었는데, 게임패드 표준이 정립되지 않았다”라며 “4.0에 들어서야 개발자용 SDK에 컨트롤러라는 항목이 들어갔고, 개발자들도 인지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조이트론은 2014년에도 150여 개 게임을 지원하는 모바일 컨트롤러를 출시한 바 있으나, 지원 게임도 적고 국내 인기 게임에도 호환되지 않아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2016년 출시한 스마트폰 게임패드는 그해 연말 출시된 ‘리니지 2 레볼루션’ 열풍을 타고 급물살을 탔다. 조이트론 김주민 이사는 “주변기기는 게임과 함께 간다. 앞서 ‘던파’와 ‘피파 온라인’으로 인해 PC 컨트롤러가 각광받은 것이나, 얼마 전 ‘철권 7’ 가정용이 출시됐을 때 우리 조이스틱 제품이 네 번 품절된 것과 같다. 모바일 역시 대형 게임을 필두로 세를 탔는데, 그 시작이 ‘리니지2 레볼루션’ 이었다” 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만, 당시까지만 해도 절대적 판매량은 꽤나 낮은 수준이었다.
모바일 게임패드의 2차 도약은 작년 5월 국내 출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었다. 이 게임은 장르 특성 상 가상 터치패드보다는 손으로 느낄 수 있는 패드로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했고, 남보다 조금 더 잘 하고 싶어하는 게이머를 중심으로 모바일 게임패드가 차츰 퍼져나갔다. 사실상 국내 모바일 게임패드 시장에서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던 조이트론 역시 이 기회를 타고 모바일 게임패드 라인업을 대폭 다양화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최근 게임패드 출력을 게임 자체에서 막는 등 진통이 다소 있었다. 이는 과거 PC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일어났던 사례로, 조이트론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3세대 맵핑’ 기술을 도입한 모바일 게임패드를 빠르면 올 6월 말 출시할 계획이다. 패드 내부 칩셋에서 신호를 변환하는 기술이 적용됐기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게임패드 미지원 모바일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조이트론 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사실 시장 규모가 아직도 생각보다 크진 않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컨트롤러를 개발해 판매하는 업체는 사실상 우리밖에 없는데, 아직까지도 기존 PC나 콘솔 컨트롤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판매량이 낮다. 월 만 단위로 팔리긴 하는데 변동이 심하다. 시장이 안정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장 가능성은 크다. 대표적인 순풍이 바로 최근 주목받는 ‘스태디아’ 등의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임패드 시장이 확대된다면, 조이트론을 비롯한 제 3사 제품 역시 활성화 될 것이라는 것이 조이트론 측의 기대다. 김 이사는 “향후에는 콘솔과 PC용 컨트롤러보다 모바일 쪽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PC 온라인게임처럼 모든 게임이 패드를 지원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될 것이고, 시장도 안정화에 접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